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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포토라인과 알 권리



전 대법원장의 패싱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포토라인을 무시했다. 그는 2019년 1월 11일 검찰에 출석하여 대법원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한 후 검찰청 현관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을 패싱 해버렸다. 양 전대법원장의 재판과 함께 포토라인이 개인의 인격권 침해 여부가 새롭게 부각됐다.


 여기다 비슷한 시기,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인 사찰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으러 가기 전 포토라인에 섰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나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무죄를 떠나 수갑을 찬 채 포토라인에 선 것 자체를 불명예스럽게 여겨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변의 이야기가 나왔다. 포토라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마침내 포토라인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보다 망신주기,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는 불필요한 제도로‘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포토라인은 엄격하게 말하자면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무시해도 상관없다고 한다.


 취재 편의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피의자 망신주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적 형벌로도 기능하고 있어 당장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부작용과 반발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과연 즉각 없애야 할 관행일까?

포토라인의 제정 배경


 논란이 되고 있는 포토라인은 1993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수사과정에서 카메라 기자의 카메라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지는 등 사고가 발생하면서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1994년 12월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현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등이 취재질서와 취재원 안전을 위해 포토라인 운영 선포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행 준칙은 오랫동안 만들지 못 하다가 2006년에 와서야 포토라인 시행 준칙을 만들어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시행 준칙을 만든 지 또다시 10여 년 세월이 흐른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새로운 논란은 계속해서 불거졌다.


 주로 수사기관과 기자단의 효율적 협의의 문제 혹은 피의자가 일방적으로 거부할 경우의 문제, 종편과 파워블로거 등 과열 취재경쟁과 초상권에 대한 언론사의 자의적 해석 논란, 포토라인 준칙 위반자에 대한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징계방안, 알 권리 보호와 모자이크 처리의 원칙과 기준 등이다.


 포토라인은 한국 언론과 수사기관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명분 하에 만들어진 전 세계 유례가 드문 일종의 특이한 한국적 제도로 발전하고 있다. 포토라인은 언론사의 무질서한 취재를 막고 공적 인물의 수사를 공식화, 공개화하는 선언적 함의를 지닌, 수사기관과 언론사가 맺은 일종의 신사협정의 산물이다.


 수사기관은 수사준칙을 만들어 이를 공식화하고 있으며 한국영상기자협회 등은 포토라인 준칙을 만들어 동시에 시행 기준으로 삼고 있다. 포토라인은 개별 언론사나 기자가 취재, 접근하기 힘든 유명인이나 공적 인물을 공개 소환하여 밀실수사나 비밀소환, 봐주기 수사를 차단하는 투명한 수사의 공식화를 내포하는 공표 지점으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의 상징이 됐다고 본다.

포토라인에 따른 1, 2 심 판결의 차이점

 세월호 사건에서 배우 전양자 씨 동행인 소송 사건에서 1심 판결문은 포토라인과 초상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 임의로 만들어진 포토라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 포토라인 앞에 선 것만으로는 초상에 대한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카메라를 보며 포즈를 취하는 등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볼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 취재진 앞에 서서 카메라를 피하거나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초상의 촬영에 동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같은 사건에 대한 2심 판결문에서 달라진 점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 포토라인은 취재, 촬영이 예정된 공개적인 장소이며 수사기관과 언론사 사이에 합의된 취재 경계선으로 동행자의 각별한 주의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 소환된 자에 의무 동행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자발적으로 동행하여 취재진이 포진한 포토라인에 서서 촬영에 대해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 포토라인에 잠시 한발 비켜서는 정도, 모자를 쓰는 정도의 소극적 촬영거부 정도로는 명시적 촬영거부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배우 전 씨가 차를 타고 내리는 등 그를 계속 동행하는 동안 촬영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 포토라인에 들어오는 동행자는 스스로 촬영되지 않도록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아예 그런 곳은 접근하지 않는 적극적 자기 방어행위를 해야 촬영거부 의사로 해석하고 있다.

 

 ▲ 포토라인에 서서 배우 전 씨가 발언하는 동안 고개를 들고 서 있거나 촬영을 의식해 옷을 정장으로 갈아입는 등의 행위는 촬영거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2 심은 포토라인의 기능과 역할에 공식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존폐 논란에 휩싸인 포토라인을 없애는 것은 또 다른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와 언론계의 대립 사이에는 불신이 존재한다. 포토라인이 사회적 징벌 성격이 있고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검찰과 법원이 얼마나 공정하고 형평성에 맞게 수사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불신이 서로의 간극을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OECD 가입국중 우크라이나와 함께 사법부 신뢰도가 꼴찌 수준이다. 포토라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검찰과 법원의 신뢰도 높이기가 급선무인 셈이다. 다만 언론의 입장에서도 포토라인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본래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


김창룡 교수 / 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창룡교수님-프로필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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