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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한국영상기자상 대상 MBC 김기덕, 박주일, 이종혁, 박주영 기자
 
< '현장 36.5' 시리즈 >
(총 44편)

 

 

 

 작년 7월, 현장 36.5 팀에 투입된 후 처음 제작한 아이템은 ‘직접활선’ 아이템 이었다. ‘22,900V 특고압, 피 마르는 고압선 손작업’이라는 방송 제목이 있지만, 나는 이 아이템을 ‘직접활선’이라고 부른다. 정전율 제로에 도전하기 위해 92년부터 한전에서 도입한 공법이 ‘직접 활선’인데 이 때문에 수많은 전기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했고, 이 아이템은 그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다.
 

 직접활선은 말 그대로 ‘전기가 살아있는 선(활선)’을 작업자가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작업하는 공법이다. 1986년엔 323분이었던 호당 작업 정전시간은 이 직접활선 공법을 도입한 후 꾸준히 줄어 지난 2017년엔 5.1분대를 달성했다. 하지만 2만 볼트가 훨씬 넘는 전기가 흐르는 선을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대형 사고가 자주 난다. 효율을 위해 작업자들을 사실상 위험으로 내몬 것이다.
 

 사고로 입원 중인 전기 노동자 분들을 만나기 위해 영등포의 한 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실은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 혼자 떠들고 있는 텔레비전이 그나마 어색함을 조금 덜어줬다. 그중 한 분과 인터뷰를 위해 이야기를 하면서야 왜 그렇게 조용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입원한 분들 모두 사고를 당한 후 마음의 상처가 커서 많이 예민해져 있다고 했다. 또 사고 당시의 트라우마가 있어서 서로가 상해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들어한다고 했다. 그래서 실수로라도 또 상처를 낼까 봐 서로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각자 침대 앞 커튼도 다 닫아놓았다.
 

 인터뷰는 병실 안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인터뷰 내용 자체가 사고 당시 기억을 떠올리는 내용이 많아서 혹시라도 병실 안의 다른 분들이 불편할까 봐 걱정이 됐다. 우려한 대로 인터뷰를 시작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다른 한 분이 ‘거 해봤자 아무 소용없는 이야기 해서 뭐하냐’며 병실을 나갔다. 그분께 죄송하다고 따로 말씀드리고 나머지 분들에게도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고 다시 한번 양해를 구했다.
 

 인터뷰 컷은 카메라 두 대를 이용해 구성했다. 병상에 누워있는 인터뷰이의 풀 샷 하나와 클로즈업 하나였다. 풀샷은 와이드 렌즈를 써서 일반적인 사이즈보다 훨씬 더 넓게 잡았다. 인터뷰이의 인적 사항(가명)이나 중요하게 살릴 인터뷰 멘트 등을 인터뷰 컷의 빈 공간에 자막으로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클로즈업 컷은 (얼굴을 공개하기로 하신 분은) 얼굴을 빅 클로즈업 해 인터뷰를 하는 동안 생기는 표정의 변화를 조금 더 극적으로 전달하려 했다. 그리고 공개를 원치 않으신 분은 사고 부위를 스케치했다.
 

 ‘현장 36.5’는 일반적인 뉴스 리포트와는 다르게 기본적으로 영상 뉴스다. 시사적인 내용이나 메시지가 있는 아이템을 다뤄도 일반적인 뉴스 영상을 제작할 때 쓰는 영상 문법과는 다르게 제작한다. 그래서 인터뷰 컷 하나도 다르게 디자인하고 싶었다. 또 취재 기자의 오디오 없이 2분 내외 의 리포트를 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영상 한 컷, 한 컷이 더 신경 쓰이기도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음 날, 서울 외곽에 있는 한 작업 현장을 취재했다. 실제로 작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또 얼마나 위험한 상황들이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였다. 드론과 ENG 카메라, 오스모 등 총 4대의 장비를 운영했다. 지상에서 밑그림 을 만들고 작업용 버킷에도 동승해서 취재를 하느라 몇 번을 오르내렸는지 모른다.
 

 취재를 위해 작업을 안전하게 진행을 해주기로 했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전기 스파크가 튀고 경고음이 울릴 때는 겁도 났었다. 이런 취재를 할 때는 현장에서 작업 하시는 분들이 통제해주는 대로 잘 따라야 안전하다. 괜히 무리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더 큰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취재하는 동안 어떻게 알고 왔는지 한전 관계자도 나와서 어떤 취재를 하는지 등을 계속 물어봐서 정말로 정신없이 취재를 했었다.
 

 ‘현장 36.5’의 장점은 영상 기자들이 아이템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기존 뉴스에서 다루지 못하거나, 다루기 어려운 아이템들을 영상 기자들만의 문법으로 다룰 수 있다. 2012년에 없어 졌던 영상 취재부가 복원된 후, 지난 한 해 동안 MBC 영상 기자들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 ‘현장 36.5’는 그중에 핀 꽃이다. 다른 많은 데일리 아이템을 제작하면서도 어렵게 지켜나가고 있는 코너다. 아직은 제작 여건이 완전하지 않아서 여러 어려운 점들이 다소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현장 36.5’를 제작하고 있다.

 

 

박주영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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