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56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취재후기

 

 

 

 

  먼저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당한 고인들과 유족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4월 16일 오전, 평상시와 똑같이 수원지국 사무실로 출근을 해서 오늘의 촬영 일정을 위해 전화를 하고 있는데,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갑자기 TV를 보시던 지국장께서 큰일이 났다 ‘수학여행 학생들을 태우고 가던 배가 침몰 중’ 이라고 대형사고로 이어질 것 같다고 하여 안산 단원고로 출발을 하면서 차안에서 이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21세기 최첨단 기기들을 보유한 대한민국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들이니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면 모두 살 수 있을 것이다. 육지에서도 가깝고 주변에 조업 중이던 배들도 있을 것이니 분명히 다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단원고 4층 강당에 도착해보니 이미 학부모님들이 많이 모여 계셨고 교육청 관계자들도 와 있었다. 방송자막에 학생전원 구출이라는 수퍼가 보이자 한쪽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몇 몇 학부모님들이 학생과 전화통화가 안된다면서 전원 구출을 의심했고 갑자기 강당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와 통화가 안되는데 분명 큰 문제가 발생했다며 울먹였다.


  애통한 눈물을 흘리시는  부모님들을 좀 더 잘(?) 촬영해보고자 6mm를 든 VJ들이 근접 촬영을 시도했고 우리 카메라기자들도 앵글이 좁아지니 근접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 되었다. 점점 취재열기가 과열되기 시작하였다. 진도로 향하는 버스가 마련되어 일부 학부모님은 버스에 올랐다.
  오후에 더 많은 취재진들이 모여들었고 일부 6mm를 든 VJ들이 과도한 근접촬영을 하다가 학부모님들에게 혼이 나면서 강당에 있던 모든 취재진들이 내쫓기는 상황이 되었다. 학교 운동장에는 모든 방송사의 중계차들로 가득 찼고 송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범하고 조용했던 고등학교가 대 홍역을 치루며 사고 첫째 날이 저물었다.


  사고 둘째 날부터는 지상파 풀단(SBS,KBS,MBC,OBS,YTN,MBN)을 구성하였다. 첫날에 너무 과열된 취재열기로 인해 학생들과 유가족들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취재하자는 의견들이 모아졌기 때문이었다. 부족한 제가 풀단 간사를 맞아서 2팀씩 3곳에 위치 풀을 했는데 풀단 선,후배님들의 헌신의 노력으로 큰 무리 없이 취재를  할 수 있었다.


  매일 밤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귀환 촛불집회가 진행되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사고 3일째 임시분향소가 차려지고 우리 취재단도 분향소 옆으로 기자실을 만들어 이동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학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정신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교육청에서 내린 조치였다. 임시분향소에는 안산 시민들을 비롯한 수많은 국민들이 조의를 표하고자 분향소를 찾았고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함께 울어주었다.
 
  풀단 카메라기자들도 분향소 안에서 촬영하면서 함께 눈물을 흘려서 포커스를 맞추는데 힘이 들었다고 하였다. 참으로 비통하고 애통하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는 표현도 부족한 사건이다. 정부에 대한 아주 큰 실망감과 분통이 터져 욕하는 많은 분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성장만을 위해 달려오느라 안전과 사회 여러 가지 고질병들을 외면해 온 것이 이런 참사를 불렀다고 생각된다. 이글을 쓰는 저도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고인다. 고 2학생을 둔 제 가슴이 먹먹하고 그저 미안함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자원봉사자들이 24시간 분향소 안팎으로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에 ‘아~ 아직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감사의 마음도 들었다. 한 할아버지는 어른들이 다 잘못해서 어린 학생들이 죽게 되었다면서 원통한 마음에 할복을 기도해서 또 한번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그런가 하면 유가족분 중 한 여성이 임시분향소에 있는 방송카메라들을 모두 철수하라고 고함을 치시고 강력히 항의를 하셔서 모든 중계 카메라와 ENG가 밖으로 내쫓기는 수모도 격어야 했다.


