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가장 그 취재현장 속에서
지난 11월 22일 새벽, 김영삼 전 대통령이 향년 88세로 서거했다.
혈압 등 지병으로 19일부터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중에 상태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고인이 입원했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지고 국, 내외 많은 언론들이 그의 서거 소식을
속보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고인에 대한 평가야 다양하겠지만, 한국 현대 정치사에 큰 흔적을 남긴 김영삼 전 대통령에 관한 기사가
5일장을 치르는 기간 동안 쏟아져 나왔다. 고인의 삶을 다루는 기사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게 된 이유,
어떤 사람들이 빈소를 찾아왔는지, 장례 절차는 앞으로 어떻게 밟을 것인지 등등 기사의 내용도 다양했다.
방송 뉴스를 만드는 카메라 기자로서 이런 기사들을 제작하는 현장에 있다 보면, 다른 취재 현장에서보다
여러 가지 경험들을 압축적으로 하게 된다.
고인이 서거한 뒤 장례기간을 포함해 영결식이 치러지기까지 총 5일이 걸렸다. 취재를 해야 하는 사건이 발생해서
종료 될 때까지 걸린 시간도 5일 이라는 뜻이다. 굵직한 취재 이벤트 치고는 시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었다.
하지만 고인의 빈소와 상도동 자택, 그 인근에 건립중인 김영삼 대통령 기념 도서관, 영면에 들 국립 현충원 묘역 등
취재를 해야 할 포인트는 많았다. 더불어 다뤄야하는 기사의 양과 종류도 많다보니
카메라 기자가 해야 하는 역할도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였다.
그러다보니 취재 방식이 다양해졌다. 일반적으로 취재하는 방식 외에, 어떤 현장에선 풀(Pool) 팀을 만들어서
취재를 했고 또 다른 현장에서는 LTE 송출 장비를 이용해서, 현장에서 취재하는 영상을 라이브로 중계하기도 했다.
각각 충분한 현장 경험이 필요한 일들이다.
풀(Pool) 취재는 여러 방송사가 각각 취재할 시간이나 위치 등을 정한 뒤에, 나눠서 취재를 하고 그 결과물을 공유하는
취재 방식이다. 풀 팀을 만들 때 정한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하는데, 이 원칙을 정하는 게 취재 상황마다 달라질 수 있어서
충분한 경험이 필요하다. 나는 이번에 24일 새벽에 고인의 빈소에서 풀 취재를 했었는데, 오가는 조문객들 스케치도
해야 하고 그 중에 누군가가 멘트를 하면 그것도 챙겨야했다. 그래서 매 2시간마다 2개사가 돌아가면서 스케치와
인터뷰를 나눠서 취재했었다. 고인의 빈소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길게 취재할 때 적합한 방법 중의 하나다.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고 발인이 있던 날에, 고인의 운구 차량은 영결식이 치러진 국회를 거쳐 상도동 자택을 지나
국립 현충원에 도착했다. 거의 모든 방송사에서 고인이 가는 이 마지막 길을 동행 취재했었다. 나도 뚜껑이 열리는 차를
타고 달리면서 고인의 운구 차량을 취재했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몸을 밖으로 빼고 카메라를 어깨에 올려서 영상을
취재 하다보면 영상이 많이 흔들리고 안전상 위험도 높다. 게다가 그걸 LTE 송출 장비로 라이브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더해지면 취재 난이도는 더 높아진다.
LTE 라이브는 현장의 생생함은 잘 전달이 되지만 통신 환경이 나빠지거나 장비 세팅에 문제가 생기면, 송신중인 영상이 끊어지거나 화질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의 방송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 그래서 가능하면 리허설도 충분히 하고 장비 점검도 꼼꼼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선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 LTE 중계 그림을 대신해서 보여줄 수 있는 자료화면도 미리 준비해둬야한다. 실제로 이번에 고인의 운구 차량을 동행 취재하면서 LTE로 라이브를 했던 방송사 중에 다수가 현장에서 보내는 영상이 끊어지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었다.
취재 현장에서 한 사람의 카메라 기자는 자기 방송사를 대표해서 뉴스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다.
어떤 현장에서 필요한 영상을 카메라 기자가 담아오지 못하면, 그 방송사에서는 그 현장과 관련된 제대로 된
뉴스 영상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카메라 기자에게 현장 경험은 특히 중요하다.
그래서 4계절을 겪으면서 계절별로 날씨와 재난 현장을 경험하고, 경찰서 문을 수없이 드나들며 증거품과 피의자들을
스케치하기도 한다. 집회나 각종 사건 사고 등 여러 가지 취재 현장을 경험하면서 상황에 맞는 취재 방식들을 익힌다.
그런데 5일 이라는 시간에 다양한 취재 경험을 압축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진 않는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국 현대 정치사의 큰 사건이면서 유족들에겐 매우 큰 슬픔이겠지만,
동시에 치열한 취재의 현장이기도 했다.
박주영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