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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이라고 해서 만만히 볼 게 아니구나...’ 작년 이맘때쯤 처음 빛고을에 발을 딛고 난 후 1년 동안 머릿속에 늘 떠오르던 생각이다. KBS에 입사하기 전 서울에서 맞닥뜨리던 현장과 업무와 비교할 때 지역에서는 좀 더 수월할 거라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서울 공화국'의 폐해는 언론 지형에서도 공통분모지만,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언론과 기자들의 존재를 몸소 느낀 1년이었다. 그만큼 지역 시청자들에게 느끼는 무거운 책임감과 지역 기자로서의 자부심은 한층 더해진 터다. 오지로 벗어날수록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광주에서 3개월간 수습기자 생활을 마치자마자 KBS 목포로 발령을 받았다. 수습을 면한 기쁨과 함께 다도해의 풍광과 목포의 먹거리를 기대했던 내가 먼저 마주한 건 돌아온 4월, 세월호의 아픔이었다. 하릴없이 자식을 떠나보낸 곳을 여러 해가 넘도록 떠나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은, 내겐 감히 카메라에 담는 행위 자체가 성립이 안 될 만큼 힘들었던 기억이다. 기자가 아니었다면, 내 구실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지난여름 수없이 몰아쳤던 태풍의 최전선에서 카메라를 들 수 있던 것도 지역 영상기자였기에 가능했다. 목포에서 뱃길로만 4시간에 가까운 가거도와 흑산도를 한 달 안에 번갈아 다녀온 것은 선배들도 겪지 못한 일이었다고 한다. 13호 태풍 링링부터 18호 태풍 미탁까지, 한 달 내 3번의 태풍을 겪은 도서지역의 피해는 상상 이상이었다. 눈으로 확인한 처참한 광경들은 주민들의 고통과 호소로 고스란히 보도에 담겼고, 정부의 발 빠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내가 목포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면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지역에서만이 취재 가능한 현장은 아니리라. 제한된 지리적 위치와 지역 언론의 당위성을 내세우기 위해 하는 말도 아니다. 수도권처럼 일선 취재현장이 몰리는 곳은 아니지만, 이슈와 시청자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듯 지역 영상기자 또한 가야 할 현장은 늘 존재했고 그 현장들로 만들어진 지역뉴스가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지난 1년은 내게 ‘영상기자’ 동시에 ‘지역 기자’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카파이즘'으로 대변되는 영상취재의 기본과 정신을 익히는 시간이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 지금도 지역 기자로서 지역민들에게 신속하고 적확한 보도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1년, 10년은 지역 현장에서 배운 경험 토대로 국제적으로 성장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신입 영상기자의 하루는 여전히 고된 편이다. '눈치 챙기라'는 EBS 캐릭터 펭수의 일갈처럼 출근과 퇴근 사이에서, 선배들과 현장 사이에서 눈칫밥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내 두 발이 광주전남에 딛고 있는 한 이 지역 어떠한 현장에서라도 당당하고 때로는 겸허하게 카메라를 들어야겠다는 다짐은 변화가 없다. 선배들이 쌓아온 영상기자의 위상과 KBS 기자의 구실을 잊지 않겠다.

 

 

조민웅 / KBS광주    (사진)조민웅 증명사진.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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