  합동분향소에서도 방송사 중역들의 실언이 문제가 되어  쫓겨나는 수모를 또 겪어야 했다. 매일 밤 열리는 촛불집회에 정치성을 가지신 분들이 조금 있어서 본래 순수한 추모모임이 약간 희석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참사 취재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들을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첫째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해줘야 하는데 울면서 인터뷰한 영상을 모자이크 없이 내보냈던 (물론 나중에는 모두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둘째로 너무 늦게 만들어진 포토 가이드 라인과 풀단 구성이다. 미성년자들이 많은 학교 취재를 할 때 방송사들이 점령하듯이 취재하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풀단을 구성해서 최대한 정신적인 충격을 입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야 된다고 생각된다. 풀단에서 단원고 앞에서 학생들을 취재하지 않기로 협의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켜지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종편과 6mm VJ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맏형으로 이런 큰일들이 발생 했을 때 함께 취재 가이드라인을 협의하여 언론사들의 취재로 인하여 유족들에게 2차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안산은 진행 중에 있다. 정말로 이번을 마지막으로 안전 불감증이 사라지고 모든 시스템들이 정비되고, 확충되어 다시는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된다. 고귀한 생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후대에 알리는 경종이 되기를 소망한다.
  끝으로 그동안 풀단에서 수고해주신 모든 선후배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명구 / SBS 수원


  1. 세월호 침몰 사고가 언론에 준 숙제

    세월호 침몰 사고가 언론에 준 숙제.. “기자들이랑 얘기해봤자 말도 안 통해!” 실종자 가족들이 거세게 항의를 하고 갔다. 뉴스 보도 때문이다. 난 정신이 번쩍 들었고, 이곳이 어딘지 다시금 되새겼다. 실종자 가족의 애끓는 외침이 메아리치는 곳, 진도 팽목...
    Date2014.05.21 Views8366
    Read More
  2. 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취재후기

    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취재후기 먼저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당한 고인들과 유족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4월 16일 오전, 평상시와 똑같이 수원지국 사무실로 출근을 해서 오늘의 촬영 일정을 위해 전화를 하고 있는데,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갑자기...
    Date2014.05.21 Views8567
    Read More
  3. 소치 동계올림픽 취재기 - 온몸으로 즐기던 축제, 그리고 옥의 티

    처음 취재해 본 종합대회, 22회 소치 동계 올림픽은 내게 ‘함께 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병풍처럼 펼쳐진 설산을 배경으로 한 야자수 무리. 우선 그게 첫인상이다. 대회기간 중 종종 추웠던 날도 있었지만, 해상클러스터가 있는 아들러 지역의 날씨 대부분은 ...
    Date2014.03.20 Views8635
    Read More
  4. 쇄빙선 아라온호의 한계와 희망

    쇄빙선 아라온호의 한계와 희망 신동환/ SBS 영상취재팀 아직 활동하고 있다는 눈 덮인 활화산인 멜버른 산과 희고 긴 얼음 협곡, 대륙의 산맥들, 빙하가 지나간 거대한 자리,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는 타국의 기지들. 남극 대륙에서의 취재 마지막 날 헬기를 ...
    Date2010.04.16 Views10061
    Read More
  5. No Image

    쇼카손주쿠(松下村塾)와 아베 신조

    지난 7월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도록 최종 결정했다. 일본은 이 시설들이 '서양 기술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일본의 방식으로 산업화한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
    Date2015.09.02 Views1306
    Read More
  6. 수재민, 여러분 힘내세요!

    <강원지역 폭우, 취재를 마치고> 수재민 여러분, 힘내세요! 모처럼 쉬는 날이었던 지난 15일. 큰 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강원도는 대부분 8-9월 태풍 외에는 큰 비 피해가 없었던 터라 “상황 대기만 하면 되겠지”라는 속편한 생각으로 주말을 맞았다. ...
    Date2006.08.11 Views7558
    Read More
  7. No Image

    수해취재엔 포토라인이 없다...

    제목 없음 수해 취재엔 포토라인이 없다... 어느 날 밤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에 큰 파도와 폭우가 몰아쳤다. 05시 30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회사의 전화를 받고 출근한 나와 오중호 기자(취재기자)는 당장 배를 타고 위도로 들어가라는 팀장님의 명...
    Date2008.01.10 Views6830
    Read More
  8. 숭례문의 마지막을 지키며

    <숭례문 화재 취재기 Ⅰ> 숭례문의 마지막을 지키며 우리가 하는 일, 카메라기자라는 직업은 마음이 굳센 사람이어야 잘 해낼 수 있는 것 같다. 대형 화재나 교통사고와 같은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현장에서도, 또 사건 유가족 취재와 같은 가슴이 무너지고 눈물...
    Date2008.04.28 Views7743
    Read More
  9. 쉽게 허락없는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

    나는 사실 다사다난했던 날들을 뒤로하고 산이나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히말라야 원정을 지원했다. 하지만 등산화를 신고 오르는 두 번째 산인 안나푸르나는 나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한 산이 아니었다. 네팔 히말라야 중앙부 간다크지구에 위치...
    Date2009.12.15 Views10080
    Read More
  10. No Image

    스타 없는 대표팀의 거침없는 질주

    이집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U20 FIFA 월드컵’(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대표팀 선수 명단을 확인한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미안한 얘기지만 아는 이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홍명보號 스타급 선수의 부재’ , ‘죽음의 C조’(대한민국, 독일, 미국, 카...
    Date2009.11.13 Views6541
    Read More
  11. 스포츠 정신을 더럽히는 욱일기

