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소치취재기1.jpg

 

소치취재기2.jpg


  처음 취재해 본 종합대회, 22회 소치 동계 올림픽은 내게 ‘함께 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병풍처럼 펼쳐진 설산을 배경으로 한 야자수 무리. 우선 그게 첫인상이다.

 대회기간 중 종종 추웠던 날도 있었지만, 해상클러스터가 있는 아들러 지역의 날씨 대부분은 포근함이었다.

생각보다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멀리 눈 쌓인 산봉우리를 보는 일이 많았다. 어차피 산악이 아닌 해상클러스터에서 열리는 경기는 모두 실내에서 이뤄지니 ‘이런 따뜻한 날씨에 동계올림픽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괜한 것이었다.


  종합대회 취재는 뉴스를 위한 취재가 전부가 아니다. 교양, 중계 등의 제작 또한 모두 IBC (국제 방송센터) 내의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데 그 구성원들의 역할이 겹칠 때가 있다. 특히 우리 일이 그렇다. SBS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소치 현장에 온 8뉴스 앵커의 현장 연결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하는 경우가 아닐 때) 장소를 탐색하고 녹화하는 역할을 카메라 기자가 했다.

능동성과 그 날 경기들에 대한 중요도의 이해, 현장에서의 적절한 판단 등이 필요한 일이다. 거기에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경기가 열릴 때 중계 UNI카메라를 운용하는 일 또한 우리 몫이었다.

중계 피디의 콜이 오기 전에 경기 뿐만 아니라 그 외적인 상황들까지도 미리 파악해 시청자들이 풍부한 현장의 그림을 보는데 기여했다. UNI카메라를 운용한 박영일 선배의 체력적인 피로도가 쭉쭉 올라가는 게 유일한 안타까움이었다. 이런 취재 상황 역시 평소와는 달리 방송을 ‘함께’ 만드는 모습으로 여겨졌다.


  차가운 대륙에 사는 무뚝뚝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러시아인들에 대한 내 선입관은 금방 깨졌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올림픽 파크에서 흥겹게 춤을 추고 있었고, 경기장을 찾은 러시아 관중들은 시합 사이사이에 있던 여흥 타임에 크게 웃으며 소리를 질렀다.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에 있던 손님들도 홀 중심에 모여 음악에 맞춰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나이나 인종은 개의치 않았다.

내가 본 도시 전체가 올림픽이라는 축제를 온몸으로 즐길 준비가 돼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부족한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영어를 못하거나 파크 내 길조차 모르는 자원봉사자들이 수두룩했다. 대회 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자면, 대회 시작 전 컬링 경기장에 취재를 갔었다. 대회가 1주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아직 경기장 바닥이 얼음이 없는 시멘트 상태인 것을 보고 우리는 설명을 듣기 위해 담당자를 청했다. 불려온 담당자와 한참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자 그 담당자의 반응이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자신은 컬링 경기장의 식음료 담당이라며 웃는 게 아닌가! 내게 왜 그런 것을 묻느냐는 표정으로. 이런 식이었다. 처음 담당자를 청했을 때 아무나 불러온 자원봉사자, 자신의 업무가 아님에도 대강 답을 해주던 식음료 담당자. 이런 모습을 보면서 큰 행사를 치를 준비가 덜 돼있다는 생각을 했다. 소치에는 즐기기 위한 마음과 미진한 행사 준비가 함께 있었다.


  다섯 시간이라는 조금은 애매한 시차와 늦은 경기 시간으로 육체적으로는 피곤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종합대회 취재의 큰 경험과 러시아 소치라는 평소 쉽게 갈 수 없는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이 함께 했던 출장이었다. 그리고 많은 인원이 함께 했던 만큼 다녀와서는 역시 내가 현장에서 얼마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폐를 끼치지 않았는지를 반성하게 되는 출장이었다.

