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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와의 사투

 

 

(사진) 고성산불 취재기 화마와의 사투.jpg

▲ 지난 4월 강원도 고성군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사진)

 

 그동안 수많은 화재현장을 취재해 봤지만 이처럼 빠르게 번지고 피해지역이 광범위한 경우는 처음이다. 처음 인제에서 실화로 산불이 발발했고, 고성군에서 다른 산불이 또 붙었다.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인해 불은 삽시간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 붙었다. 급기야 속초 도심까지 불이 번졌고 주변 다른 지역도 화마가 휩쓸었다. 하룻밤 사이 주민 수천 명이 피난길에 나섰고 수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화재가 있었던 4월 4일 오후, 압수수색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메인뉴스 모니터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부서 전화기가 울렸다. 취재기자가 다급한 목소리가 말했다.

 

 “지금 빨리 고성에 가야 해요. 산불이 계속 번지고 있어요.”

 

 퇴근 한 시간 전이었는데. 야근 근무자는 출근 전이고 강원에 지사도 없었기에 갈 사람은 나뿐이었다. MNG, 사다리, 안전모, 조명을 부리나케 챙겼다. 보도차에 몸을 던져넣었다. 고속도로 달리는 중간중간 실시간 재난상황을 체크하며 산불이 번지는 곳을 체크했다.

 

 화재 지역에 가까워질수록 핸드폰에 ‘대피 안내’ 문자가 더 자주 날아왔다.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해야 할지 마음이 조급해졌는데 차는 벌써 속초 톨게이트를 지나고 있었다. 인근 산에서 능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산불이 보였다. 마치 화산에서 흘러내리는 용암처럼. 하늘엔 도깨비불처럼 불씨가 날아다니고, 나무 타들어 가는 소리, 사이렌 소리가 뒤섞여 고막을 때렸다. ENG 카메라 모니터 창이 타오르는 붉은 화염으로 가득 찼다. 시내로 이동하자 LPG 충전소 뒤로 불이 옮겨 붙고 있었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소방대원들이 필사적으로 화재 진압에 나서고 있었다. 나도 그 장면을 담기 위해 뛰어갔다. 하지만 열기와 연기로 눈은 뜨기 힘들었고 날아드는 불씨에 머리카락 타는 냄새도 났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순간 산에서 타고 내려온 연기로 가득 찼다. 시야 확보도 어려운 데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있어 호흡도 어려웠다.

 

 “여기로 빨리 나오세요!!”

 

 누군가 소리쳤다. 그쪽으로 뛰어나가자 겨우 호흡할 수 있었다. 위험한 상황이기에 원거리 촬영을 할 수도 있지만 야간인 데다 소방대원이 화마와 싸우는 모습을 줌(Zoom)을 당겨 담을 수는 없었다. 영상기자의 숙명이다.

 

화마와의 사투.jpg

▲ 산불현장 일대 곳곳에서 차량이 불에 타는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

 

 시내는 가옥과 차량들 심지어 라디오 방송국도 전소되었다. 폭격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취재가 끝나고 산불을 피해서 주민들이 대피한 임시 대피소를 찾았다. 고성과 속초 각 마을과 아파트 단지 인근까지 번진 불길에 대피한 주민들의 상실감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힘들었다. 현장에서 꼬박 밤을 새우고 동이 트자 처참한 광경이 드러났다. 시커먼 재가 된 현장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이재민들의 한숨소리만 남았다.

 

 동해안은 매년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산불은 규모 면에서 피해가 컸다. 해마다 반복되는 산불을 막을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그나마 초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뻔했던 산불이 빠르게 진압될 수 있었던 것은 목숨을 걸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온 소방관, 군인,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 취재를 하면서 몸은 고달팠어도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생생한 사건 현장을 담고,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책무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조영민 / MBN    (증명사진) 조영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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