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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류석규.jpg

 

 

11년 만이다. 다시 금강산을 다녀올 기회를 얻었다. 대학교 신입생이던 2003년, 우연치 않은 기회로 금강산을 다녀 올 수 있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 되고 경색되는 남북관계 속에서 언제 한번 다시 금강산을 가보나 했다. 그런데 11년 만에 기회는 찾아왔다. 이제 대학생이 아니라, 그렇게 꿈꾸던 ‘기자’라는 이름으로, 3년 3개월 만에 이루어지는 이산가족상봉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금강산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이산가족상봉장에서 취재하는 느낌은 어떨까. 걱정보다는 호기심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다가왔다.

 

 

6개사가 함께하는 풀 카메라기자단은 3팀씩 둘로 나뉘어져 각각 1,2차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취재했다. 생중계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에서 보낸 디스크를 남측CIQ로 보내면 송출 즉시 각 사가 들어오는 영상을 플레이 시켜 방송을 했다. 선배들이 말하는 ‘원본 플레이’를 해야 했다. 신중하게, 흥분하지 않기를 되뇌이며 취재에 임했다. 커트 중심이 아니라 울음, 흐느낌, 대화가 들어오도록 되도록 길게, 감동적인 모습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1번에서 35번 가족까지. 내가 맡게 된 가족들이었다. 특히 9번 가족, 북측 최고령자가 있는 가족이었다. 오래전 헤어진 여동생과 오빠.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9번 테이블을 지키고 서 있었다. 면회장 문이 열리고 가장 앞서 들어오는 걸음도 불편한 한 노인, 그리고 한눈에 오빠를 알아보고 와락 끌어안고 오열하는 여동생. TV로만 지켜보던 모습이 내 눈 앞에, 내 뷰파인더에 펼쳐졌다. 학교 간다고, 돈 벌러 간다고 나갔던 젊음들이, 히끗히끗한 머리로, 걸음도 불편한 늙음이 되어 이제서 만난 것이다. ‘왜 이제 왔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은 한마디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런 가슴 뭉클함에 몰입 되어 취재를 하면서도, 남과 북의 벽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벌어졌다. 사연 있는 가족에 집중해 취재를 하다 보니, 북측에서 한 가족에게 집중하지 말라며 취재를 제지하고 나선 것이다. 처음에는 알겠다며 웃어 넘겼지만,(그들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둘째 날이 되어서도 또 ‘어이 YTN은 왜 그러냐’며 제지하기까지 했다. 어떤 가족은 남측 기자들이 다가갔을 때는 머뭇머뭇하더니, 녹색 완장의 북측 기자들이 다가서자 북측의 체제를 찬양하는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것이 현실임을 느낄 수 있었다.

 

 

취재가 끝나면 카메라를 내려놓고 북측 안내원들과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카메라는 얼마나 나가나’부터 눈 많이 내린 날씨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었다. 점심,저녁 시간에 자유롭게 자리하며 북측 기자들과 이야기 나눌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다. 둘째날 점심 금강산 호텔에서 이뤄진 단체 상봉 이후에 호텔 테라스에 나가 금강산의 설경을 볼 수 있었다.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은 담배를 나눠 피우며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가 멀리 보이는 금강산의 봉우리들의 이름을 궁금해하자, 자기도 금강산이 처음이라 모른다더니, 어느새 그 봉우리들의 이름들을 알아와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원도 있었다.

 

 

작별의 시간도 어느새 다가왔다. 단 6차례의 만남만으로, 또 헤어져야하는 가족들은 애써 웃음 지으려했다. 아리랑이 불리고, 고향의 봄이 면회장 여기저기서 불렸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한마디 ‘이제 죽어서 봐야지...’ 뷰파인더가 보이지 않았다. 훌쩍. 눈물이 흘렀다. 이런게 슬픔이구나. 울지 않으려했던 가족들은 어느새 이별을 직감했다. 부둥켜 안고, 울고, 마지막 손이라도 잡으려했다. 버스에 올라탄 북측 여동생은 휠체어에 앉은 언니를 보며, ‘울지말라, 웃자’고 했다. 자신의 눈에 맺힌 눈물은 보지 못했었나 보다. 먹을 것을 연신 차 안으로 넣어 주던 9번 가족. 버스가 떠난 뒤 부둥켜 안고 ‘이건 아니잖아’라고 울던 가족. 창문을 열지 못해 마지막으로 손조차 잡아보지 못한 가족. 가족이기 때문에 타의에 의한 이별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60여년 만이다. 어릴 적 헤어진 꼬마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다. 2박 3일. 단, 6차례의 만남만이 허락되었다. 만났지만 또 헤어져야하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아직도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은 너무나 많다. 고령의 이산가족이 더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단 한 번의 만남도 소중하기 때문에 금강산, 평양, 개성을 자유로이 오가고,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정례화 되길 바라본다. 흥분과 호기심으로 내딛은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왠지 모를 가슴 먹먹함으로 마무리 되었다.

 

 

 

 

류석규 / YTN 영상취재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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