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29 20:33

나로호 발사 취재기

조회 수 1050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26일 (D-4)
여행용 캐리어를 꺼내 주섬주섬 짐을 담는다. 작년 늦가을 첫 취재 때는 가벼운 배낭을 하나 짊어지고 갔던 것 같은데, 3번째가 되니 한겨울이 되어버렸다. 옷이 그만큼 두꺼워 졌으니 짐도 자연스레 늘 수밖에...
늘 내려갈 때 마다 출장기한은 5일+a 다. 5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5일짜리 출장이야 우리에게는 자주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늘 5일 옆에 붙어있는 +a 가 문제다. +a가 수십 일이 되진 않지만 단지 확신이 없는 기간이 불안하다고 할까?

27일 (D-3)
여수공항에 비행기가 내리고 창밖을 보니 바람이 많이 분다. 을씨년스럽게도 하늘도 우중충 하고, 약한 눈발도 날린다. 하늘이 황금 같은 일요일, 게다가 생일에 출장을 가는 내 마음 같다. 나로우주센터 주차장에 마련된 KBS 취재 부스에 장비를 풀고 내일부터 시작될 보도를 위해 사전 점검에 들어갔다. 3번 반복되다 보니 이젠 1시간 만에 척척이다. 2차 때 말썽이었던 편집기도 이번에는 쌩쌩 잘도 돌아간다.

28일 (D-2)
냉정하게 말해 나로호 발사는 나로호가 쏘아질 하늘 저 멀리 만큼이나 이미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많은 사람들은 미래의 우주강국 보다는 현재의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과 그녀의 인수위원회에 귀를 세웠고, 언론의 뉴스 또한 앞으로 꾸려질 새 정부에 맞춰 있다. 그래서 뉴스의 양도 줄어 오늘은 나로호의 기립과 관련된 뉴스 1꼭지. 하지만 슬프게도 양이 줄었다고 취재의 양이 준 것은 아니다.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배를 타고 발사대 가장 가까운 암초위로 올라갔다. 매번 올라갔던 암초였는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해경에서 육지로 올라갈 것을 요청했다. 이왕 올라간 암초이니 기립까진 취재하고 얌전히(?) 배를 타고 나왔다.
우주센터로 복귀하니 우리가 무단으로 나로 발사대 근처까지 갔다는 이상한 소문이...

29일 (D-1)
발사 하루 전, 우주센터는 날씨도 쾌청하고 태풍전야처럼 고요하다. 마음은 이미 발사 성공 후 집으로 향하고 있다. 새로울 것도 전혀 없는 1,2차와 반복된 취재일정. 3번에 걸쳐 선발대로 내려와 후발대로 올라갔던 나에겐 나로 우주센터는 대한민국 우주강국의 전초기지가 아닌 외로운 남쪽나라일 뿐이다.

30일 (D-day)
이른 아침 우주센터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나로호 모형 위 까마귀가 앉아 까악 거리기 시작했다. 10분여 목 놓아 울어대는데 불안함이 엄습했다. 어찌나 까마귀 소리가 구슬프던지 또 다시 실패하려나 보다 하고 있는데, 동기의 한마디 “제일 중요한 1단 발사체는 러시아 꺼잖아, 외국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래~ 오늘은 성공하나 보다.”
울어댄 까마귀 때문이었을까? 예정된 발사시간 나로호는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나로호 삼수 만에 SKY 입성’ 이라는 조소 섞인 말도 있었지만, 가을부터 해 넘어 한겨울까지 나로호를 취재했던 취재진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항우연의 조광래 단장이 발사성공 전까지 공황장애를 앓을 정도라 하니, 연구진의 발사에 대한 갈증이야 어느 국민들보다 간절했을 거다.
물론 100여명의 취재진들도 마찬가지, 이제 고흥은 안녕이다. (2020년 유인우주선 발사 전까지만//)  

윤성구 KBS보도영상국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조회 수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류최악의 원전사고, ‘체르노빌원전사고’를 알린 네 명의 영상기자들 file 2023.11.20 71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사이드 러시아: 푸틴의 국내 전쟁(Inside Russia: Putin’s War at Home)” file 2023.11.20 95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 file 2023.11.20 100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Russian Soft Power in The CAR)” file 2023.11.20 117
모든 것이 특별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file 2023.11.15 118
지역에서는 이미 불거진 문제, 아쉬움만 가득한 잼버리 조기퇴영 file 2023.08.31 128
2023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도 광주처럼] file 2023.12.18 140
저는 지금 텔아비브의 중심가에 나와 있습니다 file 2023.11.15 145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숙제” file 2023.08.31 178
언론인에 대한 정교하고 다양해진 공격, 직업적 연대로 극복해야 file 2022.11.01 179
EEZ 중국 불법어선 단속 동행 취재기 file 2023.12.21 180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 file 2023.08.31 195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 취재기] 뉴스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등지고 서다. file 2022.12.28 197
“첫 취재를 함께 했던 언론인 동료이자 친구인 故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죽음 영상으로 담아낸 고통 …팔레스타인의 진실 계속 취재할 것” file 2022.11.01 211
“후쿠시마 오염수, 서로 다른 체감온도” file 2023.08.31 212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발표 취재기 file 2023.12.21 234
[현장에서] ‘세계적 보편성’ 인정받은 ‘세계의 지역성’ …‘ATF2022’와 다큐멘터리 ‘화엄(華嚴)’ file 2023.03.03 241
[현장에서] “독재와 권력에 맞설 우리의 무기는 손에 든 카메라와 마이크입니다.” file 2022.07.01 243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현장 취재기] 월드컵 역사상 다신 없을 카타르 월드컵 file 2022.12.28 263
[현장에서] 카메라와 아이디어로 담아낸 현실의 부당함과 저항, 인간의 투쟁이 세상의 조명을 받도록 file 2022.07.01 270
외신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 시각의 전쟁 취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file 2023.12.21 27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