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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무이파" 영상 취재 24시

무이파 (태풍 번호: 1109, 국제 명: MUIFA)는 마카오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서양자두 꽃을 의미한다.
이 아름다운 꽃말의 태풍은 클레오파트라의 치명적 매력만큼 위력은 엄청났다. 2011년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9번째 태풍으로, 넓게는 한국, 일본, 중국 등이 피해를 입었으며 국내에선 제주를 포함해 해안과 남해안 그리고 중부지방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 태풍 무이파, 삼다도 제주를 덮치다!! >>
8월 3일(수) 지난 28일 필리핀 남쪽 해상에서 발생한 9호 태풍‘무이파’가 일본을 향해 북상하면서 주를 포함한 한반도 비상! 제주지역 축제 줄줄이 연기. 8월 6일(토) 태풍‘무이파’진로변경! 당초 일본에서 중국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무이파가 서해안으로 북상 하면서 제주도 남쪽 먼 바다에는 4-8m의 매우 높은 물결과 강한 바람으로 태풍 경보와 폭풍해일주의보가 발효됨.
8월 7일(일) 제주지방 직격탄! 이날 내린 평균 강수량 299mm는 1923년 기상 관측개시 이래 세 번째로 많은 양으로 확인! 제주 초,중,고 24개 학교가 피해, 주택 50여 채가 파손 또는 침수. 성읍민속마을 천연기념물 제161호인 팽나무(수령 600)가 부러지면서 조선시대 관아인 일관헌(제주도 유형문화재
제7호) 을 덮쳐 건물이 반파돼 10억원의 재산피해 발생하고 제주 올레일부 코스의 통행이 금지.
오전 9시까지 39편의 항공기가 결항되고 여객선 항로는 전면 통제.

# 6일(토) 밤 11시
당직기자 : 어디냐?
고진현 : 집인데요.
당직기자 : 지금 당장 나와야겠다. 태풍 무이파 때문에 전원 비상소집이야.
고진현 : 네~에.
(딸 여은이를 재우다가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얼떨결에 받은 전화라 시계를 본다. 밤 11시다. 창밖을 보니 바람이 불긴 했지만 전원 출근할 만큼 위험해 보이지 않는 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면서도 앞으로 닥칠 거대한 무이파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보도국 사무실 (자정 12시)
촬영기자 선배 : 날씨 너무 좋은 거 아냐?
고진현 : 그러니까요. 이거 별도 보이겠는데요ㅋ.
촬영기자 데스크 : 잘됐네. 별도 볼 겸 나가서 시내
태풍s.k 하고 바다s.k 좀 하고 와라.
고진현 : 네? 지금 비바람도 없는데 무슨 수로 태풍을 촬영해요?
촬영기자 선배 : 그러니까 잘 하고 와라.
고진현 : ... 네~에.
(비바람도 없는데 태풍 취재를? 으흠...)

# 시내 상황 (새벽 1시)
고진현 : 승호(오디오맨)야
이 그림 하나도 못쓴다.
오디오맨 : 왜요??
고진현 : 비바람도 없는데…
뭘 찍냐 여기서. 서울에서는
바람때문에 나무가 휘청이고, 장대비 때문에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눈앞을 막는...이런 그림인데... 지금 이거 찍어 가면 욕이나 바가지로 먹지.
오디오맨 : 그럼 어떻게 해요??
고진현 : 자료를 써야지 모!! 벌써 사무실에서는 자료를 쓰고 있을거야. 서울에서는 엄선된 무시무시
한 자료를 원하거든..ㅋㅋ 우리는 또 자료를 지금 상황인양 쓰는 거고. 시청자들은 자료를 보고...진
짜 저렇게 태풍이 센가 하면서 속고 있는 거지... 방송국마다 그림 전쟁으로 피해는 시청자에게 고
스란히 전달이 되는거고.

# 사무실 (새벽 3시)
비바람이 불지 않는 태풍 그림을 스케치하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당초 중국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 무이파가 서해안으로 북상한다는 기상청 예보에 타 방송사간의 무시무시한 자료로 그림전쟁이 시작됐다.

