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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유용규 1.jpg

 

  

수습 취재기자 동기들과 함께 서울지역 경찰서로 투입된 지 3일차, 나는 강남라인 배치 후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두 시간마다 라인 선배에게 특이사항과 경찰서를 돌며 알아낸 정보를 보고한다. 혼자서 형님이라 불리는 취재원 경찰들과 부딪치며 하루 18시간 이상을 경찰서에서 있게 된다. 현재시간 1115, 보고시간이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보고거리를 찾지 못 한 답답한 마음과 긴 밤과 새벽에 돌아다니느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송파경찰서 민원실에 앉자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서 민원인끼리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순간 보고 거리가 되겠구나 생각하고 귀를 쫑긋 세우고 수첩에 그들의 이야기를 몰래 받아 적기 시작했다.

 

민원인들의 말에 의하면 20년 전 사기범 잡힌 사건 같았다. 평소 교회에서 알고 지내던 성실한 민 집사는 딱한 사정을 핑계로 사기를 벌였다. 정씨 부부는 피해자에게 자신의 잠실 33평 아파트를 담보로 84년에 8600만 원가량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경찰서에는 가해자의 형을 만나 사기당한 돈을 받기 위한 목적의 자리였다. 나는 84년 즉 공소시효를 1년 남겼다는 피해자의 말에 졸린 기운이 달아나 더 집중하여 듣게 되었다.

 

가해자 민 씨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이름도 바꾸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미국에 피신해 있다가 이름도 바꾸고 미국 시민권으로 들어왔기에 첫 번째 입국 당시 한국에 입국 했을 때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인천공항입국 공소시효를 1년 남긴 시점에 공항 입국 심사대에 설치한 지문인식기로 인해 경찰이 잡아넣은 사건이었다. 그전에 이름을 바꿔 한국에 들어온 적 있었으나 그땐 지문검색이 안되던 시점이었다. 이후 아무 것도 모르던 가해자는 공항 입국 시 지문 인식으로 공항에서 잡혔다고 한다.

 

이 피해자 말고 다른 사람들도 돈 3000만원 빌려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가해자의 형이 최대한 다 갚는 쪽으로 하겠다고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의사를 전달하였다. 시간이 걸리지만 갚겠다며 민원실에서 이야기 하던 자리였다.

 

엿듣다 보니 보고시간을 넘겨 현재 상황까지 대충의 내용을 요약하여 라인 선배에게 보고하고 더 엿듣겠다고 보고했다. 다 엿듣고 모자란 부분을 물어보기 위해 용기 내어 민원인에게 접근하였다. 나의 회사와 기자 신분을 밝히고 명함을 건네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피해자들은 원치 않는다며 피했지만 사실 관계를 듣고 제가 도움이 될 수 있기 원해서 물어봤다라고 말을 건네고 몇 가지 질문을 빠르게 건네고 대답을 짧게 듣고 헤어졌다.

 

사건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해자의 이름과 나이 피해자 부부 중 한사람의 이름과 나이, 피해금액, 피해자의 공소시효 시점 등 기사가 나갈만한 사실이 되었음에 짜릿함을 느꼈다.

 

라인을 담당하는 선배에게 취재 한 정보들을 종합하여 보고 하였다. 선배는 수고했다며 알아낸 정보들을 데스크에 보고 하였고, 아쉽게 방송뉴스로 만들기는 영상과 소재가 조금은 빈약한 사건이라고 조언 해 주었다. 송파 수사과장의 사실 진위 여부 파악 후에 다음날 아침 인터넷에 단신 기사로 제작하기로 결정되었다. 경찰서 취재를 통해 작성된 내 첫 기사를 봤을때, 말로 표현 못하는 뿌듯함이 3일간의 피로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실제 인터넷에 단신으로 기사화 되어 실리게 되고, 나름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고 열심히 취재 했다. 같이 경찰서를 돌고있는 취재기자 동기들도 내가 한 단신기사를 보고 부러워하며, 카메라기자 말고 취재기자 하라는 농담도 주고받고 했다. 이후에도 노력한 결과 한 차례 단신기사가 더 실렸고, 지구대에 신고접수된 공포탄피 발견 사건을 보고하였다. 부족한 잠을 채우려는 마음보다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는 마음이 먼저였다. 그러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2주간, 288시간의 경찰서 생활이 종료되었다.

 

288시간의 경찰서 취재를 마친 나는 현재 현장에서 카메라를 메고 취재하는 카메라 기자로서 취재를 하고있다. 하지만 그전에 기자임을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기자이며, 진실을 카메라로 기록 하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단순히 현장을 담기만 하는 카메라기자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현장 너머에 진실을 표현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앞으로 경찰서를 돌며 능동적으로 취재 했던 기자로서의 취재소양을 잊지 않고, 사실에 입각한 취재의 중심에 서는 기자로 남고 싶다.

 

 

 

 

 

 

 

유용규 / MBN 영상취재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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