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유·민주·평화에 기여한
영상기자 대상…5·18정신 세계화 기대
“공신력 확보, 기금 마련 등 현실적 문제 충분히 검토해야”
▲ 5ㆍ18 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힌츠페터 국제 보도상 제정 세미나에서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김창룡교수(가운데)가 발언하고있다<사진>.
지난 28일 열린 세미나 참석자들은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 제안을 크게 환영했다. 힌츠페터가 목숨을 걸고 광주의 참상을 취재·보도한 ‘기자 정신’과 한국 민주화의 원동력이 된 ‘5·18 정신’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확산했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제를 맡은 김창룡 인제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힌츠페터는 한국의 민주화를 이루는 단초를 제공한 언론인으로 △그의 헌신이 세계 도처에서 독재정권과 싸우는 개발도상국에게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확산, 민주화를 앞당기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국제보도상 제정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외교 확대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재 조선대 교수(신문방송학) 는 “힌츠페터는 펜보다 강한 영상으로 5·18을 세계에 알리고 진상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라며 “힌츠페터의 이름을 붙인 국제보도상을 제정하는 것은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나준영 MBC 보도본부 뉴스콘텐츠취재1부장은 “힌츠페터는 5·18 당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대한민국 영상기자들에게 원죄를 씌워준 사람”이라며 “상이 제정되면, 수상 과정에 영상기자들의 취재와 보도 과정을 포함시켜 기자들이 바람직한 언론인의 자세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관 지원 vs 국민 모금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제보도상 제정과 관련해 심사위원 구성, 기금 마련 방법, 기존 언론상과의 관계 정립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오갔다.
먼저 재정 문제와 관련해 김학실 광주광역시의회 교육문화위원장은 “광주시의회에서는 힌츠페터 상의 존재감과 위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상의 제정에 노력할 것”이라며 “예산이나 조례를 제·개정하는 문제 등 광주시가 도와줄 부분이 있다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의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은 “광주시에서 펀딩을 받기보다는 국제보도상 제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국민 모금을 시도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김창룡 교수도 “예전에 영국의 언론상을 연구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언론상이 상금을 주지 않았지만 수상 자체로 명예와 권위가 부여되더라.”면서 “관의 지원을 받아 힌츠페터상을 주는 것은 언론 정신하고 맞지 않는 것 같다.”라고 동의했다.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지자체에서 재정을 기본적인 뒷받침을 해야 안정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광주가 (펀딩의) 주체가 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조금 더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송진호 한국국제협력단 상임이사도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이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국비나 정부 기관의 출연, 광주시 예산과 시민모금 등 다양한 곳의 참여가 가능 할 것”이라며 “국제협력단은 수상 제도에 직접적인 지원을 한 적은 없지만, 상과 관련한 국제포럼 개최와 같은 간접 지원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 5·18언론상’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기존 여러 언론상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김성재 교수는 △신문 분야의 풀리처상 △국제 영상저널리즘상인 로리펙상 △방송계의 풀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 등을 소개한 뒤 “영국과 미국이 독과점하고 있는 세계 3대 언론상, 특히 ‘로리펙상(Rory Peck Prize)’에 버금가는 국제 영상저널리즘상을 제정하는 의의는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재의 연구원은 “현재 5·18기념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5·18언론상’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차별성은 무엇인지, 5·18언론상을 통합해 확대 개편하는 방안은 어떤지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재 교수와 송진호 상임이사도 “국내의 다른 언론상, 특히 ‘5·18언론상’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독일 등 국제적인 협업 필요성 제기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이 전 세계 영상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인만큼 국제적인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철수 광주전남언론학회 회장은 “국내 단체는 물론 국제적인 관련 단체와 연계해 협업해야 할 것”이라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등과 같은 탐사보도 관련 단체나 언론 연구단체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철원 광주MBC 기자도 “내년 5·18 40주년을 앞두고 독일 취재를 다녀왔는데, 힌츠페터의 미망인 등 지인들조차 영화 ‘택시운전사’를 아직 못 봤다고 할 정도로 현지에선 힌츠페터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국제보도상인 만큼 제정 단계에서부터 독일영상기자협회, 탐사보도협회 등과 실질적인 협력과 연대를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보도상 평가와 선정 과정에도 해외 언론인이나 기관 관계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야 상의 공정성과 권위가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 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의 연구원은 “수상 대상자에 대한 추천 과정을 객관화하고 수상자 선정 심의위원회를 국제적인 인력풀로 구성하여 운영하는 방안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 여론 수렴 과정 필요…충분한 시간 갖고 논의해야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이 기존의 언론상과 차별화되면서도 권위있는 상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이 필요하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김학실 교육문화위원장은 “단순히 ‘위르겐 힌츠페터’라는 이름만으로는 공신력을 얻을 수 없다”며 “국제보도상 제정 추진을 위해서는 시간보다는 방향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룡 교수도 “한 차례의 세미나로 우리 사회가 국제보도상 제정의 당위성에 동의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도권이나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도 세미나를 열어 공감대를 만들고 상을 제정하는 방식도 신중하게 시간을 갖고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김철원 기자도 “세미나에 오기 전에는 5ㆍ18 40주년에 맞춰 상이 제정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을 갖고 추진하는 게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상기자협회는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의 세미나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안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