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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대림산업 화재현장

퇴근 후, 집에서 저녁을 먹는 중 갑자기 막내 기자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여수산단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나 수십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비보였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부리나케 회사로 와 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 출입이 녹록치는 않을 것이라고 후배에게 말해주고, 대림산업 정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소방차와 구급차가 보이는 곳으로 카메라셔터를 누른 채 전력질주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대림산업 직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쫓아오기 시작했고 얼마 가지 못해 그 사람들의 손에 붙잡히게 되었다. 현장에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생생한 영상을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몸으로 현장진입을 가로막는 대림산업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현장상황과 몸으로 육탄 방어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모두 촬영했다. 10분여간의 혈투 끝에 현장소장이 달려와 현장출입을 허가했다. 하지만, 경미한 사고라는 핑계만 늘어놓으며 현장으로 출입은 끝까지 불허했다. 내가 사고현장을 촬영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현장소장을 설득했다. 6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인재를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으면 사고피해 근로자들과 국민들에게 더 큰 비판을 받고 결국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될 것이라면 반 협박을 했다. 그렇게 지리한 논쟁을 하며 조금씩 조금씩 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고 규모나 피해가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해 현장출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다행이 경찰과 소방관들이 있는 지역까지 접근해 당시 피해 상황과 현장상황을 촬영했다. 그렇게 1시간여의 현장상황을 취재하고 영상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고의 규모나 피해상황이 수시로 변하고 추가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어 혼자 이일을 감당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회사에 편집 기자를 대기시켜줄 것을 요구했고, 취재한 영상자료를 편집기자가 편집해 12시 마감뉴스에 on air시켜야한다고 보고했다. 또한, 사고 피해자들이 병원으로 계속해서 이송중이어서 병원으로 촬영 기자를 바로 배치할 것도 요구했다. 그렇게 발 빠른 대처를 통해 방송3사중 유일하게 리포트를 12시 마감뉴스에 맞출 수 있었다. 현장상황이 새벽2시쯤 종료되고 다음날 사고피해  에 대한 브리핑을 하겠다는 대림측의 발표를 듣고 회사로 철수했다.
대림산업 피해는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더 끔찍하고 참혹한 사고 있다. 대림산업은 현장 상황을 최대한 언론에 공개되지 않도록 현장출입을 제한했고, 현장 피해나 추가폭발이 있을 수 있다는 관계로 기자들이 현장으로 출입하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 이번 사고를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겪었던 현실적 어려움은 카메라기자의 본연의 임무인 현장스케치를 하지 못해 시청자들에게 사실적이고 생생한 뉴스를 전달하지 못해 답답함과 아쉬움을 많았다. 단순히 경쟁사보다 더 나은 현장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자책감보다는 시청자들에게 사고 현장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전달하지 못해 철저히 관리부실로 벌어진 사고를 또 다시 얼렁뚱땅 넘어가려하는 대림산업의 태도를 국민들에게 고발했어야 했다. 그래서 책임자들에게 그에 합당한 도의적 법률적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카메라기자의 역할이지만 현실적 한계에 부딪쳐 내 역할과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송정혁 여수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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