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뉴스 품질 결정,
영상기자와 영상기자상의 명예를 높이다.
한창 취재에 빠져 있던 오후 3시를 넘길 무렵, 협회 소속 영상기자들 중 일부는 난데없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이의 목소리는 정중하나 ‘추궁’한 내용은 추상같았을 것이다.
어떤 내용의 영상을 방송으로 내보낸 적이 있는데 기억하는가, 그 영상에 이런저런 사람이 등장하는 데 영상 촬영에 대해 허락을 받았는가, 영상 취재원에게 무슨 프로그램에 어떤 내용으로 방송될 것인지 정확하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얻었는가?
모든 질문 대부분에 대해 기자 회원들은 속 시원하게 대답했다. 허락을 구하고 설명을 드리고 사용 동의를 받았다, 고 명료하게 답변했다. 문턱을 넘지 못한 답변도 한두 개 있었다.
지난 1월 30일 한국영상기자협회의 영상기자상 본선 심사장의 풍경이었다. 스피커폰을 켜놓고 심사위원 모두가 질문과 답변 내용을 들었다. 통화를 한 기자에게 심사장 상황을 설명드리고 필자가 대표로 질문을 했다.
열정과 역량이 가득한 회원 기자들의 작품들이었지만 질의응답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사례도 있었다. 작품을 출품했으나 수상을 하지 못하셨다면 서운한 마음을 필자에게 풀어주시기 바란다.
필자는 기자 회원 여러분을 대단히 존경한다. 영상기자상 심사에 참여하면서, 그리고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작업에 참여하면서 존경의 마음을 더욱 돈독히 하게 되었다. 전화 통화를 한 때로부터 짧게는 한두 달 전, 길게는 몇 개월 전에 취재한 영상인데도, 회원 기자들은 정확하게 누구를 어떻게 촬영했고 방송으로 내보냈는지 기억하고 계셨다. 음성변조와 블러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답변했다.
투철한 기자정신과 열정이 아니라면 즉석에서 쉽게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들이었는데도, 회원 기자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바로 확인해 주셨다.
그동안 기회가 닿을 때마다 칭찬을 거듭했지만 영상기자협회는 작년 11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정, 발표했다. 한국의 영상기자협회가 한국의 어떤 언론사, 어떤 언론단체도 하지 못했던 일을 담담히 해냈다.
어떤 칼럼에서 필자는 이 성과를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 언론들과 견주어도 빛나는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영상기자협회의 거룩한 작업이 더욱 가치를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현장의 언론인들이 이를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런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회원 수가 많은 한 방송사는‘ 비매품’인 이 책자를 자비로 특별 주문ㆍ제작해 사내 연수용 교재로 삼았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집필진 중 두 사람이 그 방송사의 연수 때 특별 강의를 맡았다.
주제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었다. 그 특강에서 집필자들은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저널리즘 현장, 우선 저널리즘 시상 분야에 지침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예측은 현실이 되었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집필자 중 한 사람이자 큰 방송사의 사내 연수 특강의 강사이기도 했던 필자에게 2019년 영상기자상 심사위원 참여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이달의 기자상에서 상을 받은 작품, 영상기자상에 처음 출품한 작품들을 사전에 하나하나 점검했다. 작품마다 정성이 가득 들어 있어서, 심사 대상 작품들을 보는 데 여러 날 여러 시간이 걸렸다‘. 가이드라인’의 위반여부를 분초 단위로 나누어 체크하고 기록하면서 영상을 살폈다.
필자가 사전 심사를 하면서 메모한 자료만도 십 수 페이지였다. 협회에서도 작년에 이미 2019년 심사에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린 터였다. 심사장에서도 심사위원 전원이 다시 심사기준, 원칙, 가이드라인 적용할 때 주의 점을 합의, 공유했다.
심사장에서 직접 작품을 출품한 회원들에게 스피커폰으로 일일이 질의응답을 거치게 된 것도 심사위원들 간의 합의에 기초한 것이었다.
예선과 본선에 오른 회원 기자들의 작품은 심사자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었다. 간혹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필자가 사전에 판단했던 작품들은 예선과 본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다른 심사위원분들께서도 가이드라인에서 요구한 기준을 작품 심사에 엄격하게 적용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본다.
필자는 영상기자상 심사에 처음 참여했다. 어떤 심사나 평가든 엄정해야 한다. 이번 영상 기자상 심사 과정도 필자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심사위원들이 사전에 심사대상 작품들을 철저하게 검토했다. 평가 과정에서는 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이 눈에 띄었다.
자기 회사의 동료 작품을 평가할 때는 심사위원은 필수적으로 제척 되었다. 엄정하기 위해 자발적인 기피도 이루어졌다. 좋은 방송뉴스를 제작하기 위한 회원들의 노력과 영상기자상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려는 심사위원들의 분투를 고스란히 목도할 수 있었다.
2019년 영상기자상 심사는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누구도 감히 해내지 못할 것을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소걸음 걷듯 뚜벅뚜벅 실행하고 있다.
작년 가을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을 뿐 아니라 2019년 영상기자상 심사에 그 가이드라인을 실질적으로 적용했다. 이는 영상기자상의 가치는 물론 한국영상기자들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이 자리를 빌려 영상기자 여러분과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 수상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아쉽지만 힘찬 격려와 응원을, 상을 받으신 분들에게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더욱 확장해 가는데 더욱 힘써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이승선 교수/ 충남대 언론정보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