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태풍 콩레이 영덕 강구면을 할퀴고 가다

 

 

태풍 콩레이 사진1.jpg

 

 지난 106일 강력한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에 도착한 후 경남 통영을 지나 경북 영덕에 상륙을 했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빨라 짧은 시간에 지나갈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 경북 영덕 강구면에는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평균 영덕읍에는 383.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태풍의 거센 바람으로 인해 어선들은 유실되고 도로는 붕괴되었다. 벼들은 다 여물기도 전에 태풍이 와 바닥에 누워버렸다.

 

태풍 콩레이 사진2.jpg

 

 취재차량이 향한 곳은 강구면에 있는 강구시장이었다. 이곳은 특히 저지대에 위치해 있어 이번 태풍에 큰 피해를 입었던 곳 중에 하나이다.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 시장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잡동사니가 나와 있었고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시장 입구에서 마을 끝까지 걸어 들어가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카메라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물건이란 물건들은 모두다 물에 젖고 흙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수조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죽어있는 물고기들, 한 마리당 15만원까지 한다는 영덕 대게들이 수조에 가득히 담겨 있는데 모두다 죽어있었다.

 

 어느 한집을 지나가는데 나를 붙잡던 아저씨. 그 분은 나를 곧장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며 어디까지 물이 찼고 얼마나 급박했는지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는 이렇게 하면 자기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영상 취재를 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설명을 드렸다. 이내 그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이고는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속상해 하셨다. 집을 나서는 순간 여기저기에서 자기들 집도 와서 촬영을 해 달라. 한번만 봐 달라.” 이야기가 끝없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연신 물건을 치우고 닦으면서어떻게 하노? 무엇부터 해야하노?”라며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곳에 가 보니 반지하 노래방을 운영한다는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다가 그분은 이내 말을 끝내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 울음은 절망과 설움이 묻혀있었다.

 

 그들의 고통은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나의 마음에 가득히 잡혔다. 현장에 벌어진 일들의 그림 중 최대한 줄여가며 영상취재를 했지만 이미 카메라 레코딩 런닝타임은 30분을 훌쩍 넘어갔다. 태풍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의 터전과 일자리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사람들의 복구의 손길이 여기저기에서 이어지고 있으나 이분들의 마음을 복구하기에는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영상 취재한 내용들이 방송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에게 알려주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재민 / MBN 대구지사    백재민 증명사진(MBN대구지사).jpeg

 

 


  1.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류최악의 원전사고, ‘체르노빌원전사고’를 알린 네 명의 영상기자들

  2.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사이드 러시아: 푸틴의 국내 전쟁(Inside Russia: Putin’s War at Home)”

  3.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

  4.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Russian Soft Power in The CAR)”

  5. 모든 것이 특별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6. 지역에서는 이미 불거진 문제, 아쉬움만 가득한 잼버리 조기퇴영

  7. 2023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도 광주처럼]

  8. 저는 지금 텔아비브의 중심가에 나와 있습니다

  9.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숙제”

  10. 언론인에 대한 정교하고 다양해진 공격, 직업적 연대로 극복해야

  11. EEZ 중국 불법어선 단속 동행 취재기

  12.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

  13.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 취재기] 뉴스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등지고 서다.

  14. “첫 취재를 함께 했던 언론인 동료이자 친구인 故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죽음 영상으로 담아낸 고통 …팔레스타인의 진실 계속 취재할 것”

  15. “후쿠시마 오염수, 서로 다른 체감온도”

  16.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발표 취재기

  17. [현장에서] ‘세계적 보편성’ 인정받은 ‘세계의 지역성’ …‘ATF2022’와 다큐멘터리 ‘화엄(華嚴)’

  18. [현장에서] “독재와 권력에 맞설 우리의 무기는 손에 든 카메라와 마이크입니다.”

  19.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현장 취재기] 월드컵 역사상 다신 없을 카타르 월드컵

  20. [현장에서] 카메라와 아이디어로 담아낸 현실의 부당함과 저항, 인간의 투쟁이 세상의 조명을 받도록

  21. 외신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 시각의 전쟁 취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