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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오전 9시. 공판이 열리는 법정 출입구 앞, 취재진들로 보이는 이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주요 포인트에 자리를 잡기 위해 트라이포드와 사다리를 뻗쳐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날 오후 2시, 취재 대상은 최태원 SK회장이다. 회삿돈 횡령 투자 혐의로 1심 선고에 맞춰 법정 출두하는 그는 모든 언론사의 관심 1순위이다. 법정 입구를 통과하는 피의자 스케치와 싱크를 확보해야하는 취재는 찰라의 과정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순간 스트레스가 굉장히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기에 출입구가 여러 곳인 상황에서 언론의 시선을 피해보려는 취재원과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려는 취재진들과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더해지면 그 스트레스는 배가 된다.
그래서 장소를 제공해주는 법원과 취재원, 취재진 모두 사전에 합의를 통해 포토라인을 만들고 서로가 만족할 만한 룰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후 1시 30분.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최태원 회장이 지나가는 곳마다 아비규환의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포토라인에 맞춰 일렬로 세워 놓았던 트라이포드는 쓰러진다. 뒷걸음치며 셔터버튼을 쉴 새 없이 누르는 사진기자가 넘어지고 뒤에 있는 계단을 보지 못한 영상기자는 엉덩방아를 찧을 뻔 한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최태원 회장의 싱크를 따보려고 두 팔을 올려 육중한 ENG카메라를 머리위에 든 채 까치발을 위태롭게 디디며 쫓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이 순간 초등학생 때 받았던 벌이 생각나는 사람은 나뿐이었을까?
약속했던 포토라인을 깨고 수행원을 대동한 채 반대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최태원 회장을 그냥 보고만 있을 취재진은 한명도 없기에 결국 이리가지고 못하고 저리가지도 못한 채 법원 정문 로비에서 꼼짝없이 얼마간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겨우 일이 마무리되고 홍보팀에게 강하게 항의를 한다. 선고 후 나올 때는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을 다짐 받는다. 이번엔 홍보팀과 법원에서 언급한 출구에 포토라인을 믿고 설치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출입구에 자리 잡은 몇 명의 취재진들 빼고는 모두들 선고 공판이 확정되길 기다리면서 그 곳 유리 현관문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결과는 최태원 회장 징역 4년,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된다.
모두들 선고 이후 최재원 부회장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포토라인에 있던 취재진들이 뒷문으로 뛰기 시작한다. 아차 싶은 마음에 너도 달리고 나도 달린다.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간 곳에서 최재원 부회장이 탄 차가 보인다. 취재진과 수행원들이 뒤엉켜 악을 쓰며 실랑이는 벌이는 그 곳.‘두 번의 불신’이라는 씨앗이 어느새 자라 서로에 대한 분노로 증폭되어 있다. 형의 구형에 충격을 받은 듯한 동생이라지만 공인으로서 약속을 저버리고 언론을 회피하는 모습은 당당하게 자신의 소명을 밝히고 사회적 기업을 추구하는 CEO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이 와중에 KBS 정환욱 기자는 불특정 수행원에게 발등이 밟혀 골절되는 불미스런 사고까지 발생해 더욱 더 불신감만 커져갔다. SK가 주연인 한 편의 블랙코미디 작품에 조연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우리 카메라기자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보여 씁쓸하기까지 하다.

이런 후진적인 취재 관행이 바뀌기 위해서는 재계 총수이자 공인으로서 자신의 입장을 언론 앞에 당당하게 나서서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하려고 하는 책임감이 요구되어야 할 것이다.

배문산 SBS 영상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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