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1 01:34

<알래스카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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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코디의 중요성”

 

알래스카
북극의 대자연, 오로라, 빙하, 북극곰으로 유명한 알래스카는 1867년 전 미국이 구소련으로부터 720만 달러에 사들였다.

지금으로 환산하면 90억 원 정도이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구매를 했지만 석유, 가스등의 자원은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다.
구 소련입장에서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위기의 에스키모
이누이트라고도 불리는 북극 지방 원주민 에스키모들은 그동안 전통 생활 방식을 유지하며 살았다.

시베리아 북동단에서 알래스카와 그린란드에 걸쳐 약 10만 명 정도가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알래스카에 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알래스카 에스키모들의 생활이 위기를 맞고 있다.

기후 온난화 때문에 물개와 바다표범 같은 사냥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에스키모들은 도시로 흘러들고 있는데,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위기의 에스키모를 취재하기 위해 북극에 왔다가 취재팀이 위기에 처하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분노를 넘어선 멘붕
설렘과 두려움으로 도착한 알래스카 앵커리지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라는 노래 가사처럼 다음날 현지 코디네이터를 만나는 순간 우려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아이템에 대한 전문가 및 장소 섭외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다. 자원전쟁, 북극곰 위기, 에스키모 생활상을 주제로

10분 분량 3개의 꼭지를 제작해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섭외가 없었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현지 코디가 영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어를 할 수 있는 분을 소개하면서 “한 명이 더 있으니 좋지 않냐”며 황당함의 끝을 보여주었다.

늘어난 코디의 추가 식사비용은 우리 쌈짓돈으로 지불했다. 

해외 취재는 ‘코디 섭외가 8할을 차지’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코디비용을 선불로 지불한 상황이어서 다른 사람으로 교체도 어려웠다.
여기서 죽는 건가~?
최악의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현장 박치기’뿐이었다.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하거나 혹은, 예고 없이 방문해서 앞으로의 일정을 잡아나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알래스카 현지에서의 섭외는 답답함 그 자체였다.

인터뷰 대상자는 자리에 없고, 심지어 빌딩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도 많았다. 

새벽부터 밤 까지 뛰고 또 뛰어도 섭외는 쉽지가 않았다. 

무작정 기다리다 길거리 노숙자에게 협박을 당하고, 공장 보안요원에게 쫓겨나고,

체험행사 관광객처럼 위장해서 몰래 촬영하다 온 몸이 얼어붙는 등 하 루 하루가 전쟁이었다.

 

이동 거리는 왜 이렇게 먼지
취재진이 알래스카에서 이동해야 하는 포인트는 앵커리지, 발데즈, 페어뱅크스, 배로우등이다.

통상 이동거리는 8시간으로 꼬박 하루가 걸린다.

이동하는 동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알래스카의 풍경을 화면에 담는 것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부슬 부슬 내리는 비와 자욱한 안개로 인해 여의치 않았다.

9월말이면 모든 관광지와 휴게소가 그 해 장사를 끝내고 긴 휴가 기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동 중에 식사해결 조차 쉽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면 매일 밤 12시가 넘었다.

 


 

알래스카1.jpg

지성이면 감천 - 눈으로 확인한 ‘고래 해체’ 작업
복귀 3일전, 일정 중 가장 중요한 고래잡이 취재를 위해서 알래스카 최북단 인 배로우로 이동하였다.

섭외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고래 잡는 날짜와 원주민이 알고 있는  날짜가 달랐다.

취재팀이 복귀한 후로 잡혀 있는 것이다.
현지 한국인 , 원주민, 어업협회 관계자에게 중복 확인을 해봐도 돌아오는 답은

“날씨가 좋지 못해 행사가 연기 되었다”는 것이었다.

포기하는 심정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 이른 새벽 찬바람을 뚫고 무작정 선착장으로 갔다.

영하 5도의 기온에서 기다 린지 4시간여 만에 저 멀리서 고래잡이 어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앞에 고래2마리를 몰고 당당하게 들어오는 배를 보는 순간 고생한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놈의 고래가 뭔지~

 


원주민 축제일
북극고래는 수염이 유난히 긴 고래로 다 자라면 몸무게가 백 톤에 이른다.

매서운 추위였지만 설렘 속에 기다리던 주민들은 익숙한 솜씨로 고래를 바로 해체해나갔다.

거대한 고래의 껍질을 가르고, 벗기고, 해체하니 속살을 드러내는데 불과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해체된 고래는 가로 30cm, 세로 20 cm 정도의 크기로 각 가정에 할당 된다. 원주민들에게 고래를 잡는 날은 큰 축제일이다.

최근 알래스카 기후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따뜻해지면서 물개와 바다표범 같은 사냥감들이 더 추운 곳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버렸기 때문에 고래는 에스키모들에게 더욱 중요한 사냥감이 되고 있다.

 

DO YOU KNOW ‘울산’
촬영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관광객처럼 위장해 소형 캠코더로 고래 해체작업을 영상에 담았다. 

취재기자 스탠딩을 위해 뒤편에서 몰래 촬영하다 결국 선원에게 발각되어 현지 어업협회 회장에게 불려갔다.

‘무슨 거짓말을 할까?’ ‘이 상황을 영어로 어떻게 설명하지’ 찰나의 순간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 순간 ‘울산 아냐고?’ 친근하게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3년 전 고래협회 회의를 위해 울산을 방문 한 적이 있었음)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거구나! 이때다 싶어 ‘인터뷰 해 줄 수 있냐?’고 물어 보았더니 흔쾌히 인터뷰까지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캡틴~~!!!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이 없이 잇몸으로 취재를 무사히 마쳤지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일들도 있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출장이었다.
코디의 말만 믿고 현지에 온 취재팀 또한 책임소재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알래스카 취재를 교훈 삼아 앞으로 해외 취재 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계획을 세워야 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알래스카2.jpg

 

안용습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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