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9 16:43

채널2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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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2의 사회학

 

 

 모두가 알다시피 채널 2는 현장음을 수신하는 채널이다. 기자의 의도가 확실히 담겨 특정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채널1과 달리 채널 2는 의도되지 않는 현장의 소리가 담긴다. 이런 채널의 속성을 매체와 사회의 관계 문제로 가져가게 되면 두 채널의 차이는 바로 일반 시민과 정부, 혹은 취재원과 기자 사이의 일방향적인 불평등한 힘의 문제로까지 연결된다. 이를 풀어보면‘, 목소리(voice)’로 불리는 발언권의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의 연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슈로, 런던 정경대의 쿨드리(Chouldry) 교수는 미디어가 어떤 사람이 말을 하게 하고 이를 통해 어떤 사람이 힘과 이득을 얻는가를 추적하는 것은 미디어 현상을 이해하는 핵심임을 강조하고 있다. 문화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영국 비판커뮤니케이션의 기본적 뼈대가되는 지점은 근대 모더니즘이‘ 지식과 야만’‘, 핵심과 주변’ 같은 이항대립을 바탕으로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top-down)의 지식구조를 만들어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불평등한 힘의 관계를 야기했다는 비판에서 시작한다.
 

 즉, 야만을 문명으로 개척하고 어둠을 지식으로 교화하고, 변방을 중심과 같이 개발하는 이분법적 논리는 식민경영과 개발 폭력을 정당화하고, ‘목소리’가 있는 사람과‘ 목소리’가 없는 사람의 경계를 구분 지어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소통의 흐름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현대 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 시민과 정부의 소통 구조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화두가 되는 디지털 시대에서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과거의 유물 같이 들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권력을 세 단계로 나누고 물리적 힘을 넘어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힘의 속성을 구분한 루크스(Lukes) 뿐만 아니라, 푸코(Foucault)의 담론이나 그람시(Gramsci) 이데올로기 같은 전통적 개념들, 혹은 상징을 통한 일상적 국가주의를 지적한 빌리그(Bilig)의 이론들 역시 보이지 않게 작동하며 사고와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는 권력의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 취재는 우리나라 정치커뮤니케이션의 기본적 원리에 대해 여러 생각할 거리를 준다. 먼저 뉴스 풀 운영의 문제이다. 뉴스풀(News pool)은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적으로도 수혜를 주기 때문에 최근 현장에서 그 횟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뉴스 풀에는 태생적인 두 가지 전제가 따르는데, 바로 뉴스 이미지가 의미를 구성하는 재료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뉴스 지표성(indexicality)에 대한 가정과, 그에 따라 풀 시스템에 참여하는 영상기자들은 대체 가능한 자원이 되고 풀 기자가 생산하는 이미지는 결국 단일하다는 가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여러 미디어 학자들이 비판하듯이 영상이 선택을 통한 프레이밍과 해석을 동반하며 영상이 의미를 구성한다는 기본 속성을 간과하고 있다. 풀 시스템의‘ 양날의 검’의 성격에 대한 논의는 이미 포화될 만큼 진행되어 왔지만, 현재 풀 체제의 더 큰 문제점은 바로 뉴스 풀의 구성이 언론사간의 협의가 아닌 정부와 외부기관에 의해 디자인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경우, 전속만 허용되는 행사도 많으며 보안과 경호, 그리고 사회적 파장 등의 이유로 현장에서도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최근 언론사의 취재 없이 소셜 네트워크망을 통해 생방송 하거나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하는 방식까지 더해진 환경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저널리즘의 전통적 가치가 이런 사회적 맥락과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자문을하게 한다.
 

 이번 방북의 오점인 욕설 논란과 청와대 신문고에 올라온 국민청원은 이런 문제의 정점에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풀단은 허용되지 않는 자리에서 채널 2에서 들리는 욕설. 현장을 증명할 수 있는 영상기자가 없는 상황과 현장에도 없던 영상기자들이 전속이 촬영한 원본을 돌려보며 이를 유추해야 하는 상황, 9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의심을 해야 하는 불신의 사회적 비용, 이런 것들에 관계자들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인가? 이뿐만이 아니라 현재 청와대 행사에서 채널 2는 보안의 목적을 위해 자주 지워진 채 제공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더 많은 행사들이 정부와 거대 기업 혹은 유관기관이 주체가 되고 언론사는 보다 엄격히 통제된 상황 속에서 그 활동이 제한되고있다. 무엇을 촬영해야 하는지를 기관이 통제를 하고 채널 2가 지워진 채 제공되는 상황은 과연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소통의 시대적 철학과 맞는 건인가? 사실을 보도하는 과정의 개입과 왜곡은 가짜뉴스로 쉽게 인지해낼 수 있지만, 힘의 철학과 자원을 기관을 통해 실현하고 미디어 이벤트를 통해 전달하는 방법은 이보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보조 채널로 너무 쉽게 폄하되는 채널 2는 단지 보조적인 수음채널이 아니라 민주적 가치와 기술이 만나 탄생된 역사적 산물이다. 다큐멘터리 이론을 정립한 니콜스(Nichols)는 휴대용 카메라의 등장으로 제작자의 일방적인 해석의 방식에서 민주적 스타일로의 장르적 전환이 이루어진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채널 2는 바로 아무 목소리를 갖지 못한 채 영상만 찍혀 스튜디오에서 앵커와 제작자의 일방적 해석에 난도질 당하던 ‘목소리’ 없던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보다 평등한 방식으로 전달하도록 기술적으로 매개해 준, 참여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핵심적 요소이다. 경량화된 촬영기기와 현장 녹음이 가능한 기술을 통해 목소리가 없던 사람들은 비로소 제작자의 의도를 뛰어 넘어 말을 하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묻고 싶다. 현장은 없고 정치만 있는 환경은 올바른가? 사회현상을 흔히들 분석할 때 행위자, 구조, 그리고 그 둘의 관계성과 상호작용을 들곤 한다. 과연 이러한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 채 행위자가 바뀌면 어떻게 될 것인가? 바로 그 사회가 두려운 것이다.

 

 

 

김우철 / MBC    05cbd1a9588f25877c23cf92553f96c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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