 

 

 

 

신동환 / SBS 영상취재팀


  1. 세월호 침몰 사고가 언론에 준 숙제

    세월호 침몰 사고가 언론에 준 숙제.. “기자들이랑 얘기해봤자 말도 안 통해!” 실종자 가족들이 거세게 항의를 하고 갔다. 뉴스 보도 때문이다. 난 정신이 번쩍 들었고, 이곳이 어딘지 다시금 되새겼다. 실종자 가족의 애끓는 외침이 메아리치는 곳, 진도 팽목...
    Date2014.05.21 Views8366
    Read More
  2. 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취재후기

    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취재후기 먼저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당한 고인들과 유족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4월 16일 오전, 평상시와 똑같이 수원지국 사무실로 출근을 해서 오늘의 촬영 일정을 위해 전화를 하고 있는데,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갑자기...
    Date2014.05.21 Views8567
    Read More
  3. 소치 동계올림픽 취재기 - 온몸으로 즐기던 축제, 그리고 옥의 티

    처음 취재해 본 종합대회, 22회 소치 동계 올림픽은 내게 ‘함께 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병풍처럼 펼쳐진 설산을 배경으로 한 야자수 무리. 우선 그게 첫인상이다. 대회기간 중 종종 추웠던 날도 있었지만, 해상클러스터가 있는 아들러 지역의 날씨 대부분은 ...
    Date2014.03.20 Views8635
    Read More
  4. 쇄빙선 아라온호의 한계와 희망

    쇄빙선 아라온호의 한계와 희망 신동환/ SBS 영상취재팀 아직 활동하고 있다는 눈 덮인 활화산인 멜버른 산과 희고 긴 얼음 협곡, 대륙의 산맥들, 빙하가 지나간 거대한 자리,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는 타국의 기지들. 남극 대륙에서의 취재 마지막 날 헬기를 ...
    Date2010.04.16 Views10061
    Read More
  5. No Image

    쇼카손주쿠(松下村塾)와 아베 신조

    지난 7월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도록 최종 결정했다. 일본은 이 시설들이 '서양 기술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일본의 방식으로 산업화한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
    Date2015.09.02 Views1306
    Read More
  6. 수재민, 여러분 힘내세요!

    <강원지역 폭우, 취재를 마치고> 수재민 여러분, 힘내세요! 모처럼 쉬는 날이었던 지난 15일. 큰 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강원도는 대부분 8-9월 태풍 외에는 큰 비 피해가 없었던 터라 “상황 대기만 하면 되겠지”라는 속편한 생각으로 주말을 맞았다. ...
    Date2006.08.11 Views7558
    Read More
  7. No Image

    수해취재엔 포토라인이 없다...

    제목 없음 수해 취재엔 포토라인이 없다... 어느 날 밤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에 큰 파도와 폭우가 몰아쳤다. 05시 30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회사의 전화를 받고 출근한 나와 오중호 기자(취재기자)는 당장 배를 타고 위도로 들어가라는 팀장님의 명...
    Date2008.01.10 Views6830
    Read More
  8. 숭례문의 마지막을 지키며

    <숭례문 화재 취재기 Ⅰ> 숭례문의 마지막을 지키며 우리가 하는 일, 카메라기자라는 직업은 마음이 굳센 사람이어야 잘 해낼 수 있는 것 같다. 대형 화재나 교통사고와 같은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현장에서도, 또 사건 유가족 취재와 같은 가슴이 무너지고 눈물...
    Date2008.04.28 Views7743
    Read More
  9. 쉽게 허락없는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나는 사실 다사다난했던 날들을 뒤로하고 산이나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히말라야 원정을 지원했다. 하지만 등산화를 신고 오르는 두 번째 산인 안나푸르나는 나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한 산이 아니었다. 네팔 히말라야 중앙부 간다크지구에 위치...
    Date2009.12.15 Views10080
    Read More
  10. No Image

    스타 없는 대표팀의 거침없는 질주

    이집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U20 FIFA 월드컵’(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대표팀 선수 명단을 확인한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미안한 얘기지만 아는 이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홍명보號 스타급 선수의 부재’ , ‘죽음의 C조’(대한민국, 독일, 미국, 카...
    Date2009.11.13 Views6541
    Read More
  11. 스포츠 정신을 더럽히는 욱일기

    스포츠 정신을 더럽히는 욱일기 2019년 11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프리미어 프로 12 결승전이 열렸다. 그것도 한일전! 일본 최초의 이 돔야구장은 수용인원 4만 6천 명 규모로, 전일 슈퍼라운드 한일전에 이어 결승전이 열리는 것이었다. 당연히 매진. 시합 ...
    Date2020.01.10 Views450
    Read More
  12. 시라아 내전 취재기-이승주

