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3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사진1.jpg

헬기 위 영상취재

 

 몇 달 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지난 2월 1일, 수도권 상공에 헬기 2대가 떴습니다. 매년 한다는‘ 경찰청 설 명절 고속도로 교통상황 및 귀성길 장면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상황이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시죠?) 매년 연례 행사(?)처럼 치르는 것이기도 하고, 또 2월 1일이면 아직 연휴 전이라 아직은 본격적인 정체가 이어지기 전이라 짐작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현장에 갔습니다. 올해 설 연휴는 (2일부터 6일까지) 예년보다 비교적 긴 편이어서 귀성 차량이 좀 더 분산되리라 생각도 했습니다.

 

 오후 2시쯤 노들섬 헬기장(집결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현장에서 담당 경찰들이 기자들을 상대로 간단한 신원조회를 했습니다. 어느 경찰관이 말하더군요.“ 매년 그렇지만 우리 경찰 헬기 잘 좀 찍어주셔야 합니다.” (그 소리에 갑자기 혈압이 확 오르더군요. 내가 명절에 경찰 헬기나 찍으러 다니는 사람인가?)

 

 2시가 훌쩍 넘어가는데 정작 우릴 태울 헬기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자니 이런저런 상념이 들더군요. 헬기가 문제없이 잘 뜰 수 있으려나? 하늘 위에서 별일 없겠지... ?

 

 이윽고 헬기가 도착했습니다. 영상기자(종편포함) 7명과 사진기자 8명은 각각 2대의 헬기에 나뉘어 탑승했습니다. 최근 해병대 헬기 등 몇몇 사고들이 있었기 때문에 약간 긴장감을 가졌습니다. 프로펠러가 돌고 헬기가 엄청난 굉음을 일으키며 상공에 올라가니 바람이 심하게 불더군요. 기체가 많이 흔들렸습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착석한 상태였지만 서로를 쳐다보는 눈길에서 불안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30분쯤을 날아 드디어 저 아래로 기다란 용의 몸체와 같은 서해대교가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불안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기내 7명의 기자가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 뛰어다니는 경쟁이 좁은 헬기 안에서도 벌어질 줄이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입니다.

 

 뷰파인더에 얼굴을 묻고 정신없이 일하는 동안 불안도 상념도 모두 잊었습니다. 웃픈 일입니다. 헬기에 탄 것만으로도 피로도가 높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일 텐데 정작 일할 때만큼은 머릿속이 아주 깨끗해지니.

 

 취재를 마치고 헬기가 다시 노들섬을 향해 복귀하는데 멀리 고속도로에 긴 병목현상이 발생했더군요. 신갈 JC 부근에. 차들이 벌써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채 서행하고 있었습니다. 평일 저녁 퇴근 차량 행렬에 더해 긴 연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같았습니다. 마침 옆을 보니 우리가 탄 헬기 오른쪽에 다른 헬기 한 대가 우리와 동일한 높이로 떠 있더군요. 아마도 사진기자 헬기에서 우리 취재진 헬기 모습을 담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우리도 상대 헬기 모습을 물론 담았죠.) 뜻하지 않게 취재진이 홍보에 동원된 듯해 약간 씁쓸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으니.)

 

 설날(구정) 귀성 풍경 스케치, 고속도로 정체 소식. 그림도 비슷하고 내용(말)도 비슷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풍경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뉴스, 이런 방식의 취재 노동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매년 경찰 헬기에 올라타 그 안에서 행하는 위험한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좋은 정보, 유익한 뉴스인가?

 

 물론 귀성길 고속도로 정체, 귀경길 현재 교통상황 등이 어떤 시청자들에게는 중요한 뉴스일 수도 있습니다. 와, 많이 막혔네. 지루하겠어. 그런 생각을 들게 하고,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방법에 금과옥조가 따로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영상기자들이 매년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헬기 촬영을 감행하는 풍경이 어떤 측면에서는 썩 아름다워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의 첨단 기술로 미뤄볼 때, 또 대형 TV 화면으로 비칠 영상의 미적 기준으로 볼 때 그것은 여러모로 불완전합니다. 그 영상이 정 필요하면 경찰청 화면 협조를 따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내용의 핵심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어느 구간의 차가 막힌다’ 에 있습니다. 관행에 의한 행위의 반복, 고민 없이 그저 ‘으레 했으니까 그냥 해’ 식의 워크플로우. 어떤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이젠 이러한 관행적 촬영에 관해 이야기 좀 나눠 보고 싶습니다. 과연 이것 말고 다른 방식은 없는가? 또 이런 식의 뉴스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영길 / OBS    김영길 증명사진.jpg

 


  1.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 일광욕을 즐기는 얄리와 쎵 떠오른다. 10대 때 아주 힘들게 읽어나갔던, 책(데미안)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으나, 그 구절이 어렴풋이 떠올라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본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
    Date2020.11.17 Views433
    Read More
  2. 제주 수중촬영 교육을 마치며…

    제주 수중촬영 교육을 마치며… 생후 22개월 딸내미의 오열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 사랑하는 처자식을 두고 제주도로 4박 5일간의 수중촬영 교육을 떠나게 돼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물론 가벼운 발걸음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만약 꼬리...
    Date2021.11.17 Views433
    Read More
  3.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오늘도 시간 외 근무를 신청했다. 아무 리 발버둥을 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봐도 시간 외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 었다. 하루에 리포트 두 개를 제작하고, 틈나는 대로 미세먼지 날씨 스케치를 해 야 하고, 편...
    Date2019.01.03 Views435
    Read More
  4. 취재현장의 유튜버, 취재의 자유와 방해의 경계에서…

