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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7일,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마치고 퇴근했다.

 지난주에 울산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공장은 예상치 못한 눈의 무게를 못 이기고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안타깝게도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렇게 바쁘게 1주일을 보내고 휴식을 취하고 싶어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TV를 켰다. TV에서는 파란 수퍼로 ‘마우나리조트 붕괴’라는 속보가 막 보도되고 있는 참이었다. 나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회사로 다시 뛰어 나갔다.


  회사에 도착하니, 이미 당직 선배는 먼저 현장을 가셨다. 나는 취재기자 선배와 시티병원으로 갔다. 마우나리조트는 행정 관할 상 경주였지만, 거리는 울산이 더 가까운 곳이었다. 경주관할인 대구총국에서 현장에 오기 전에 현장을 커버해야했다.

병원을 가는 차안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최소 50명 이상이 붕괴된 잔해에 깔려있는 대형사고였다.

 

 아직 촬영기자라고 하기엔 한없이 부족한 나로서는 TV에서만 보던 대형 참사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많은 학생들이 실려왔다. 그 중에는 피를 흘리고 있는 학생도 있었고 사고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 울먹거리는 학생도 있었다. 차분한 마음으로 병원의 학생들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인터뷰 해 나갔다. 학생들은 사고 당시의 생생한 장면들을 말해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그렇게 병원에서 부상자 스케치와 인터뷰를 마치고 디스크를 차량 선배에게 넘겼다. 처음 수습을 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선배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조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뉴스는 속보다. 아무리 그림을 잘 찍어도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그 그림은 없는 것이다.’라는 선배들의 조언 말이다.
 

 그렇게 서둘러 촬영을 마친 뒤 마우나리조트 현장으로 올라갔다. 마우나 고개는 왕복 4차선의 도로인데, 수많은 취재진과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로 진입하는 길은 막힌 지 오래였다.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걸어서 가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판단을 했고 30분정도 걸어 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사고 현장에는 선배가 계셨고 나는 소방본부에서 접수되는 정보들을 취합했다. 정신없이 사고 현장에서 촬영을 했고 철수 명령을 듣고 회사로 복귀했다. 5시 뉴스광장에 뉴스를 송출하기 위해 정신없이 편집을 마쳤다.


  고작 6개월 차 막내 촬영기자인 나는 이런 대형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었고 하루하루가 벅찼다. 이번 사건을 통해 촬영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곱씹게 되었다. 막내 촬영기자로써 이런 대형사건을 빨리 경험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지도 못한 꽃들이 희생당한 가슴 아픈 사건이기도 했다.


  나는 앞으로도 촬영기자로써 소명의식을 가지고 현장을 나갈 것이다. 하지만 가슴 한 켠에는 안타까움이 공존할 것이다. 이 감정은 나 개인이 홀로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촬영기자는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가서 촬영을 하고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현장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그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최선이다.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는 나를 한 단계 촬영기자로써 성숙하게 해줬고 앞으로 펼쳐질 날들에 북극성 같은 존재로 기억 될 것 같다.


 

이한범 / KBS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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