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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처럼…

 

어느새 봄 향기는 한 걸음 물러서고 따뜻한 햇살에 여러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오는 길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운동하는 사람들도 쉽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인가? 일을 마치고 여의도 공원을 지나가는 길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날씨가 많이 풀린 덕에 밤에도 운동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제 눈을 잡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흔들흔들’ 위태위태한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가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커브는 틀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페달을 밟는 발은 힘겨운 까치발이었고 핸들을 쥔 두 손은 보기만 해도 땀이 가득 고일만큼 꽉 쥐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전거는 아이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었고, 넘기 힘든 산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의 얼굴에는 물론 두려움도 있지만 조급함에 시달리는 찌푸린 모습이 아닌 의욕과 기대로 가득 찬 얼굴이었습니다. 가로등 밑으로 지나가는 아이의 모습. 그 위에 제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2월 신입사원 교육.

저는 이때 방문객이었습니다. 모든 것들이 신기하기만 했고 구경하러 다니기 바빴습니다. 48명의 동기들과 이곳저곳으로 쏘다니며 수다 떨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렇게 잊지 못할 하나의 추억이 쌓이며 또 다른 삶이 만들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3월 부서배치 그리고 교육시작.

아무것도 모르게 놀다가 어느덧 시간이 흘러 부서배치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가고 싶던 곳으로의 이동. 들뜬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국에 들어오자마자 반기는 제 이름의 책상들, 관심어린 선배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오랜만에 아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아. 우리부서는 이렇구나.’ 그 때는 저는 진정 생각 없는 아이였습니다. 앞으로의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한 저의 멋모르는 섣부른 감탄이었습니다.

 

4월 현장출동.

‘공원 찍어와’ 수차례의 촬영시도. 이 며칠 공원에 간 횟수가 제 평생 공원에 간 횟수보다 많습니다. 또한 평상시 공원에 가면 별거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단순히 휴식이나 취하러 가는 곳이 공원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공원은 전쟁터라는 것을. 공원에 가면 사람도 있고, 동물도 있고, 꽃도 있고... 공원이 그렇게 넓고 그렇게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왜 그렇게 공원에는 쓸데없는 것들이 많은지... 그래서 지금 제가 보는 공원은 그렇게 밝고 즐겁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저는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씩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아이처럼 저도 거북이보다 느리지만, 쓰러질까 자주 발을 땅에 딛기도 하지만 중심을 잡고 똑바로 나아가려 합니다. 쉽게 커브도 도는 날을 고대합니다. 지금은 비록 불안함과 조급함을 얼굴 가득 담고 있지만 그래도 물 흐르듯 지나가는 다른 자전거들을 보며 가슴 가득 의욕과 기대를 품어봅니다. 아자 아자 파이팅!!

 

민창호 / KBS 영상취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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