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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취재후기

 

 

 

 

  먼저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당한 고인들과 유족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4월 16일 오전, 평상시와 똑같이 수원지국 사무실로 출근을 해서 오늘의 촬영 일정을 위해 전화를 하고 있는데,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갑자기 TV를 보시던 지국장께서 큰일이 났다 ‘수학여행 학생들을 태우고 가던 배가 침몰 중’ 이라고 대형사고로 이어질 것 같다고 하여 안산 단원고로 출발을 하면서 차안에서 이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21세기 최첨단 기기들을 보유한 대한민국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들이니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면 모두 살 수 있을 것이다. 육지에서도 가깝고 주변에 조업 중이던 배들도 있을 것이니 분명히 다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단원고 4층 강당에 도착해보니 이미 학부모님들이 많이 모여 계셨고 교육청 관계자들도 와 있었다. 방송자막에 학생전원 구출이라는 수퍼가 보이자 한쪽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몇 몇 학부모님들이 학생과 전화통화가 안된다면서 전원 구출을 의심했고 갑자기 강당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와 통화가 안되는데 분명 큰 문제가 발생했다며 울먹였다.


  애통한 눈물을 흘리시는  부모님들을 좀 더 잘(?) 촬영해보고자 6mm를 든 VJ들이 근접 촬영을 시도했고 우리 카메라기자들도 앵글이 좁아지니 근접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 되었다. 점점 취재열기가 과열되기 시작하였다. 진도로 향하는 버스가 마련되어 일부 학부모님은 버스에 올랐다.
  오후에 더 많은 취재진들이 모여들었고 일부 6mm를 든 VJ들이 과도한 근접촬영을 하다가 학부모님들에게 혼이 나면서 강당에 있던 모든 취재진들이 내쫓기는 상황이 되었다. 학교 운동장에는 모든 방송사의 중계차들로 가득 찼고 송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범하고 조용했던 고등학교가 대 홍역을 치루며 사고 첫째 날이 저물었다.


  사고 둘째 날부터는 지상파 풀단(SBS,KBS,MBC,OBS,YTN,MBN)을 구성하였다. 첫날에 너무 과열된 취재열기로 인해 학생들과 유가족들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취재하자는 의견들이 모아졌기 때문이었다. 부족한 제가 풀단 간사를 맞아서 2팀씩 3곳에 위치 풀을 했는데 풀단 선,후배님들의 헌신의 노력으로 큰 무리 없이 취재를  할 수 있었다.


  매일 밤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귀환 촛불집회가 진행되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사고 3일째 임시분향소가 차려지고 우리 취재단도 분향소 옆으로 기자실을 만들어 이동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학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정신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교육청에서 내린 조치였다. 임시분향소에는 안산 시민들을 비롯한 수많은 국민들이 조의를 표하고자 분향소를 찾았고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함께 울어주었다.
 
  풀단 카메라기자들도 분향소 안에서 촬영하면서 함께 눈물을 흘려서 포커스를 맞추는데 힘이 들었다고 하였다. 참으로 비통하고 애통하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는 표현도 부족한 사건이다. 정부에 대한 아주 큰 실망감과 분통이 터져 욕하는 많은 분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성장만을 위해 달려오느라 안전과 사회 여러 가지 고질병들을 외면해 온 것이 이런 참사를 불렀다고 생각된다. 이글을 쓰는 저도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고인다. 고 2학생을 둔 제 가슴이 먹먹하고 그저 미안함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자원봉사자들이 24시간 분향소 안팎으로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에 ‘아~ 아직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감사의 마음도 들었다. 한 할아버지는 어른들이 다 잘못해서 어린 학생들이 죽게 되었다면서 원통한 마음에 할복을 기도해서 또 한번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그런가 하면 유가족분 중 한 여성이 임시분향소에 있는 방송카메라들을 모두 철수하라고 고함을 치시고 강력히 항의를 하셔서 모든 중계 카메라와 ENG가 밖으로 내쫓기는 수모도 격어야 했다.


  합동분향소에서도 방송사 중역들의 실언이 문제가 되어  쫓겨나는 수모를 또 겪어야 했다. 매일 밤 열리는 촛불집회에 정치성을 가지신 분들이 조금 있어서 본래 순수한 추모모임이 약간 희석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참사 취재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들을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첫째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해줘야 하는데 울면서 인터뷰한 영상을 모자이크 없이 내보냈던 (물론 나중에는 모두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둘째로 너무 늦게 만들어진 포토 가이드 라인과 풀단 구성이다. 미성년자들이 많은 학교 취재를 할 때 방송사들이 점령하듯이 취재하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풀단을 구성해서 최대한 정신적인 충격을 입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야 된다고 생각된다. 풀단에서 단원고 앞에서 학생들을 취재하지 않기로 협의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켜지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종편과 6mm VJ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맏형으로 이런 큰일들이 발생 했을 때 함께 취재 가이드라인을 협의하여 언론사들의 취재로 인하여 유족들에게 2차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안산은 진행 중에 있다. 정말로 이번을 마지막으로 안전 불감증이 사라지고 모든 시스템들이 정비되고, 확충되어 다시는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된다. 고귀한 생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후대에 알리는 경종이 되기를 소망한다.
  끝으로 그동안 풀단에서 수고해주신 모든 선후배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명구 / SBS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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