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진정한 축제가 간절하다  
주경기장2.jpg






우리사회가 지금 축제를 축제답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인가 

  스포츠팀에 오자마자 인천 아시안게임 취재명단에 이름이 들어갔을 때 설렘이나 기대는 크지 않았다. 폐막 이후의 끔찍한 그림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에. 경기장, 시설들은 대회가 끝나면 처치곤란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잔뜩 끌어다쓴 대회비용에 대한 빚이 남을 것이다. 끔직하다.
  대한민국이 과연 그런 국제적 축제를 열고 즐길 만한 여유가 있는 사회인가?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집이 없어서, 결혼도 못하고 애도 못 낳는 나라가 아니었나? 고향에 계신 부모님 얼굴을 1년에 한번 보는 것도 어려운, 아들딸 데리고 놀이공원 한번 가는 게 힘든, 몸 부서져라 일해도 병만 생기고 빚만 늘어가는, 그래서 끝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 숫자가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OECD기준) 나라가 아니었나? 상황이 이런데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 ‘어머니, 여보, 아들아, 맥주 한잔 하면서 북한하고 인도 선수들이 맞붙는 축구 경기 한번 보러갑시다!’라고 말하게 될까? 아니다. 여기는 엄연히, 그럴 시간 있으면 얼른 씻고 잠이나 십 분 더 자고 싶은 사람들의 나라이다.
  대한민국은 축제를 즐길 여유가 없다. 자조적이지만 그렇다. (여담인데, 국민건강증진 대책이라면서 담뱃값을 인상한다는데 정치인들이여,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여가시간을 늘리고 최저임금을 올려라! 노동시간과 노동조건, 여가와 임금 수준 등이 국민보건과 가장 밀접한 요인들 아닌가요? 유럽사람들, 담배 안 펴서 건강한 건가요?)

빈곤 속에 더 큰 빈곤,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이 시작됐을 때 그러한 자조는 사실로 입증됐다. 관중석은 몇몇 빅경기를 제외하고는 대개 텅텅 비었다. 주최측은 안 팔리는 표를 공무원 조직에 강매해야만 했다. 아니, 연금도 깎을 거라면서 왜 이런 일엔 애꿎은 공무원을 동원해? 나는 매일 두 경기 혹은 세 경기씩 맡았는데 어떤 날은 관중이 너무 없어서 취재를 마치고 남아 (피곤함을 무릅쓰고) 기꺼이 한 명의 관객이 돼야 하곤 했다. 개최국 시민으로서 민망하기도 하고 선수들에게 미안해서. 시상식은 더했다. 태권도 경기에 갔을 때, 대한민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그나마 관중의 3분의 1정도는 시상식까지 남아 있는데 대한민국의 메달이 없는 날은 관객 없는 시상식을 거행해야 했다. 이런.
  그리고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시작됐다. 정기휴가 때문에 대회 일부만 취재하긴 했지만, 내가 목격한 장애인아시안게임은 한마디로 빈곤 속의 더 큰 빈곤함 그 자체였다. 아시안게임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관객에게도 언론에도 장애인아시안게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축제였다. 아시안게임 때 촬영포인트를 두고 정말 멱살잡이 직전까지 갔었던 (그 사람은 나더러 ‘아저씨 여기서 나가세요. 아저씨가 KBS든 뭐든 여기 들어올 권리는 없어요!’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사람이다) 보안담당자가 장애인아시안게임 때 보니 보안 일은 제쳐두고 관객이 되어 한쪽에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을 정도였으니! 상황이 그러니 분위기가 무척 가족적(?)이긴 했다.

삶의 여가 회복이 먼저, 축제는 그 다음에 하자고 말하고 싶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 취재를 통해서 나는 다시금 스포츠라는 인간의 행위에서 느껴지는 희열, 육체의 사점이 주는 극적인 감동을 소멸시키는 자본주의의 기계성과 냉혈을 보았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분명 열심히 사는데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여가도 돈도 없다. 물론 일부는 충분히 행복하다. 지나칠 정도로. 그게 오늘 우리사회 비극의 본질이다.
  우리는 정신과 영혼의 풍요로움을 위해, 행복한 삶의 회복을 위해 자본주의에 맞서야 한다. 현재를 옹호하고 미화시키는 모든 이즘과 권력, 관습, 그리고 시스템에 저항해야 한다. 좋은 사회와 나쁜 사회의 간극은 바로 거기에 있다. 소비주의와 효율성, 시장 만능의 이기주의와 차가움에 반기를 들 줄 아는 교양과 지성, 인간애가 필요하다. 충분히 싸우고 나서, 반인간과 반민주주의, 몰여가, 낮은 임금과 같은 질기고 막강한 상대와 싸워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놓고 나서, 아시안게임 다시 한번 했으면 좋겠다. 진정한 축제를! 물론 새것 말고 새로 단장한 헌 경기장에서. 그렇지만 관중석은 꽉 채우고. 비인기 종목 경기에 몰려가서 선수들이 깜짝 놀라게. ‘이 나라는 정말 살 만한 나라구나! 부럽다!’




