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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취재해 본 종합대회, 22회 소치 동계 올림픽은 내게 ‘함께 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병풍처럼 펼쳐진 설산을 배경으로 한 야자수 무리. 우선 그게 첫인상이다.

 대회기간 중 종종 추웠던 날도 있었지만, 해상클러스터가 있는 아들러 지역의 날씨 대부분은 포근함이었다.

생각보다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멀리 눈 쌓인 산봉우리를 보는 일이 많았다. 어차피 산악이 아닌 해상클러스터에서 열리는 경기는 모두 실내에서 이뤄지니 ‘이런 따뜻한 날씨에 동계올림픽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괜한 것이었다.


  종합대회 취재는 뉴스를 위한 취재가 전부가 아니다. 교양, 중계 등의 제작 또한 모두 IBC (국제 방송센터) 내의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데 그 구성원들의 역할이 겹칠 때가 있다. 특히 우리 일이 그렇다. SBS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소치 현장에 온 8뉴스 앵커의 현장 연결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하는 경우가 아닐 때) 장소를 탐색하고 녹화하는 역할을 카메라 기자가 했다.

능동성과 그 날 경기들에 대한 중요도의 이해, 현장에서의 적절한 판단 등이 필요한 일이다. 거기에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경기가 열릴 때 중계 UNI카메라를 운용하는 일 또한 우리 몫이었다.

중계 피디의 콜이 오기 전에 경기 뿐만 아니라 그 외적인 상황들까지도 미리 파악해 시청자들이 풍부한 현장의 그림을 보는데 기여했다. UNI카메라를 운용한 박영일 선배의 체력적인 피로도가 쭉쭉 올라가는 게 유일한 안타까움이었다. 이런 취재 상황 역시 평소와는 달리 방송을 ‘함께’ 만드는 모습으로 여겨졌다.


  차가운 대륙에 사는 무뚝뚝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러시아인들에 대한 내 선입관은 금방 깨졌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올림픽 파크에서 흥겹게 춤을 추고 있었고, 경기장을 찾은 러시아 관중들은 시합 사이사이에 있던 여흥 타임에 크게 웃으며 소리를 질렀다.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에 있던 손님들도 홀 중심에 모여 음악에 맞춰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나이나 인종은 개의치 않았다.

내가 본 도시 전체가 올림픽이라는 축제를 온몸으로 즐길 준비가 돼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부족한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영어를 못하거나 파크 내 길조차 모르는 자원봉사자들이 수두룩했다. 대회 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자면, 대회 시작 전 컬링 경기장에 취재를 갔었다. 대회가 1주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아직 경기장 바닥이 얼음이 없는 시멘트 상태인 것을 보고 우리는 설명을 듣기 위해 담당자를 청했다. 불려온 담당자와 한참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자 그 담당자의 반응이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자신은 컬링 경기장의 식음료 담당이라며 웃는 게 아닌가! 내게 왜 그런 것을 묻느냐는 표정으로. 이런 식이었다. 처음 담당자를 청했을 때 아무나 불러온 자원봉사자, 자신의 업무가 아님에도 대강 답을 해주던 식음료 담당자. 이런 모습을 보면서 큰 행사를 치를 준비가 덜 돼있다는 생각을 했다. 소치에는 즐기기 위한 마음과 미진한 행사 준비가 함께 있었다.


  다섯 시간이라는 조금은 애매한 시차와 늦은 경기 시간으로 육체적으로는 피곤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종합대회 취재의 큰 경험과 러시아 소치라는 평소 쉽게 갈 수 없는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이 함께 했던 출장이었다. 그리고 많은 인원이 함께 했던 만큼 다녀와서는 역시 내가 현장에서 얼마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폐를 끼치지 않았는지를 반성하게 되는 출장이었다.

 

 

 

 

신동환 / SBS 영상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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