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KBS·MBC, 아카이브 재구성 아이템 ‘눈길’
▲ KBS 아카이브 프로잭트 모던코리아 화면 갈무리
▲ MBC 백투더뉴스 화면 갈무리
방송사들의 아카이브 활용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아날로그 영상 자료들을 디지털화하면서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 과거에 방영한 음악,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실시간 스트리밍하거나, 주요 장면을 잘라 편집해 클립 형태로 내보내는 등 과거 자료의 ‘재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자료를 단순히 ‘재탕’하는 것에서 나아가 ‘재가공’해 호평을 받는 작품도 등장했다.
KBS는 ‘KBS 영상 아카이브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하여 대한민국의 오늘을 돌아본다’는 취지로 ‘KBS 다큐 인사이트 -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3부작을 방영했다.
KBS는 9시 뉴스, 시사·예능 프로그램, 드라마의 영상과 인터뷰 자료만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이다. ‘우리의 소원은’(1부, 10월 31일 방영), ‘대망’(2부, 11월 7일 방영), ‘수능의 탄생’(3부, 11월 14일 방영) 등 3부작이 방영된 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현대적인 세련된 영상 관습에서 벗어나 드라마, 현장 취재, 인터뷰 등 올드필름만으로 대부분의 서사가 진행되고 간혹 재치 넘치는 ‘짤방’을 포함하기도 해서 유쾌했다”며 “미술관에서 ‘현대사 영상전’을 보는 것만 같음과 동시에, 서사를 따라가는 것이 즐거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이런 뛰어난 작업들이 지상파에서 나오고 있다니 한편으론 다행이라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더 많은 실험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며 다양한 아카이브 활용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KBS는 내년 2월 ‘해태 타이거즈, 지금은 사라진 가장 약한 영웅들’, ‘시대유감, 삼풍’, ‘휴거, 그들이 사라진 날’ 등 나머지 3부작을 방영할 예정이다.
‘보도 영상’만을 재가공해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MBC의 시도도 눈에 띈다. MBC는 지난 3월부터 최근 뉴스와 과거 뉴스 영상을 교차 편집해 자막과 함께 보여주는 ‘백투더뉴스’를 매주 일요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방송하고 있다.
‘백투더뉴스’는 몇 년 전부터 대한민국의 주요 뉴스를 차지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가 사실은 1990년대부터 제기되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하고(3월 17일 방송), 40년째 해결되고 있지 않은 택시기사 월급제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3월 31일 방송).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2일에는 ‘1998년, 겨울의 기적’ 편을 통해 IMF, 세계 금융위기 등 경제가 어려울수록 우리나라의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과 개인 기부가 증가한 반면, 최근 3년 동안에는 지속적으로 모금액이 줄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했다.
MBC 나준영 뉴스영상콘텐츠국 뉴스콘텐츠취재1부장은 “KBS ‘아카이브 프로젝트’와 MBC ‘백투더뉴스’는 아카이브를 잘 가공하면 영상이 개별 아이템으로 한 번 소비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각 방송사와 영상기자들이 아카이브에 쌓이는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해 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