# 7일(일)
아침 8시-태풍’무이파’본격적으로 제주 급습!!!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600년 된 팽나무가 쓰러졌다는 데스크의 지시를 받고 성산으로 향했다.
취재기자 선배 : 이렇게 큰 나무도 쓰러질 수 있구나.
고진현 : 쓰러진 게 아니라 그냥 뿌리 채 뽑혔는데요.
취재기자 선배 : 수령이 600년 됐다네.
고진현 : 진짜요. 안타깝네요.
취재기자 선배 : 진현아!! 빨리하고 그림 서울 중계차 물려야 하니까 빨리 빠지자.

# 차량 이동(아침10시)
촬영을 마치고 차에 오른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500여년 조선시대 기간 보다 더 오랫동안 성읍 마을
을 지켜왔던 600년 된 천연문화제가 무이파의 위세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다니 말이다. 한 때는 분명 마을의 수호신처럼 어느 아낙들이 가족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했을 테고, 우리를 지켜줬을 나무였으리라.팽나무가 쓰러진 현장을 보곤 망연히 눈물짓던 할머니의 눈에서 그 나무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오래 머물지를 못했다. 내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 만만치 않았다. 도로 곳곳에는 반쯤 물에 잠긴 차들이 움직이고, 공중전화 박스는 맥없이누워서 내리는 빗물을 받아내고 있었다. 비를 피하고자 쓰는 우산이 방해가 될 정도로 바람은 세차게 불었다. 바위가 도로를 제 집처럼 점거하고 있을 정도로 엄청났으니 시골 농가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일지도 모른다.
고진현 : 선배 곳곳에 나무가 쓰러져 있는데요. 촬영할까요?
취재기자선배 : 우선 ~그림부터 빨리 물리고 다음 피해현장으로 가는 것은 어때?
고진현 : 넵.

# 조천 일주도로 옆 당근 밭
당근 몇 개가 물위에 둥둥 떠 있을 뿐 당근밭이란 흔적은 사라지고 없다.
취재기자후배 : 선배 여기서 ON-MIC 잡을까요??
고진현 : 그래. 그럼 밭 한가운데서 잡아볼까…밭에 물이 얼마나 차 있는지 선아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면서 해보자
취재기자 후배 : 선배 여기 완전 뻘이에 요…발이 안 빠져요. 어떡 하죠…이런.
고진현 : 동성(오디오맨)아 가서 좀 도와줘 봐봐.
오디오맨 : 형님 저도 발이 안 떨어지는 되요..ㅋㅋ
고진현 : 이거 장난 아닌데…미안하다 선아야…옷 완전대박 났네…미안!!

# 사무실(오후5시) -또 다른 전쟁터
중계차 그림 만들랴…로컬, 전국 리포트 만들랴… 모두가 정신이 없다.
편집진행 선배 : 진현아 뭐 뭐 찍었니?? 장난이 아니네. 그림 다 누가 가지고 있는 거야?
촬영기자 데스크 : 진현아 이거, 이거 리포트 편집해야 한다. 로컬과 전국은 취재기자 오디오만 바뀐다. OK??
2003년 태풍‘매미’, 2007년‘나리’, 2011년‘무이파’
제주는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에 서 있다. 매년 여름이면 연례 행사인양 태풍은 제주를 강타하고 보도국기자들을 긴장하게 한다. 휴가를 왔다가 낭패를 본관광객, 수영장이 돼버린 밭, 힘없이 쓰러진 600년 된 팽나무, 지붕이 날아간 학교건물, 그리고 사람목숨까지, ‘무이파’는 제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과연 이러한 피해가 천재지변일까?? 보도국 기자들은 보도를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단순히 좋은 영상 확보를 위해 취재하고 촬영하고 방송하는데 급급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재난재해 방송의 중심에 있는 KBS에 몸을 담고 있는 나로서 좀 더 기자정신으로 태풍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송보도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겠다. 그리고 가장 먼저 시청자를 생각하는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고진현 KBS 제주총국 보도국
삽화 송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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