김정은 / KBS 보도영상국 영상취재부 

  1. No Image

    EBS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뉴스’

    EBS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뉴스’ 서로 돕고 함께 나누는 푸른학교 편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뉴스 - 서로 돕고 함께 나누는 푸른학교’편은 E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이다. 이 글을 쓴 구재모씨는 제5회 인권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된 다큐멘터리 ‘평화의 ...
    Date2003.07.08 Views7113
    Read More
  2. No Image

    남북 정상 회담장과 동굴(?) 만찬사

    남북 정상 회담장과 동굴(?) 만찬사 서영호 기자(영상취재1부 차장) young@mbc.co.kr 정상 회담장의 카메라 모터소리 6월 13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는 온통 텔레비전 속으로 집중되었다. 두 정상의 만남은 마치 오랜만에 만...
    Date2003.02.24 Views7104
    Read More
  3. No Image

    뇌성마비 어린이들의 잔치

    이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줄 몰랐다. 이토록 많은 어머니들이 멍든 가슴을 안고 사는 줄 몰랐다. 오후 2시, 데스크로 부터 뇌성마비 어린이들의 작은 잔치를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아무 생각없이 도착한 자그마한 공원.... 휠체어를 탄 많은...
    Date2003.07.08 Views7098
    Read More
  4. 북한 최고위급 3명 전격 남한 방문 취재기 - 좋을 땐 당장 통일 될 것 같은 느낌

    좋을 땐 당장 통일 될 것 같은 느낌! 토요일 여유로운 주말 근무의 시작을 충격과 놀람으로 몰고간 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다음가는 실세가,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동시에 남한으로 입국한다는 속보였다. 통일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황병서 총정치국장...
    Date2014.11.18 Views7086
    Read More
  5. No Image

    한국문화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모색해야

    <YTN '위대한 문화유산' 제작기> 한국문화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모색해야 올해 초 회사의 직무에 개편이 있으면서 영상기획팀에 있던 나와 정철우 기자는 바뀐 영상기획팀의 직무에 맞는 컨텐츠 제작을 고심했고 여러 아이디어를 가지고 토론했다. 24시간 뉴스...
    Date2008.01.12 Views7083
    Read More
  6. 가족처럼 슬펐다!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사고 취재기> 가족처럼 슬펐다! 캄보디아를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 속에서도 나는 실종자 가족들의 걱정과 두려움을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다. 내게 일어난 일이 아니고, 더군다나 이런 사건사고를 취재해 온 것이 어언 7년 아니던가. 게다...
    Date2007.07.23 Views7079
    Read More
  7. No Image

    북한관련 프로그램의 기획요령과

    북한관련 프로그램의 기획요령과 북측인사 접촉과정 북한 관련 프로그램의 기획은 당연히 일반적인 경우와는 큰 차이가 난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도 여러가지 변수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방송프로그램의 기획이지만, 특히 북한과 관련된 기획은 아직도 어렵...
    Date2003.07.08 Views7068
    Read More
  8. No Image

    NAB의 SONY

    (이 글은 전체적인 참관기에 넣기에는 너무 길어지는 것 같고, 특히 한국인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해 보다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따로 정리했음) NAB에 참가한 수 백 개의 H/W와 S/W 업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바로 SONY일 것이다. 우리와 인접...
    Date2003.07.08 Views7061
    Read More
  9. No Image

    최초보고, 일본 자위대 이렇게 만들어진다

    <취재기> 최초보고, 일본 자위대 이렇게 만들어진다 군대 아닌 군대, 자위대 자위대! 군대가 아니면서 최신 이지스함과 잠수함 그리고 최첨단 비행기로 무장한 군대 아닌 군대!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로 상징되며 동북아시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두려운 조직! 우...
    Date2008.02.05 Views7049
    Read More
  10. <시리아 난민 취재기> 요단강, 이 쪽의 사람들 - 카메라에 민감한 정서

    요단강, 이 쪽의 사람들 - 카메라에 민감한 정서 11월 23일 00시 05분, 인천공항에서 요르단으로 출발했다. 아부다비를 경유하여 가는 여정은비행시간만 13시간이 걸리는 꽤 먼 길이었다. ‘UN난민기구’가 관리하는 요르단 내 ‘시리아난민캠프’와 거기에서 나와...
    Date2014.12.30 Views7045
    Read More
  11. 아시안게임 취재기 - 진정한 축제가 간절하다

    진정한 축제가 간절하다 우리사회가 지금 축제를 축제답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인가 스포츠팀에 오자마자 인천 아시안게임 취재명단에 이름이 들어갔을 때 설렘이나 기대는 크지 않았다. 폐막 이후의 끔찍한 그림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에. 경기장, 시설...
    Date2014.11.18 Views6993
    Read More
  12. No Image

    뛰면서 꿈꾸는 이들이 모여 있는 일당백의 ‘막강

    뛰면서 꿈꾸는 이들이 모여 있는 일당백의 ‘막강 '뛰면서 꿈꾸는 우리’ 언젠가 내가 회사에 입사해 카메라 기자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채 느껴보기도 전에 처음으로 읽었던 책의 제목이다. 5∼7년 차 경력의 한창 물오른 14명의 현직 기자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
    Date2003.07.08 Views6990
    Read More
  13. No Image

    2008년 4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하다!

