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3 01:54

내가 만난 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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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그게 뭔데?”

5월 20일 오후 4시. 간단한 스케치와 인터뷰만 하면 된다는 데스크의 귀띔으로 국립의료원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담당 기자와 나눈 대화이다.

중동에서 발생한 감기 바이러스이고 전염력이 있긴 하나 우리나라는 기후가 달라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실제 당일 인터뷰한 의료진도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여서 나는 이 중동 감기 바이러스가 곧 사라질 줄 알았다.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를 안내한 담당자는 어떤 건물 복도에서 걸음을 멈추게 했고 바로 앞 자동문 너머에 전신 보호 장구를 착용한 의료진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여기를 음압병동이라 불렀고 창문너머 복도 안쪽에 환자 한명이 있단다. 이후 메르스 정국이 확산되면서 방역당국은 이 환자를 

 “메르스 1번 확진자” 로 불렀다. 복도 밖에서는 그의 가족들이 불안한 기색으로 우리가 진행하는 인터뷰를 엿듣기도 했다.

다음날 이 1번 확진자의 아내도 감염되었다. 총 확진 환자 186명, 사망자 36명, 퇴원 자는 140명에 이르기까지 두 달 동안 전 국민을

극심한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독특한 우리의 병문안 문화와 방역당국의 혼란으로 첫 확진환자 이후

속수무책으로 감염자가 늘어갔다. 6월 중순 서울시내 보건소는 자신이 메르스가 의심된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조그만 미열과 기침 증세만 있어도 자신이 메르스가 아닌지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불안해 보였다.

그들과 섞여 취재활동을 하는 나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틈틈이 손을 씻으러 화장실을 들렀는데 거기서 유독 기자들을 많이 만났고

손을 씻으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우리도 리되는 거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기침과 고열을 호소하던 모 언론사 오디오맨이 갑자기 조퇴했다.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지하철 손잡이도 조심하던 때였다.

상상력이 마구 확장되던 시기여서 서울시청 카메라기자실 출입자들 전원 자가 격리되는 것 아닌지 우려했다.

상상은 날개를 달아 상시 출입자들, 임시 출입자들, 카메라기자와 접촉한 취재기자들, 이 취재기자들과 접촉한 다른 기자들까지 격리되는

상상을 했다. 그만큼 메르스 공포가 우리 직종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감기 증세가 없는데도 출근 가방에 체온계와 마스크

그리고 각종 감기약을 넣고 다녔다. 메르스 관련 취재가 많고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기침도 제대로 못하던 시기여서 감기 증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수시로 체온 체크를 했고 하루에 열댓 번씩 손을 소독했다.
전문가들은 방역 당국의 관리 소홀과 혼잡한 응급실, 의료쇼핑, 간병문화 등이 메르스 확산의 화를 불러왔다고 질타하고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대비 했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메르스 창궐을 막지 못했을 수도 있다. 중동발 감기 바이러스에 대해 무지 했었고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 의료시설이 부족해 응급실이 과밀화 되었고 의료수준이 일률적이지 않아 실력있는 의사 찾아다니며

아픈 친지를 찾아 위로 방문 한다는 것만이 어떻게 메르스 확산의 원인으로 돌려 버릴 수 있겠는가?
SNS 상의 괴담이 점차 사실로 확인되면서 정부 발표에 대한 불신이 커져갔고 그것이 걷잡을 수 없는 공포로 확산되었다는 것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우리는 분석자가 아니라 관찰자이다. 사회 현상 그대로를 국민들에게 전달 할 의무가 있다.

메르스 관련 취재를 위해 병원 응급실, 보건소, 식당, PC방 등을 다니면서 소독약에 취하기도 했고 불안에 떠는 사람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보다 섬뜩한 것은 우리 카메라기자 직종이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다녔던 많은 장소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소지가 많고

또 전파자로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 메르스 정국 파동을 경험하면서 우리가 안고 가야 될 숙제가 되었다.

 

 

정성화 / SBS 영상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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