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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기자, 안전 확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2일, 여의도에서 ‘카메라기자, 안전 확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대담이 이루어졌다. MBC 장재현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대담에는 KBS 윤재구 기자, MBC  구본원 기자, SBS 이재영 기자, YTN 박정호 기자가 참석했다. 대담에 참석한 각 기자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취재와 ‘중국 쓰촨성 지진’ 취재에서 느낀 카메라기자 들의 안전 문제에 대한 생각을 기탄없이 털어 놓았다. 그럼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재현 : 다들 알겠지만, 요즘 카메라기자의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서 카메라기자들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협회에서 경찰청에 항의 방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각 사의 사정은 어떠한가?

윤재구 :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회사 신봉승 기자가 전경에게 폭행을 당해 오늘 병원에  다녀왔다. 신입 정환욱 기자 역시 폭행을 당해 손가락 인대가 파열돼 수술까지 받았다.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디 무서워서 취재 나가겠나?

구본원 : MBC도 마찬가지다. 서두범 기자는 연행 장면 촬영 중 뒤통수를 가격 당했고, 김신형 기자는 경찰의 간부급에게 발길질을 당했다. 오늘 협회에서 시경에 항의 방문을 해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이런 일은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정호 : 그렇다.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경찰에게 맞은 것도 그렇지만, 시위대에 의해 폭행을 당한 경우도 허다하다. 나는 전자보다 후자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전자의 경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책임 추궁을 하거나, 그것이 잘못됐으니 하지 말라고 이해를 시키거나,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 주체가 분명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그렇지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위대는 폭력을 휘두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취재 자체를 못하게 막는다. 나 역시 촛불집회에 취재를 갔었는데, 시위대가 YTN 기자라는 이유로 막아서 그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장재현 : 아니,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시위대가 무엇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나?

박정호 : 명확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다기 보다는 누군가 뉴스를 보고 “저 방송사는 보도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라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그것이 일파만파가 되어 속칭 ‘쓰레기 언론사’로 낙인이 찍히는 것 같다. 현장에 갔더니 MBC 외에 타 언론사는 모두 쓰레기라며 MBC를 연호했다. YTN 뉴스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렇게 몰아가는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기가 막히기까지 하다.   

장재현 : 그럼, SBS는 어떠한가?

이재영 : SBS의 경우도 시위대 입장에서 봤을 때, 보도방향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 같다. 그 정도가 YTN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서원들이 촛불 집회 취재 나가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다. 시위대가 현장에 접근을 못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들에게 맞은 기자도 한 둘이 아니다. 사다리에 올라가서 촬영하고 있는 기자를 끌어내려 얼굴을 가격하지 않나, 자기 얼굴을 찍었다고 폭행을 하지 않나, 뒤통수를 때리고 도망을 가지 않나 말 그대로 '카메라기자 수난시대'이다.

장재현 :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눈에 잘 띌 수밖에 없고 촬영을 하다보면 모든 신경이 거기에 집중이 되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것 같다.