    스포츠 정신을 더럽히는 욱일기 2019년 11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프리미어 프로 12 결승전이 열렸다. 그것도 한일전! 일본 최초의 이 돔야구장은 수용인원 4만 6천 명 규모로, 전일 슈퍼라운드 한일전에 이어 결승전이 열리는 것이었다. 당연히 매진. 시합 ...
    Date2020.01.10 Views450
    Read More
  12. 시라아 내전 취재기-이승주

    YTN순회특파원 첫 번째 Mission 완료 드디어, 순회특파원 첫 번째 Mission, 시리아내전을 취재하라는 출장명령이 떨어졌다. 취재지역은,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 ‘안타키아’ 라는 도시였다. 6월29일 유럽, 중동, 아프리카지역 순회특파원 인사명령...
    Date2012.11.02 Views11731
    Read More
  13. 시속 233Km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시속 233Km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우리는 시속 233Km의 허리케인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가지 않는다. - 4등급은 바람세기가 시속 131마일 ~ 155마일 (210Km ~ 249Km). 일반 주택을 심하게 파괴하거나 무너뜨리고, 나무를 뿌리째 뽑아 날려 버릴 수 있다. -...
    Date2005.10.12 Views10713
    Read More
  14. 싱가포르 북미회담 취재기

    싱가포르 북미회담 취재기 회담만큼 이슈가 된 날씨 지난 6월 12일,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회담이 싱가포 르에서 개최됐다. 북미 정상의 만남을 담고자 한국 취재진은 물론 세계 유수의 언론사 취재진이 싱가 포르...
    Date2018.07.05 Views1875
    Read More
  15. 쌍용차 평택 공장 잠입기

    쌍용차 평택공장 옥쇄 파업 취재 후기를 써 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얼떨결에 승낙해버렸다. 그로부터 벌써 3주가 흘렀다. 일반적인 취재 후기를 써야 하나? 문득 후배들이 공장 안으로 어떻게 들어갔냐고 물었던 기억이 났고, 공장에 들어가기까지의 ...
    Date2009.10.16 Views10510
    Read More
  16. No Image

    씻겨나가 평평해진 도시 - 반다 아체

    씻겨나가 평평해진 도시 - 반다 아체 [TV카메라기자17호] 임우식 기자 SBS뉴스텍 영상취재팀 땅에 서 있는 모든 것들이 폭삭 주저앉았다. 해일에 휩쓸린 도시에서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괴로움이었다. 그것이야말로 마지막 재앙일지도 모른다. 복구의 삽질로...
    Date2005.03.24 Views8237
    Read More
  17. 아덴만 여명 작전 -삼호주얼리호 취재

    이국의 바다에서 삼호주얼리호를 만나다 오만의 바닷가는 ‘클린스테이트’를 지향한다는 그들의 말 만큼이나 푸르고 깨끗했다. 한국대사관과 무스카트항을 몇 번씩 오가며 삼호주얼리호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사살된 해적들의 시신처리와 생포된 해적들의 인도...
    Date2011.03.22 Views10809
    Read More
  18.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출장이 일러준 방향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출장이 일러준 방향 ▲ 아세안지역안보포럼 회의장 휴가 마지막 날, 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나의 첫 출장을 알려오는 전화였다.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와 관련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SEAN Region...
    Date2019.11.07 Views404
    Read More
  19. 아시안게임 취재기 - 우당탕탕 Jakarta

    <아시안게임 취재기> 우당탕탕 Jakarta ▶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취재하는 필자 인도네시안 타임 도착하자마자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아시안게임 델리게이트 레인으로 입국심사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끝났지만, 위탁 수하물을 찾을 때부터 ‘인...
    Date2018.10.19 Views486
    Read More
  20. 아시안게임 취재기 - 진정한 축제가 간절하다

    진정한 축제가 간절하다 우리사회가 지금 축제를 축제답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인가 스포츠팀에 오자마자 인천 아시안게임 취재명단에 이름이 들어갔을 때 설렘이나 기대는 크지 않았다. 폐막 이후의 끔찍한 그림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에. 경기장, 시설...
    Date2014.11.18 Views6993
    Read More
  21. 아시안게임 취재기 - 혼잡, 혼란, 그리고 혼합의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 취재기> 혼잡, 혼란, 그리고 혼합의 아시안게임 ▶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성화 봉송 혼잡 “어이쿠, 저렇게 껴들면 사고 안 나요?” 8월 13일 밤, 아시안게임 취재를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
    Date2018.10.19 Views42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