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9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영상 데스킹, 케케묵은 이야기

 

 

 최근 몇 개월 동안 KBS뉴스는 보도 영상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7월, 일본 불매운동을 소개하는 뉴스에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되는 방송사고가 있었고, 이후 10월에는 기상뉴스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는 사고가 있었다. 최근에는 독도 헬기 추락사고 관련하여 사고 헬기의 이륙 장면이 담긴 휴대폰 영상이 큰 논란을 빚었다. 모두 KBS뉴스 신뢰도를 크게 훼손시키는 사건이었다. 

 

 일련의 사건들은 회사 내부적으로 실무자의 단순 실수로 치부되고 끝났다. 올해 KBS-EBS에 대한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KBS 양승동 사장 역시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된 방송사고에 대해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고의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고의성은 없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에게 제대로 된 영상 데스킹 시스템도 없었다. 

 

 영상 데스킹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제는 케케묵은 오래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크게 발전하거나 개선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 왜 이렇게 우리는 똑같은 질문을 오랫동안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보도 영상을 담당하는 영상기자들이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측면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 영상을 출고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취재기자들은 초고의 작성부터 최종 데스크의 사인을 받기까지 시간대별로 그 흔적이 보도정보에 고스란히 남는다. 그리고 데스크의 최종 사인이 있어야 비로소 방송으로 출고할 수가 있다. 나름 체계화된 구조 속에서 책임을 명확히 하고 데스크와의 소통을 통해 기사의 오류를 수정하는 방식을 잘 구축해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디지털화된 보도정보시스템 속에서도 그 어떤 형식적인 과정조차 만들지 못했다. 그나마 MAM이라는 미디어 관리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편집이 완료되고 나서야 방송 직전에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겨우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상 데스킹은 뉴스영상 생산에 있어서 권한이 필요한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권한의 행사에는 적절한 사무처리 방식과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그 권한이 적절히 행사될 수 있고, 사후에라도 그 적절성을 점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임의적으로 이뤄지는 영상 데스킹은 영상 데스크의 권한을 모호한 영역으로 밀어내 버리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소재를 가리는데 큰 어려움을 발생시킨다. 한편 또 다른 원인으로 촬영과 편집이라는 이원화된, 기능 중심의 낡은 조직구조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 물론 이원화된 조직 구조는 분명한 장점을 지닌다.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 관리, 업무 효율성 등이 그렇다. 그러나 워크플로우의 이원화는 책임을 분절시키고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나의 리포트에 취재와 편집 책임이 서로 다른 데스크에게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임을 회피하기 좋은 구조인 것이다. 단순한 기능에만 매몰되기 쉬운 구조이기도 하다. 일관되고 책임 있는 영상 데스킹을 기대하기 사실상 어렵다.

 

 최근 잇따른 KBS뉴스의 영상 사고들은 어쩌면 이러한 시스템의 부재와 조직구조의 한계에서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KBS가 밝힌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는 해명은 영상기자로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 있다. 지나친 해석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소극적 해명이 일련의 사고들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과실로만 축소하고,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구조적 한계들을 그저 단순한 문제로 취급하는 경향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KBS는 현재 취재 관행 개혁을 선포한 상태다. KBS 엄경철 통합뉴스룸 신임 국장은 출입처 폐지 등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에서조차 우리는 제외된 듯 보인다. 그렇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발견하고 개선해 나가면 된다. 이제라도 우리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새로운 변화와 대안을 모색하면 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똑같은 ‘단순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게 될 것이다. 

 

 

최원석 / KBS    KBS최원석 증명사진.jpg

 


  1. 일반인의 방송출연

  2.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3.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4. [줌인] 포비아와 왜(倭)신

  5.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6.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7.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8. 스마트폰 맛집 투어

  9. [줌인]

  10.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11.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12.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13.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14.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15. 그들의 첫 번째 가이드라인과 두 번째 가이드라인

  16. [줌인] 아듀 2019, 웰컴 2020!!

  17.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18.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19.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20.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21.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