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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대표팀이 러시아와 비긴 후 포스 두 이구아수의 대표팀 훈련장에서는 웃음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이구아수의 한국 대표팀 미디어센터인 코리아 하우스에서 대표팀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알제리 전에 대한 희망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과 팀원간의 불화를 암시하는 기사가 여기저기 나오면서 알제리 대표팀은 내부 갈등으로 조직력이 무너져 내린 것처럼만 보였다. 분위기가 좋았다. 우리는 하나로 단결하고 적들은 안으로부터 붕괴 조짐이 보이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절로 생겨났다

6월 20일 금요일
알제리 전을 앞두고 베이스캠프인 포스 두 이구아수를 떠나 포르투알레그리로 향하는 날. 대표팀의 오전 훈련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덕분에 다른 때와 달리 여유 있게 장비 가방을 챙겨 공항으로 이동 할 수 있었다. 월드컵 기간 내내 대표팀을 스토킹 하듯 따라다녀야 하는 일정. 대표팀은 전세기로 두 시간도 안 걸린 거리를 기자단은 직항 비행기가 없어 상파울루를 거쳐 6시간여 만에 포르투 알레그리에 도착했다.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도시는 쌀쌀한 공기로 우리를 맞았다. 러시아와의 예선 첫 경기가 있었던 쿠이아바와 비교하면 한여름에서 바로 겨울이 되어버린 것 같은 정 반대의 날씨다. 말끔하게 정비된 도로, 고풍스러운 건물 그리고 잘 차려 입은 사람들. 마치 역사 깊은 유럽의 도시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6월 21일 토요일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 적응 훈련을 마치고 홍명보 감독과 윤석영 선수가 기자회견을 위해 컨퍼런스 룸에 나타났다. 알제리전의 목표는 승리라며 홍감독은 다음 날 경기에 자신감을 보였고 윤석영은 브라주카에 적응을 마쳤다며 밝게 웃었다. 반면 알제리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1차전 벨기에 전의 패배가 신경 쓰였는지 시종 팀에 문제가 없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알제리가 우리의 16강 제물이 될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6월 22일 일요일
알제리와의 경기는 오후 4시였지만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났다. 포르투알레그리 시내를 조금이나마 둘러보고 가려고 하루의 시작을 서두른 것이다. 호텔이 포르투알레그리의 시내인 역사지구에 인접해 있어 걸어서 어렵지 않게 돌아 다닐 수 있었다. 일요일 아침이었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열지 않았고 인적도 드물었다. 사람이 몰린다면 서울의 명동과 비슷할 것 같았다. 지도 한 장 들고 무작정 걷고 있는데 거리 한 켠이 시끌벅적했다. 커다란 알제리 국기를 온 몸에 휘감고 무리 지어 다니는 다수의 남자들이 온 도시가 울릴 정도로 떠들고 있는 것이었다. 알제리 단체 응원단이 분명했다. 지나가는 나를 보더니 한국사람이냐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면 신이 나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한 두 명이 아니다. 나는 흔쾌히 함께 사진을 찍었지만 뒤끝이 개운하지 않았다. 사진을 찍은 후 모두들 오늘 알제리가 2대0 혹은 3대1로 이길거라고 외쳐댔기 때문이다. 나는 속으로 ‘지금 너희 알제리 팀의 분위기가 얼마나 안 좋은지 모르는 모양이군’이라고 답했다. 
베이라히우 경기장은 가건물 같았던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에 비해 상태가 훨씬 좋았다. 경기 시간이 다가오고 나는 붉은 악마를 비롯한 한국 응원단을 취재하기 위해 6mm 카메라를 들고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쿠이아바에서는 AD카드로 경기장에 들어가면 아무런 제지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베이라히우 경기장은 브라질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포르투알레그리의 구장. 출입 절차가 쿠이아바와는 비교도 안되게 까다로웠다. 각 게이트마다 개표구가 설치되어 있어 입장권이 없으면 관중석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고 옵저버 시트 티켓을 이용해 한국 응원단이 있는 관중석으로 가려 했으나 보안요원에 의해 번번이 제지되었다. .결국 내게 허락된 곳은 옵저버 시트의 구석진 자리. 카메라를 내려 놓고 그냥 경기를 관람하기로 했다. 

경기는 박진감이 넘쳤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은 마치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 같았고 공을 몰로 골대로 달려 들면 엄청난 기세에 상대편은 옴짝달싹 못할 지경이었다. 물론 알제리 팀의 이야기이다. 한 골, 두 골, 세 골. 골이 터질 때 마다 옵저버 시트 바로 아래층에 위치한 알제리 응원단은 광란의 도가니이자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반면 멀리 보이는 붉은색의 한국 응원단은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비참한 전반전이었다. 알제리 선수들의 강렬한 몸놀림에 비해 우리 팀 선수들의 움직임은 다리에 추를 매단 듯 무겁기만 했고 그 결과는 3대 0이란 스코어로 나타났다. 옵저버 시트까지 들썩이게 하는 아래층 알제리 응원단의 열기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후반전이 시작됐다. 우리 팀의 움직임이 갑자기 달라졌다. 다른 팀이 경기하러 들어온 것 같았다. 손흥민, 구자철이 추격 골을 넣었다. 알제리에게 한 골 더 실점했지만 후반전만 보면 썩 괜찮은 경기였다. 전반전에는 왜 이렇게 못 뛰었을까하는 의구심이 절로 생겼다.
아침에 나에게 2대 0 혹은 3대 1로 알제리가 이길거라고 외쳐대던 알제리 사람들이 떠올랐다. 저 아래에서 열광하고 있는 알제리 응원단 중에 그들도 함께 있을 것이다. 브라질 출장 12일차. 벨기에 전이 끝나면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짐을 싸야겠구나. 마음은 이미 한국 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주용진 / SBS 영상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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