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북미회담 취재기
회담만큼 이슈가 된 날씨
지난 6월 12일,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회담이 싱가포 르에서 개최됐다. 북미 정상의 만남을 담고자 한국 취재진은 물론 세계 유수의 언론사 취재진이 싱가 포르에 집결했다.
▶ 리센룽 싱가포르 대통령궁‘ 이스타나’ 앞에서 취재하기 위해 국내외 언론이 집결하고 있는 모습. 얼굴은 필자
나 역시 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새벽 싱가포르에 도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국 당일과 맞물려 공 항취재부터 서둘러 투입됐다. 휴식을 충분히 맛볼 틈새 없이 긴장감을 품고 싱가포르 창이 공항‘ VIP COMPLEX’라는 VIP 전용 입구 앞에서 김 위원 장 차량 행렬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소위‘ 뻗치기’를 시작하는데 싱가포르의 날씨부터 모든 취재진을 힘들게 했다.
알고 보니 적도 근처에 있는 나라였고 기온은 35도를 넘나들며 습도는 80% 이상의 고온다습한 환경이었다.
오랜 시간 기다리며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첫 도 착을 경호 문제로 먼발치에서 맞이했고 힘겨운 날 씨에 고통스러워하는 주변 취재진의 얼굴이 더 인 상적일 정도로 본격적인 회담 당일 취재에 대한 걱정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6월 12일 북미회담 당일 김 위원장이 머무는 세 인트 레지스 호텔 앞에서 새벽 4시부터 기다림이 시작됐다. 호텔 주변의 도로는 전부 통제되었는데 1톤 정도의 무게에 길이는 1.5m 정도 되는 콘크리 트 블록이 호텔 주변을 모두 감싸고 있었다.
군인과 경찰은 기관총으로 무장을 하며 첫날보다 더 삼엄한 통제와 경호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호텔 옆 건너편 보도블록이 김 위원장의 출입과 차량을 취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모든 취재진이 한 곳에 밀집하여 답답하게 붙어있을 수밖 에 없는 상황이었다.
옆 동료와 불편한 환경을 투 정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보지만, 새벽부터 누적 된 피로와 언제 나가고 들어올지 모르는 기다림의 긴장감,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습 하고 더운 날씨가 더욱 심신을 지치게 했다.
▶ 김정은 국무위윈장 숙소인‘ 세인트 레지스호텔’ 블록 앞에서 필자의 모습
김 위원장이 호텔을 빠져나간 12일 늦은 밤 함께 취재하던 YTN 박한울 영상기자는 마지막 취재를 마침과 동시에 그간의 더위와 취재 스트레스로 쌓 인 데미지로 갑자기 쓰러져 응급처치까지 받는 긴 박한 상황도 있었다.
심지어 한 타사 동료는 온몸 에 빨간 두드러기 발진이 일어난 사진을 보여주며 좋지 않은 컨디션을 증명했다. 본인도 평소에 없던 치통까지 발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놀라움 을 금치 못했다.
당일 레지스 호텔 앞은 그야말로 그늘 한 점 없는 가장 열악했던 포인트 중 한 곳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생중계 경연의 장
북미회담 개최지 선정과 북한 선발대 취재 등으 로 5월 초부터 파견된 취재팀부터 이틀 전에 파견 된 취재진까지 싱가포르에 속속 모이며 회담장 중 심으로 곳곳에 취재 포인트를 자리 잡기 시작했다.
회담 당일 트럼프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차량 이 동이 유일하게 보이는 베이 호텔 루프탑을 비롯하 여 샹그릴라 호텔,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입구, 세 인트 레지스 호텔, 백악관 프레스센터, F1 국제미디 어센터 등에서 LTE 생중계로 포인트를 잡고 시시 각각 특보상황에 맞춰 중계했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취재는 영상기자가 LTE를 이용해서 온종일 현장 라이브를 진행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회담일정 상황전개에 따라 생중계를 급하 게 물릴 때가 많았다.
특히 회담 하루 전날 11일 미 국 측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와 북한 측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실무회담이 톱뉴스였던 만큼 LTE 생중계가 많았는데 실무 회담자가 회담을 마칠 것 이란 소식이 퍼질 때쯤 기자 LTE 생중계와 현장취 재를 동시에 짊어져야 하는 딜레마적인 순간이 찾 아온 것이다.
기자 LTE 생중계를 코앞에 두고 있었 지만, 실무회담자들 간에 어떤 중요한 협상들이 오 갔는지 기자들의 적극적 질문 공세가 예상됐기 때 문에 동료 기자와 긴급히 상의 후 실무회담자 현장 커버를 먼저 했고 곧바로 기자 LTE 중계 스탠바이 로 역할을 전환했다.
