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9 17:27

MNG가 바꿔놓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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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G가 바꿔놓은 풍경

 

 

2017년 8월. ‘혹시 모르니까.’ 

 

mng.jpg

 

 전국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던 대한민국보다 조금 더 기온이 높은 필리핀으로 ARF(아세안 지역 포럼)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혹시 모르니까’ 하는 생각으로 MNG 장비를 챙겼다. 데스크가 먼저 ‘혹시 모른다’ 하고 이야기를 한 터였다. 잘 작동하면 OK고, 그렇지 않으면 안 써도 상관없다, 그런 공감 하에. 챙겨가는 나도, 챙겨 보내는 회사도 그런 공감대가 있었다.

 

 현지에 도착하고 보니 각사 취재팀 모두 저마다 MNG 장비를 챙겨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허름한 쇼핑몰 구석진 좌판에서 각자 몇 개씩 선불 심카드를 구입하고, 삼삼오오 모여 사뭇 진지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심카드를 MNG에 장착했다. ‘과연 잘 작동할까?’ 그 출장 기간 동안 아주 가끔 한 번씩 몇몇 취재팀이 라이브를 시도하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도 차원일 뿐이었다. 반드시 MNG로 송출해야 한다, 하는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그래서 현장은 노트북을 거쳐 한국으로 날아갔다. 당시 분위기는 그랬다. 

 

2018년 6월. 러시아 월드컵.                  

 

 낫과 망치가 새겨진 붉은 깃발과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2018년 6월, 내게는 러시아보다는 소련으로 각인되어 있던 러시아로 월드컵 출장길에 올랐다. 불과 1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것은 MNG가 해외 취재 시에도 ‘반드시 필요한’ 장비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각사 출장팀마다 최소 한 대씩은 MNG를 챙겨 드넓은 시베리아 땅으로 향했다. 우리의 경우 모스크바 팀은 라이브를 준비했고, 상대국 팔로우 담당팀(내가 속했던 팀이다)이 MNG를 활용하기로 되어 있었다. 당시 러시아는 이동통신 사정이 좋지 않았다. 우리 팀의 첫 취재 포인트였던 갤레인지크는 3G와 LTE가 오락가락했고 아예 이동통신망이 잡히지 않는 음영 지역도 많았다. 이미 사전답사를 마친 스웨덴 취재팀은 유선망을 미리 신청해 MNG에 활용하기로 했다. 한 달여 기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러시아 다섯 개 도시를 취재하는 동안 MNG가 많이 활용되었다. 때론 짐이 됐지만 매우 유용한 송출 수단이 되어 주었다. 영상을 노트북으로 가공해 업로드 하는 일련의 수고로움을 덜어주었다. 회사에서는 현장 영상이 예전보다 빨리 도착하니 그만큼 기사에 반영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2019년 2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MNG3.jpg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회담. 지구상에서 가장 취재하기 힘든 두 나라가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회담을 열었다.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1차 회담에 이어 각 방송사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그리고 그 열기의 중심에는 MNG가 있었다. 우리 취재팀은 생중계가 많을 것에 대비하여 1팀당 한 대의 MNG와 수십여 장의 심카드를 준비했다. MNG를 이용한 실시간 해외 생중계가 어느덧 직종의 주 업무가 되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 도착한 동당역부터 그의 숙소 앞까지 수많은 내외신 취재진이 MNG로 무장해 그를 맞이했다. 가공되지 않은 영상이 찰나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한국으로 날아가고 그대로 전파를 탔다. 바야흐로 중계차를 보내지 않고, 위성을 이용하지 않고도 해외 중계방송을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달라진 일상 

 

 문제는 MNG 생중계가 현장 취재보다 더 우선시되는 해외 출장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MNG는 우리의 출장 풍경을 근본부터 바꿔 놓고 있다. 출장팀을 꾸리는 최초 단계부터 MNG 중계를 위한 최적 인력, 장비 구성이 논의된다. 현지 통신 사정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 점검 사항이 되었다. 현지 공항에 도착하면 호텔로 가기 전에 심카드 판매점을 먼저 찾아야 한다. 과거엔 하지 않았던 일이 주된 업무 범위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다가올 미래. 영상기자의 과제. 

 

 올해 봄 우리나라 최대의 화두 중 하나는 5G 통신망의 출범이었다. LTE보다 최대 20배쯤 빠르다는 그 무시무시한 녀석은 수치상 늘어난 대역폭만큼이나 우리 영상기자의 업무 현장에 앞으로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모뎀 하나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늘어 장비는 더욱 가볍고 작아질 것이다. 그리고 MNG 기능은 궁극적으로 카메라 안으로 들어오게 되리라. 대역폭이 늘어나는 만큼 화질과 음질은 향상될 것이다. MNG 사용이 지금보다 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이다. 반응속도가 빠르니 더더욱 생중계에 적합해질 것이며, 실시간 원격제어 기술의 발전으로 영상기자의 눈과 손을 대체할 수도 있다.

 

 기술의 발전은 거대한 흐름이어서 한번 시작되면 거스를 수 없다. MNG가 영상기자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겠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선배들이 늘 변화에 적응해 여기까지 온 것처럼,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기술의 발전이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 목표에 기여하도록 만들어가는 부분은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기술에 종속되어 단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쯤으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속도와 편리함 이전에 영상기자가 있어야 한다. MNG를 다루는 인력쯤으로 전락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게 있다면 MNG는 영상기자들에게 매우 효율적이고 쓸 만한 장비가 될 수 있다.

 

※ MNG(Mobile News Gathering)

   LTE 등 무선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영상과 음성을 실시간으로 송출해 주는 장치

 

 

김남성 / SBS    김남성.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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