박정호 : 시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YTN이나 SBS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카메라에 회사 로고가 붙어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취재를 거부한다든가 욕을 한다든가 심한 경우에는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재영 : 사실 나는 아직 촛불 집회 취재를 나가보진 않았다. 불행히도 오늘 밤 취재를 나갈 예정이지만 말이다. 취재를 나갔었던 기자들에게 촛불집회를 나갈 때에는 웬만하면 회사 점퍼를 입는 것은 삼가란 말을 들었다. 그리고 오늘 회사에서 모 오디오맨이 취재용 사다리에 붙어있는 회사로고를 떼는 것을 봤다. “너 왜 그것을 떼고 있니?”하고 물었더니 “이것을 보고 사람들이 덤벼들어요.”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기는 했지만, 그의 말 한마디로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윤재구 : KBS도 촛불 집회 취재를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회사 점퍼는 입지 말라고 하는 등 안전에 유의하라고 누차 강조한다. 이미 여러 차례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구본원 : MBC의 경우 그렇지는 않다. 아시다시피 시위대나 시민들의 경우에는 MBC 뉴스의 보도방향뿐 아니라 ‘100분 토론’이나 ‘PD수첩’ 등의 영향으로 MBC를 과도하게 지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나가서 취재를 하다보면 부담스러울 정도다. 우리도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경우는 몇 건 있었으나, 시위대와의 문제는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장재현 : 갈수록 일하기가 힘들어 지는 것 같다.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박정호 : 글쎄, 방법이 있을까? 경찰은 ‘재발 방지 약속’했다고 하니 그렇다 치고, 시위대는 1,700여개 단체에다가 자발적으로 나선 일반 시민들까지 모인 것이라고 하는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한 명 한 명 붙잡고 얘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 국민을 상대로 “취재진을 때리지 맙시다!”하며 방송을 할 수도 없는 아닌가? 방법이라고 하면 보도 방향을 바꿔 그들의 마음에 들도록 하는 것인데, 그 또한 참… 답답하기만 하다.

이재영 : SBS뉴스의 경우, 타사와 보도 방향이 달랐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방송되는 뉴스를 보면 그렇지 않다. 앞에서 박 선배가 잠깐 언급했었지만, 시위대가 뉴스를 제대로 모니터 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요즘 SBS 뉴스를 보면 처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대해 보도했을 때와는 많이 다르다. 그런데 시위대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것이다. 결론은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뉴스를 제대로 보지 않고, 인터넷에서 보거나, 무리 안에서 선동하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행동에 옮긴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든다. 그들이 부르짖는 ‘공정 방송 MBC'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 뉴스를 만들어 방송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좀 나아지지 않을까? (웃음) 정말 답답하긴 한가보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구본원 : 그렇다.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황우석 사태’ 때를 생각해 보라. 단지 MBC라는 이유로 어딜 가도 욕먹고, 배척당했었다. 후에 역전이 되기는 했지만… 나는 보도방향이 바뀐다고 그들의 자세가 완벽히 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시위대가 노리는 것이 그것, 다시 말해 보도 방향을 바꾸어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뉴스를 만들도록 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가 보도 방향이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며 긍정적 쪽으로 변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렇게 하니까 우리 뜻대로 되네?'하는 생각에 더 강하게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윤재구 : 나는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만나서 얘기를 해보면 생각보다 쉽게 일이 풀릴 수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들의 주체가 모호하다는 것인데, 명분뿐이라고 해도 어찌되었든 그들의 대표가 있고, 또 그 1,700 여 개의 단체 중 이 집회를 가장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곳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또 앞으로 그 단체들이 모여 하나의 단체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그 축은 참여연대나 경실련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협회 차원에서 그런 단체와 접촉해 이야기를 풀어가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호 : 그러나 오히려 그들을 자극할 수도 있다. 확실한 주체라고 보기도 어렵고, 특히 그들 역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괜히 말이 와전되기라도 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숙고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재영 : 그렇다.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상황에서 취재 거부는 둘 째 치고 매까지 맞아야 하는데 대해 그들의 얘기를 듣고 우리의 얘기를 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직 취재를 나가보지 않아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나는 당당하고 싶다. (모두 웃음)

장재현 : 여러분의 이야기 잘 들었다. 내가 묻기는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취재진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있겠나? 각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박정호 : 회사에서는 항상 조심하라고 한다. 그런데 어디 그것이 되나? 위험한 줄은 알지만 뛰어드는 것이 우리의 생리인 것을. 위험하다고 모두 피한다면 어떻게 취재를 할 수 있겠는가? 이럴 때 보면 우리가 죽을 줄 알면서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방 같다.

