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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진성민 사진2.jpg

 

 오늘도 시간 외 근무를 신청했다. 아무 리 발버둥을 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봐도 시간 외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 었다. 하루에 리포트 두 개를 제작하고, 틈나는 대로 미세먼지 날씨 스케치를 해 야 하고, 편집실에서 쓰는 넌리니어 편집 기는 에러 경고가 뜨면서 다운됐다. 방송 시간에 쫓겨 편집을 하다 보면 영혼까지 털리는(?) 기분이다. 거기에 주말근무까 지 있으면 정말.. 내가 속해있는 방송사의 영상기자는 5명. 그중 한 두 명은 연차와 대휴를 소진해야 하니 빠져있다. 5명이 다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은 날이다.

 

 주 52시간 근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필자가 속해있는 방송사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2020년 1월 시 행 예정이다. 장시간 근무 환경에 노출 돼 있는 노동자로서 주 52시간 근무제 는 쌍수를 들고 환영이다. 하지만 걱정 부터 앞서는 건 왜일까. 최근 전주MBC 보도국은 토요일 아침 뉴스 폐지를 결 정했다. 전주MBC를 보는 지역 시청자 는 토요일 아침 뉴스 시간에 우리 지역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뜻이다. 회사 는 앞으로 다가올 주 52시간 근무제를 대비하고, 또한 현 적자 상황에서 인건 비 감소를 실현시키고자 결정했다 한다. 기분이 이상했다. 뉴스를 폐지한다? 비 록 휴일 아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과연 이러한 결정이 맞는 것일까?

 

 이것이 지역사의 현실이다. 토요일 아 침 뉴스를 폐지하듯, 위 제도가 본격 시 행된다면 휴일 뉴스 완전 폐지로 갈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대비하려면 두 가지가 실행돼야 한다. 일을 줄이든지 인력을 보충하든지. 인력 보충은 인건비 지출.. 쉽게 얘기해 돈이 드니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역사에는 쉽지 않은 선택이 다. 그렇다면 일을 줄여야 한다. 시간 외 근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휴일 근무가 자 주 생기지 않도록 회사가 지속적으로 관 리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사의 이러한 노 력은 뉴스 시간의 축소 및 폐지로 이어 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에게 적정 근무 시간을 도입하는 건 환영한다. 하지만 우리의 뉴스가 방송되지 않고, 그로 인 해 지역 시청자의 알 권리 축소로 이어 질 수 있다니 너무도 꺼림칙하다. 일이 많다고 항상 투덜대던 내가, 이러한 걱정 을 하는 걸 보면 아이러니하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로 가야 한다. 작금 의 백화점 나열 방식 뉴스 포맷으로는 주 52시간 근무를 맞추기 힘들다. 지역 현안 을 더욱 면밀히 들여다보고 주요한 핵심 과제를 뽑아내는 능력, 그로 인해 뉴스 시간은 줄더라도 꼭 알아야 할 뉴스, 사 회의 감시견으로서 시청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그런 아이템으로 채워 야 한다. 시간 메꾸기용 뉴스 아이템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뉴스 시 간을 때워야 한다는 데스크의 외침은 머 나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자.) 또한 MBC는 서울 본사를 비롯해 지역 16개 사의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다. 지역의 문 제는 첨예한 대립도 있지만 비슷한 처지 의 현안도 분명 존재한다. 본사를 비롯해
지역 사들의 적극적인 아이템 공유는 지 역의 문제를 상호 인식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으며, 문제점 제시와 해결책에 이르 기까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안정적으 로 도입하고, 지역 시청자들의 알 권리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다고 생각되 진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면 더 나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

 

 저번 주 나의 시간 외 근무시간은 10시 간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시간외 근무를 했다. 주말 근무까지 있다면 주 52시간 은 매우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 하루 에 리포트 2개 이상, 틈틈이 미세먼지 날씨 스케치, 오래된 넌리니어 편집기로 일을 하다 보니 내 몸은 지칠 대로 지쳐 간다. 난 주 52시간 근무를 손꼽아 기다 리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내 바로 후배는 6년 차 막내. 며칠 후면 7년 차다. 개인 적인 바람은 내 후배가 막내를 탈출할 수 있게 신입 후배를 뽑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바람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통 해 방송 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에서 벗 어나고, 더불어 시청자의 알 권리도 충 족하길 바랄 뿐이다.

 

 

 

진성민 / 전주MBC    진성민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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