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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전문보도부문 멀티기자
MBC 현기택 기자
 
<고성산불-화마에 불탄 삶의 터전 연속보도>

 

 

 

고성 산불 연속보도 ‘화마에 불탄 삶의 터전’

 

 아침에 눈을 뜨면 항상 핸드폰부터 확인한다. 스마트폰 중독 증세일까? 물론 그런 것은 아닐 테다. 영상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난 뒤 생긴 습관이다. 밤사이 혹시나 무슨 일이 있었나 체크하려는 것이다. 직업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4월 5일 아침. 전날 고성에 산불이 났는데 심상치 않다는 선배 카톡을 보고 잔 뒤라 눈을 뜨자마자 어김없이 핸드폰을 확인했다. 카톡 메시지는 이미 100여 개가 넘어가 있었다. 뉴스 어플의 속보 메시지는 넘쳐흐르고. 밤새 강풍에 옮겨 붙은 산불이 고성과 속초, 동해 일대를 하루 밤 사이에 집어삼키고 있었다.

 

 출근하니 이미 지난밤에 몇 팀이 산불 현지로 급파되었다. 헬기팀인 나는 김포공항으로 이동해 강원도로 비행을 시작했다. 헬기 라이브와 산불 피해 헬기 스케치. 두 가지 미션을 부여받고 아직 산불이 진행 중인 동해 망상 지역으로 급히 날아갔다. 낮 뉴스부터 라이브 방송을 연이어 하고 군데군데 산불 피해 상황을 헬기를 타고 스케치 했다. 하룻밤 화마가 할퀸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마을 전체가 전소되어 버린 곳도 있었다. 봄을 맞이해 초록이 피어나야 할 산간 지역이 온통 시커먼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헬기 이동 중에 온통 불타버린 한 폐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폐차장의 모든 차들이 잿더미가 되어버렸고 뜨거운 불길에 녹아내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공장 사이로 누군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아 있었다. 그는 아마도 공장 주인인 듯 보였다. 멍하니 불타 버린 차들을 바라보다 눈물을 훔치더니,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룻밤 사이에 삶의 터전을 화마에 빼앗긴 이의 심정이 하늘 위 헬기에 탄 나에게까지 그대로 전달되었다.

 

 회사로 복귀 한 뒤 이 내용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뉴스로 전파되기에는 몇 가지 점에서 불완전했다. 우선 헬기 취재의 특성상 사전 동의를 구하지 못했고 둘째 해당인의 신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 사람이 공장 주인인지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취재팀은 이대로 방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폐차장을 검색해 보았다. 어찌어찌 전화번호가 검색이 되었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화기 너머로 울먹이는 공장 주인을 확인하는 데에 이르렀다. 그에게 취재내용을 설명하고 방송 동의를 받았다. 취재기자가 기사를 쓰고, 그날 헬기 스케치가 방송이 되었다.

 

 다음날, 영상기자가 만드는 영상뉴스 ‘현장 365’로 산불피해로 갈 곳을 잃은 이재민들의 심정을 담아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폐차장 주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취재 동의를 구하고 그 길로 다시 서울에서 고성으로 갔다. 땅에서 본 피해현장은 더욱 참혹했다. 그곳은 단순 폐차장이 아닌 중고차 부품 수출업체로서 누군가가 30년간 이뤄 낸 삶의 터전이자 10여 명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곳이었다. 이 폐차 공장 같은 중소기업은 자연재해로 인한 특별재난 구역 무상지원대상에서 제외되어 당장 복구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폐차장을 비롯해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막막한 심정은 뷰파인더에 그대로 전달되었고 ‘현장 365_화마에 불탄 삶의 터전’ 은 그렇게 방송이 되었다. 취재 도중 중앙재해본부로부터 적극적인 대책 수립을 검토하겠다는 답변도 받아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이번 취재로, 개인적으로도 많은 공부가 되었다. 영상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기사에 반영시켰으며(그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지만), 헬기취재만으로 끝내지 않고 피해상황 르포를 영상기자 한 명이 (기획, 취재, 구성 및 편집까지) 모두 감당했다. <보도영상 가이드라인>에 따라 헬기 취재에 특정된 취재원에게 방송 가능 여부를 직접 확인한 과정은 향후 초상권 기준을 마련하는 데에도 참고할 사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영상기자 1인의 다양한 역할이 뉴스 제작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함께 느꼈다.

 

 ‘멀티기자’라는 타이틀은 어색하지만 따지고 보면 영상기자들 대부분이 다양한 역할을 하는 멀티 기자들이기에 이번 상은 뉴미디어를 비롯해, 영상취재, 영상편집, 영상기획, 특수촬영, 현장 중계 등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영상기자들 전체에게 돌아가야 마땅할 것이다.

 

 

현기택 / MBC    현기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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