이재영 : 부나방? 아주 좋은 비유인 것 같다. 나 스스로를 봤을 때도 위험하면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들어가는 것 같다. 이것이 기자정신인가?(웃음) 다른 분들도 느끼셨겠지만, 이런 경향이 갈수록 심화되었으면 심화되었지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선언적으로라도 이에 대한 취재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 등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장재현 : 맞는 말이다. 사실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또 매뉴얼이 있다고 그 선에서 안 들어갈 우리가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런 상황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윤 기자가 얘기한 것처럼 우선은 대화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시위대의 주체가 모호하다고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게다가 곧 단체를 수립할 예정이라고 하니 접촉을 시도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되겠다.

 그럼, 좀 거꾸로 가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중국 지진 취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우리나라 취재진의 경우, 재난 재해 취재를 가면서도 제대로 된 준비를 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이번에 ‘중국 지진 취재’를 가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었는지 한 사람 씩 얘기 해보자.

박정호 :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겠다. ‘안전’과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카메라를 빼앗겼던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내 경우 여행 비자로 중국에 입국했기 때문에 카메라 반입이 안됐다. 그런데 시범적으로 하나씩 가방을 여는 중에 내가 걸렸다. 당시에는 하늘이 노랗고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장비를 부쳐 달라고 해야 하나? 그럼, 그 동안은 무엇으로 취재를 하지? 회사로 돌아가야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다행히 S전자 현지 법인에서 캠코더를 빌려 무사히 취재를 하긴 했지만 그렇게 진땀이 났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재영 : 우리 회사도 나는 취재 비자를 받고, 같이 간 동료는 여행 비자를 받아서 중국으로 들어갔다. 그러므로 나는 ENG를 가져갔고, 동료 기자는 여기 있는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6mm 캠코더를 가져갔다. 다들 취재비자 낼 생각을 못한 이유는 중국이라는 나라 특성상 취재 비자 발급이 잘 안되며, 발급이 되더라도 7일에서 10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통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른 취재 건과 달리 중국이 자기 나라의 어려움을 만 천하에 알려 원조를 받아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교부를 통해서 내긴 했지만 30분 만에 취재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ENG를 들고 들어가니 막힐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이 OK였다. 취재 자체는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을 경우,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윤재구 : 그런 것을 몰랐다. 그저 당연히 중국은 취재 비자를 받아 가기 어렵기 때문에 6mm를 들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준 프로용 6mm를 같이 간 동료는 손바닥 만 한 핸디캠을 가지고 갔는데, 그곳 초등학교 무너진 것을 찍다가 공안에게 걸려 자칫하면 잡힐 뻔한 적도 있다. 게다가 우리는 비행기를 탈 때 짐 6개를 부쳤는데, 중국 공항에서 보니 2개 밖에 없는 것이었다. 공항 출입하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알아보니 인천공항에 짐이 있다고 했다. 119구조대와 함께 비행기를 탔는데 구조대의 짐이 많아 짐을 빼는 과정에서 함께 빠진 것 같다고 한 마디로 황당했다. 급한 대로 특파원 선배에게 연락해 캠코더 한 대를 빌려 짐이 올 때까지 취재를 했다. 이런 일이 없으려면 중요한 짐은 작은 가방에 넣어 손으로 들고 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구본원 : 다들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 경우 그렇게 특별한 일은 없었다. 하나 있었다면 노트북 전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차를 한 대 빌렸는데

장재현 : 도움이 되는 얘기들이었다. 특히 중국 취재를 갈 때는 당연히 여행 비자에 6mm 캠코더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재난 취재의 경우, 얘기가 다르기 때문에 취재 비자를 받아 당당하게 취재할 수 있었다는 점은 알아 두면 좋을 듯하다. 그럼, 이번에는 ‘안전’에 관한 얘기를 좀 해보자. 무엇이 두려웠고, 어떤 점이 아쉽다고 느꼈나?