북미회담 당일에도 김 위원장이 회담장을 가기 위해 호텔을 나서기에 앞서 LTE 생중계가 수시로 이루어지는 상황이었고 현장취재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모든 취재진이 김 위원장의 머리 카락 한 올이라도 포착하기 위해 망원렌즈는 물론 탑포트, 사다리 등을 이용해 초점을 맞췄지만, 경 호원들의 움직임만 보였을 뿐 대체로 김 위원장이 차량을 탑승한 후의 행렬만 포착됐다.
LTE 기자 생중계를 앞두고 스탠바이를 하던 상황에 김 위원 장의 경호원들이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이 동을 감지했다.
곧바로 현장취재의 앵글이 라이브 로 전환돼 서울에 방송되고 있다는 전달을 받았고 혹여나 USIM 데이터, 배터리 소진상태 이상으로 LTE가 중간에 끊어지지 않을까, 예견치 않은 실수 가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순간도 있었다.
김 위원장이 회담을 마치고 숙소로 갈지 공항으 로 갈지를 놓고 모든 언론사가 예측만 난무하던 찰 나 중계 순서에도 없던 현재 상황을 특보로 전하라 는 사인을 받은 동료 기자는 임기응변으로 라이브 중계를 해내기도 했다.
이런 예상치도 못한 요구에 신속히 응답하는 우리도 믿기 어려웠고 사고가 안 난 것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곁에 있던 외신 기자들 도 현재 상황을 정신없이 실시간 보도하느라 좁은 공간 탓에 각자의 앵글을 침범하는 불쾌할 만한 상 황도 있었지만, 모두가 동병상련이었기에 가벼운 미소로 서로를 응원했다.
이런 현장 상황은 앞으로도 자주 발생할 일이고 사전에 합의된 룰에 의해 LTE 중계상황에 대처하 거나 룰을 벗어났다면 영상 기자의 순발력 있는 판 단을 요구하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사 안이 중요한 큰 이슈 현장에서는 영상기자 2팀이 현장취재와 LTE 라이브를 각각 운영해야 안정적 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인력난이 해결되면 이런 부분은 차츰 충족될 것이라 기대를 해본다. 또한 현장에서 스탠바이 상황으로 장시간 LTE를 켜놓고 있다 보니 데이터가 빨리 소진되어 많은 유 심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싱가포르 통신사는 Singtel, Starhub, M1 3개 회사가 대표적이다. Singtel이 제일 큰 통신사고 나머지는 비슷한 규모 였다. LTE유심도 50%이상 Singtel 것으로 사용 하는 것이 안정적이라 판단했다.
LTE장비에 사용 하는 마이크로 USIM은 현지 통신사 대리점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 가능하고 매장에서 유심 등 록을 해줘 LTE장비나 휴대폰에 끼우면 바로 개통 됐다. 단 외국인(여행자)은 5일, 7일, 10일, 15일 등 단기간 사용하는 유심을 시용해야 하며 1인당 3개 밖에 구입을 못하는 조건이 있었다.
Singtel이 안 정적이다 보니 취재진이 몰린 숙소 주변 편의점에 는 모두 동이 나서 차로 20~30분 거리의 편의점을 찾아 나서 공수해 오기도 했다.
이번 출장 기간 동 안 장시간 LTE중계로 다량의 유심이 필요해 취재 기자, 중계 스태프 등을 통해 대리 구매해 조달까지 하며 현장중계 취재에 임했다.
싱가포르 현지 영상기자 팀장을 필두로 영상기자 6팀이 서로의 얼굴을 마지막 날에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일정이 녹록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다 설명 할 수 없을 정도로 각자 자기 포인트에서 일어난 여 러 고충을 다 싣지 못하는 상황도 아쉽기만 하다.
대체로 충분한 준비 없이 급히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이 우리 부문의 현실적인 여건이지만 이러한 여 러 모습을 상기하며 영상취재 부문이 세계적인 이 슈 취재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출장 TF팀을 꾸려 대응하는 모습을 차근차근 해나갔으면 한다.
해당 국가의 날씨, 종교, 인종 등 사회 문화적 취재 여건 을 미리 파악해서 사회문화적 충돌에 대비하고 합 법과 불법의 경계를 명확히 가늠하여 취재하는 방 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영상기자의 LTE 생중계 비중이 높아지면서 LTE 의 효율적 운용과 긴급 상황 대처법, 취재 대상의 정보와 접근법, 다각도적 차별화 등을 사전에 충분 히 논의해 나간다면 그 전보다 더욱 효율적이고 덜 소모적인 선진적 취재가 될 것으로 본다.
입사 후 그 어느 때 보다 손에 꼽을 만큼 힘들었 던 해외 출장이었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대 한 성공적인 회담’에 일조했다고 자부하며 위안을 삼는다. 그 날, 무엇보다 무덥고 혹독했던 날씨 속 에서 함께 땀 흘린 모든 영상기자들에게 정말 고생 했고 자랑스러웠다고 전하고 싶다!
정인학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