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검찰 뉴스의 익숙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법무부 훈령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피의자 소환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더 이상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의 모습을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얼마 전까지 당연한 듯 검찰 청사 입구에 포토라인을 만들고 영상취재를 해왔던 국내 언론으로서는 허전함을 느낄 법도 하다. 하지만 해외 뉴스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조사 중인 피의자의 모습이 전파를 타는 일은 거의 없었다. 미국 영국 일본 3개국의 수사기관 내 영상 취재 관행을 우리와 비교해 봄으로써 검찰 포토라인 철폐의 맥락을 짚어보고자 한다.
검찰 포토라인과 관련해 해외 사례를 분석해보면 포토라인은 고사하고 검찰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기사 자체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하루에 한 꼭지는 검찰의 수사상황을 중계하듯 기사로 내보내는 한국의 풍경과 다른 모습이다. 일본은 검찰 내부의 촬영을 불허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의 경우 검찰 내부의 영상 취재는 제한적인 수준에서 허가되고 있다. 촬영 허가의 방법도 눈여겨 볼만 하다. 한국은 기자단에 가입된 언론사의 경우 검찰 경내에서 언제든 영상취재가 가능하다. 반면 미국과 영국의 경우 검찰 내 촬영이 필요할 경우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며 담당하는 공보 직원의 연락처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피의자가 조사를 목적으로 출석하는 경우 우리나라와 미영일 4국 모두 비공개 소환을 원칙으로 한다. 각국의 비공개 소환원칙을 다룬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조사 과정의 피의자 노출이 재판을 앞두고 불필요한 선입견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행정부의 조사기관일 뿐 법적 판단은 사법부의 재판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피의 사실 자체가 노출될 경우 정식 재판 이전에 여론재판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우리도 공개소환을 금지했기 때문에 앞으로 피의자 소환 영상을 뉴스에서 보기 어려워졌다. 다만 언제든 검찰 주요 출입구에서 취재 대기를 할 수 있는 한국은 취재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보도 시점도 비교국의 경우 검찰 조사 단계보다 법원이 무대인 기소 이후부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피의사실과 수사 과정이 알려짐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피의자의 인격권 침해를 방지하고 무죄추정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를 준수하고자 함이다. 피의자의 영상을 최초로 보도하는 것을 경쟁력으로 여기는 한국의 언론문화와는 차이가 있는 점이다. 여담이지만 외국 기자에게 검찰 포토라인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검찰에 출석하는 피의자를 취재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법무부 훈령 이전의 검찰 포토라인을 이야기하면 파파라치를 연상하는 경우도 있어 입맛이 썼다.
한국 | 미국 | 일본 | 영국 | |
공개소환 |
X | X | X | X |
검찰 경내 촬영 | 기자단 상시(내부X) | 개별 허가 | X | 개별 허가 |
피의자 촬영 |
가능 | 제한적 | X | X |
보도 시점 | 조사단계 | 기소 이후 | 기소 이후 | 기소 이후 |
▲ 한미일영 4개국 검찰 내 영상취재 현황 비교
검찰 포토라인 완전히 없어지나?
검찰 포토라인을 되 살리자는 논리는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와 법 앞의 평등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 포토라인이 수사기관에 수사과정을 언론이 지켜보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피의자의 반론을 말할 수 있는 언로 역할을 하며 이는 공정한 결과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또 재벌 총수 등 특권층도 예외 없이 포토라인에 세워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검찰 포토라인은 조사를 앞둔 피의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재판 이전에 피의자를 범인으로 낙인찍는 등 부작용도 많았다. 날카롭게 점멸하는 플래시와 취조하듯 질문하는 취재기자 사이로 줌인되는 피의자의 영상이 ‘피의자=범인’이라는 낙인을 찍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우진 /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