이재영 : 나는 다른 것보다 전염병이 가장 무서웠다. 특히 모기! 날이 습하고 더웠기 때문에 시체 부패 속도가 매우 빨랐다. 둘 째 날인가? 세 째 날인가? 그 날도 시신 발굴 현장을 열심히 취재하고 있는데 코이카 관계자가 다가오더니 모기를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시신에 붙어 있던 모기가 사람에게 옮겨 다니면서 전염병을 전파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고 보니 모기가 어찌나 많든지… 그 덥고 습한 날 점퍼도 벗지 못하고 속된 말로 떠 죽을 뻔 했다. 그 때 생각났던 것이 ‘모기 퇴치 스프레이’이다. 왜 아기들 잘 때 모기 물리지 말라고 뿌려주는 것 있지 않나? 이것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박정호 : 그렇다. 전염병이 무서웠다. 보통 예방주사는 일주일에서 열흘 전에는 맞아야 효과가 있는데 우리 일의 특성상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주사를 맞는단 말인가? 모기도 모기지만 나는 광견병이 더 무서웠다. 중국인들의 사망 원인 5위 안에 드는 것이 광견병이라고 하는데 돌아다니는 개체의 반이 ‘개’인 것 같았다. 현지인의 얘기에 따르면 개들이 피 냄새로 인해 미쳐 사람을 무는 경우가 매우 많아졌다고 했다. 나와 함께 다니던 현지 코디네이터가 개에게 물려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그 병원에 만도 개에 물린 사람이 300명은 된다고 했다. 거기다 광견병 주사를 맞은 개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렸을 경우 죽을 수 있다고 의사가 얘기했다. 치료약도 없다고 하니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방주사를 맞으려 해도 효과가 없다고 하고 개만 보면 어찌나 몸이 떨리던지… 특히 재난 지역에 가는 사람들은 ‘개 조심’도 해야 할 것 같다.

구본원 : 협회에서 지난해 재난 보도 매뉴얼도 만들었지만,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진 것 보다 상황별 핸드북을 만들어 취재를 가는 사람이 출장 명령이 내려지는 즉시 참고하고, 준비할 것은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잘 봐지지도 않고 가지고 다니기에도 어중간한 사이즈이다. 각 재난 유형별로 취재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해 손바닥 만한 핸드 헬드 매뉴얼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이재영 : 핸드 매뉴얼에서 착안한 것인데, 재난 유형별 키트를 만들면 어떨까? 지진이면 지진, 수해면 수해, 화재면 화재, 핸드 매뉴얼과 함께 그것을 사무실에 항상 배치해 두면 아침에 출장 명령이 떨어지더라도 카메라와 그것만 들고 나가면 되지 않은가?

윤재구 : 맞다. 키트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웬만한 것은 준비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 외에 필요한 것만 현지에서 구입했다. 기본적인 준비를 해둘 필요는 있는 것 같다. 가서도 그곳 코디네이터가 방독면 등 필요한 것을 사왔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게다가 우리는 전염병 무서운 줄도 모르고 다녔다. 현지 코디네이터가 알약을 사서 함께 먹지 않으면 같이 다니지 않겠다고 해 중국에 있는 내내 그 알약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이 그 약을 먹으면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니 참 무모한 짓이긴 했지만, 여하튼 아무 일이 없어 정말 다행이었다.

장재현 : 그렇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라도 기본적인 안전 장비가 들어있는 취재 키트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송출이 여의치 않아 사고 지역과 다소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지만, 본래 지진 지역 취재를 가면 언제도 여진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건물 안에 들어가지 않고 노숙을 한다. 예를 들어 그런 상황에 침낭하나 없이 갔다면 그 기간 동안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계산해 ‘재난 취재 키트’를 만들어 상비해 놓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 취재에서부터 ‘중국 지진 취재’까지 취재진의 안전에 대한 다소 긴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취재 현장은 카메라기자들의 일터이다. 그리고 일터에서 근로자의 안전 확보는 기본이다. 우리의 직업 특성상, 완벽한 안전을 기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나눈 얘기가 문제의 해답이 되지는 못할 테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회사 차원이나 협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양수 기자 soo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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