    “Space 2008” 2008년 4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하다! 2008년 4월 8일 3, 2, 1, 0, 발사~~~ 지축을 뒤흔드는 엄청난 굉음과 흰 연기를 내뿜으며 대한민국 첫 우주인 ‘고 산’이 탑승한 “소유즈 우주선” 은 광대한 우주를 향해 첫 발을 내딛는다. 3만6...
    Date2008.01.10 Views6949
    Read More
  14. 홍콩시위 취재 - 홍콩평화시위를 다녀오다

    퇴근시간 무렵, 동료들과 맥주 한 잔 마시기로 하였기에 “퇴근 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서려 했다. 내근데스크가 조용히 와보라고 한다. 왜일까? 내일 조근일정이 갑자기 생겼나 싶었다. 궁금함을 가득 느끼며 가까이 가니, “현상이 너 홍콩가야...
    Date2014.11.18 Views6941
    Read More
  15. No Image

    브라질 촬영기

    브라질 촬영기 -신영토의 꿈을 좇아...- 이양한/iTV 경인방송 영상제작부 아시아의 끝자락에 매달린 일각의 돌출, 작지만 끝을 모르고 향하는 화살촉 모양으로 반도의 땅 한국은 자리잡고 있다. 그 지리적 생김새와도 같은 한국인의 기상. 극심한 역사의 아픔...
    Date2003.02.24 Views6917
    Read More
  16. No Image

    국내 최대 원유 유출 사고 그 10일 간의 기록

    제목 없음 <태안 기름 유출 사태 취재기 Ⅰ> 국내 최대 원유 유출사고 그 10일간의 기록! 12월 7일 오전 7시 50분 취재기자 선배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항해 중이던 홍콩선적 14만6천t급 유조선이 삼성중공업 ...
    Date2008.02.13 Views6916
    Read More
  17. No Image

    그들이 정당한 보상을 바라는 이유

    제목 없음 <이천화재 취재기 Ⅱ> 그들이 정당한 보상을 바라는 이유 새벽 5시 30분. 차에 타고 나서야 취재를 시작한다. 조간을 뒤지고 6시 라디오 뉴스의 볼륨을 높이고. 사망자 수를 확인한다. ‘30여명이라.’ 머릿속으로 현장을 그린다. 창고, 비상구, 용접,...
    Date2008.02.18 Views6889
    Read More
  18. No Image

    아파트 촬영허가 받으셨어요?

    현장 속에서 현장1-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유명업체에서 지은 아파트의 처마가 무너졌다는 얘기를 듣고서 현장을 찾았다. 사고가 난 H아파트는 2년 전에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였다. 사고가 난 처마는 가로 5 미터, 세로 1 미터, 깊이 1미터이고 총무게가 ...
    Date2006.05.16 Views6853
    Read More
  19. No Image

    대선 취재가 남긴 숙제들...

    제17대 대통령 선거 취재를 마치고 대선취재가 남긴 숙제들… 17대 대선이 끝났다. 이는 우선 각 캠프별 일정이나 브리핑 메일, 문자메시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든 것에서 우실감할 수 있었다. 당선된 쪽에서는 축제분위기가, 낙선된 쪽에서...
    Date2008.02.13 Views6834
    Read More
  20. No Image

    수해취재엔 포토라인이 없다...

    제목 없음 수해 취재엔 포토라인이 없다... 어느 날 밤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에 큰 파도와 폭우가 몰아쳤다. 05시 30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회사의 전화를 받고 출근한 나와 오중호 기자(취재기자)는 당장 배를 타고 위도로 들어가라는 팀장님의 명...
    Date2008.01.10 Views6829
    Read More
  21. No Image

    절망의 태안 바다에서 희망의 햇살을 보다

    <태안 기름 유출 사태 취재기 Ⅱ> 절망의 태안 바다에서 희망의 햇살을 보다 3주 만에 달콤한 휴식을 맛보고 있는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푸른 녹차밭과 깨끗한 강이 보이는 시골 찻집. 그리고 오늘은 크리스마스 전 날이다. 오랜만에 친구와 수다가 이어지다 화...
    Date2008.02.13 Views681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