    취재현장의 유튜버, 취재의 자유와 방해의 경계에서… ▲ 유튜버들의 취재 방해를 다룬 MBC 온라인 채널 〈엎어컷〉 화면 갈무리 지난 8월13일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 구치소에서 석방됐다. 당일 이른 아침부터 검찰 기자단을 비롯한 각 사의 현장 취재진이 이재...
    Date2021.11.17 Views435
    Read More
  5.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 지난해 11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원정석에서 아들과 함께 축구 좋아하시나요? 해외축구는 EPL, 국내축구는 국가대표팀 보신다고요? 맞습니다. 역시 축구는 EPL이죠. 그곳에서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최고의 기...
    Date2020.09.15 Views436
    Read More
  6.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 작년 가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위에서 가족과 함께 내가 남편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초겨울이었다. 그는 KBS에 막 입사했었고, 연애를 시작하기엔 너무 바빴다. 야근이 일상이었고,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선 내가 여...
    Date2020.11.16 Views436
    Read More
  7.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몇 달 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지난 2월 1일, 수도권 상공에 헬기 2대가 떴습니다. 매년 한다는‘ 경찰청 설 명절 고속도로 교통상황 및 귀성길 장면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상황이 대...
    Date2019.05.08 Views439
    Read More
  8.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다사다망(多事多忙). 2018년 직장인들 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쁨’을 뜻한다. 보름도 채 남지 않은 나의 2018년을 되돌아봤 다. 1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4.27 남북정상회담,...
    Date2019.01.03 Views443
    Read More
  9.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면서 취재에 몰두하는 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사진> 봄 방학을 외가에서 보내려 아이들과 친정으로 가던 도중 남편(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잘하지 않는 그가 전화를 했다...
    Date2020.05.07 Views445
    Read More
  10.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취재현장 보도 윤리·취재 방식도 변화 ▲지난 12월 21일 가족 새해 소망을 듣기 위해 방송사 취재진이 마이크 연장봉을 이용해 마스크 쓴 시민을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종로 경찰서 앞에...
    Date2021.01.08 Views451
    Read More
  11.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8시 50분. 커피 한 잔과 함께 회사에 들어서며 하루가 시작됩니다. 9시 10분. 취재 일정이 나옵니다. 하루에 리포트 하나 정도를 제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보통은 오전 10시쯤 시작해 3시경이면 현장 취재는 끝납니다. 취재...
    Date2020.01.08 Views452
    Read More
  12.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사람은 한 치 앞일도 알 수가 없다. 불과 작년만 해도 나는 아직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영상기자라는 직업 명사는 불현듯 내게 왔다. 영상기자가 된 후 세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이에게는 저마다 인생 전환점이 있을 ...
    Date2020.01.09 Views456
    Read More
  13. 이상한 출장

    이상한 출장 “카메라 기자 인생 30년에 가장 굴욕적이었어.” “오죽했으면 내가 출장기간에 억울한 부분을 하루하루 메모를 해놨다니까.” “이런 출장 인지도 모르고 갔지.” “갔다 와서 엄청 싸우고 다신 안 간다고 ...
    Date2019.07.02 Views462
    Read More
  14.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 아리랑국제방송 스튜디오 ‘아리랑국제방송’은 국내에서 ‘국제방송’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방송 중인 거의 유일한 채널이다. 어느덧 개국한 지 20여년이 흘렀다. 긴 세월이 말...
    Date2019.07.02 Views466
    Read More
  15.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내가 KBS에 입사한 2006년. KBS 9시 뉴스 시청률은 보통 20% 초중반, 잘 나올 땐 30%가 넘었다. 2019년 현재, 시청률은 반 토막이 났다. 다행인 것일까? 아직 시청률은 1위를 고수하고 있으니. 우리가 즐겨보는 네이버뉴스에서 KBS...
    Date2019.09.09 Views471
    Read More
  16.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 지난 7월 18일 한 방송사에서 대구 스크린골프장 화재현장을 감식하고 있는 소방대원의 가까이에 드론을 날리고 있는 장면 4차 산업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론은 손쉽게 온·오프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소방...
    Date2019.09.09 Views472
    Read More
  17.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KBS대전뉴미디어팀에서근무하고있는필자 지난 2월 KBS 대전총국 내 새로운 조직인 디지털 관련 부서가 생긴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갈망해 왔지, 사실 디지털 분야는 그...
    Date2021.01.08 Views476
    Read More
  18.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담에 대한 희망적 관측과 더불어 과거 정권교체 대상이었던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Date2018.07.04 Views487
    Read More
  19. [줌인]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나열 뉴스는 독재 시대의 욕망을 반영한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특권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특권을 지속시키기 위해 뉴스는 깊이 들어갈 수 없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깊이 들어가는 순간 그들(언론)이 가진 특권을 잃는다. 역...
    Date2019.07.02 Views494
    Read More
  20. [줌인] 고(故) 안정환 선배를 추모하며

    고(故) 안정환 선배를 추모하며 동료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인 빈소. 차고 건조한 느낌의 형광등 불빛 아래 놓인 영정사진. 그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 왜 그랬는지, 무슨 상황에서였는지 선배는 엄지를 치켜세우고, 비현실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
    Date2019.11.06 Views498
    Read More
  21.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보도영상 관련 기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화질은 SD에서 HD로, 기록 매체는 테이프에서 메모리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영상취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영상기자의 역할까지 바꾼 것은 아니다. 하지만 MNG는 기존의 위성 장비를...
    Date2020.03.11 Views52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