    YTN순회특파원 첫 번째 Mission 완료 드디어, 순회특파원 첫 번째 Mission, 시리아내전을 취재하라는 출장명령이 떨어졌다. 취재지역은,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 ‘안타키아’ 라는 도시였다. 6월29일 유럽, 중동, 아프리카지역 순회특파원 인사명령...
    Date2012.11.02 Views11731
    Read More
  13. 시속 233Km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시속 233Km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우리는 시속 233Km의 허리케인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가지 않는다. - 4등급은 바람세기가 시속 131마일 ~ 155마일 (210Km ~ 249Km). 일반 주택을 심하게 파괴하거나 무너뜨리고, 나무를 뿌리째 뽑아 날려 버릴 수 있다. -...
    Date2005.10.12 Views10713
    Read More
  14. 싱가포르 북미회담 취재기

    싱가포르 북미회담 취재기 회담만큼 이슈가 된 날씨 지난 6월 12일,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회담이 싱가포 르에서 개최됐다. 북미 정상의 만남을 담고자 한국 취재진은 물론 세계 유수의 언론사 취재진이 싱가 포르...
    Date2018.07.05 Views1875
    Read More
  15. 쌍용차 평택 공장 잠입기

    쌍용차 평택공장 옥쇄 파업 취재 후기를 써 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얼떨결에 승낙해버렸다. 그로부터 벌써 3주가 흘렀다. 일반적인 취재 후기를 써야 하나? 문득 후배들이 공장 안으로 어떻게 들어갔냐고 물었던 기억이 났고, 공장에 들어가기까지의 ...
    Date2009.10.16 Views10510
    Read More
  16. No Image

    씻겨나가 평평해진 도시 - 반다 아체

    씻겨나가 평평해진 도시 - 반다 아체 [TV카메라기자17호] 임우식 기자 SBS뉴스텍 영상취재팀 땅에 서 있는 모든 것들이 폭삭 주저앉았다. 해일에 휩쓸린 도시에서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괴로움이었다. 그것이야말로 마지막 재앙일지도 모른다. 복구의 삽질로...
    Date2005.03.24 Views8237
    Read More
  17. 아덴만 여명 작전 -삼호주얼리호 취재

    이국의 바다에서 삼호주얼리호를 만나다 오만의 바닷가는 ‘클린스테이트’를 지향한다는 그들의 말 만큼이나 푸르고 깨끗했다. 한국대사관과 무스카트항을 몇 번씩 오가며 삼호주얼리호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사살된 해적들의 시신처리와 생포된 해적들의 인도...
    Date2011.03.22 Views10809
    Read More
  18.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출장이 일러준 방향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출장이 일러준 방향 ▲ 아세안지역안보포럼 회의장 휴가 마지막 날, 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나의 첫 출장을 알려오는 전화였다.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와 관련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SEAN Region...
    Date2019.11.07 Views404
    Read More
  19. 아시안게임 취재기 - 우당탕탕 Jakarta

    <아시안게임 취재기> 우당탕탕 Jakarta ▶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취재하는 필자 인도네시안 타임 도착하자마자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아시안게임 델리게이트 레인으로 입국심사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끝났지만, 위탁 수하물을 찾을 때부터 ‘인...
    Date2018.10.19 Views486
    Read More
  20. 아시안게임 취재기 - 진정한 축제가 간절하다

    진정한 축제가 간절하다 우리사회가 지금 축제를 축제답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인가 스포츠팀에 오자마자 인천 아시안게임 취재명단에 이름이 들어갔을 때 설렘이나 기대는 크지 않았다. 폐막 이후의 끔찍한 그림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에. 경기장, 시설...
    Date2014.11.18 Views6993
    Read More
  21. 아시안게임 취재기 - 혼잡, 혼란, 그리고 혼합의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 취재기> 혼잡, 혼란, 그리고 혼합의 아시안게임 ▶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성화 봉송 혼잡 “어이쿠, 저렇게 껴들면 사고 안 나요?” 8월 13일 밤, 아시안게임 취재를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
    Date2018.10.19 Views42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