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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하루 중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난도 높은 일이다. 어떤 사건이 뉴스 가치가 높은가? 누가 혹은 누구의 말이 오늘 더 집중 조명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고 대중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 헤아리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선택에는 위험이 따른다. 선택은 모험이다. 그것은 마치 룰렛 게임과도 같다. 이른바 백화점식의 ‘나열 뉴스’는 선택의 이러한 위험성을 제거한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 그것은 업자들에게 다분히 매력적이다. 나열은 안정을 추구한다. 거기엔 모험이나 살을 베는 평가가 없다. 보기 좋게 나열된 사건들의 천국에서는 그 누구도 하나 혹은 둘을 선택하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나열 뉴스에서 문제는 오직 어떤 순서로 나열하는가에 있을 뿐이다. 먼저가 있고 나중이 있을 뿐이다. 순서(어느 꼭지가 먼저, 어느 꼭지가 나중), 결핍(어느 꼭지가, 어느 장면이 빠졌는가), 추가(어느 것이 더 들어갔는가). 이것이 나열 뉴스가 다름을 흉내 내는 도구들이다.

 

 나열은 점점 더 촘촘한 나열을 추구한다. 사건을 나열하고 종국에는 한 커트 안에서도 나열을 시도한다. 뉴스업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화면의 3분할, 4분할도 나열하려는 욕망을 반영한다. 하나의 화면조차 나열의 효율적 공간으로 배분되어야 한다. 한 꼭지엔 여러 화면이 담기고, 나아가 자막과 그래픽 등 까지 담겨야 한다. 나열이란 질서 안에서 몇 개가 더 나열되었는가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헬리캠 : 더 많이 보여주려는 욕망
 

 나열은 취재 방식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어느 곳에나 카메라가 존재하는 것. 그것이 나열 뉴스의 카메라가 일하는 방식이다. 10개의 카메라보다는 100개의 카메라가 낫다. 두 군데의 포인트보다 네 군데의 포인트가 더 심혈을 기울인 증거가 된다. 중요한 일, 강조하고 싶은 것일수록 더 많은 카메라가 동원된다. 누가 더 다양한 장면을 포착했는가? 누가 가장 희소한 영상을 소유하고 있는가? 이 게임은 영상기자들의 과중한 노동을 당연시할 뿐만 아니라 찬양한다. 누가 더 깊이 갔는가, 가 아니라 누가 더 넓게 퍼졌는가, 가 중요해진다.

 

 헬리캠 영상은 더 높게, 더 넓게, 더 많이 보여주려는 욕망을 반영한다. 우리 중 누구도 헬리캠 영상이 거기 왜 필요한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도로, 인파, 대자연, 어디든 헬리캠을 띄운다.

 

 새의 시선은 인간의 관점에서 괴이하다. 인간은 새의 시선을 얻기 위해 산, 높은 구조물 등의 위에 올라가거나 비행기를 타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손쉽게 새의 시선을 얻는다.

 

 우리 눈에 익숙하지 않기에 더 아름답고 더 경이롭게 느껴진다. 그것은 수많은 요소를 일시에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헬리캠은 더 넓게, 더 많은 것을 담고자 하는 욕망을 반영한다. 이것은 나열 뉴스의 끝판왕이다.

 

 

김정은 / 편집장    3447be21a91babf88bb372975282bc85.jpg

 

 


  1.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2.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3. 기독교계 뉴스 취재 현장의 실상

  4.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5. 뉴스는 건축이다

  6.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7.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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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11. 2018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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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영상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

  20. 북한이미지의 올바름에 관하여

  21.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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