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한국영상기자상 공공보도부문 KBS제주 조세준 기자
▲ <환경영향평가 민낯을 파헤치다>보도로 한국영상기자상 공공보도부문을 수상한 KBS제주 조세준
기자<사진 왼쪽>.
지갑 속 돈을 꺼내보자. 한 장의 무게가 무척이나 가볍다. 대략 1g이라고 한다. 크기는 가로 세로 15.4cmx6.8cm. 이 작고 가벼운 물건이 가지는 힘은 대단하다. 때론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관찰해 보면 세상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꿈틀 움직인다. 없었던 것이 생기고, 변화하고 그 안에서 인간들이 꼬물꼬물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지구처럼 바쁜 행성이 또 있을까? 밤은 낮처럼 환하고, 낮은 어제보다 오늘 더 반짝이려 애쓴다. 빛나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 그 원동력은 바로 작고 가벼운 돈이 아닐까?
돈, 그 자체는 순수할지도 모른다. 물질과 행위에 객관적 값을 부여하고 교환 수단으로 활약하는 데까지는. 인간은 돈을 수단 삼아 삶을 영위한다. 이 돈이 없었다면 세상은 훨씬 덜 밝은 행성으로 남아 있었을까?
하지만 이 순수한 가치는 보존되지 않고 훼손된다. 그것이 문제다. 돈은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의 본성인 탐욕과 만나 검게 변한다. 부정부패가 판을 친다. 돈을 향한 욕심 때문이다. 무엇이 정의롭고 올바른 것인지 알지만 돈이 눈을 가린다. 온라인에 접속해보면 사회, 정치,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혀끝에 욕이 걸릴 만한 일들이 널려 있다. 순수함은 더럽혀지고 서로를 속이고 해를 가하는 상황이 돈의 입장에선 억울할 지경이다.
가장 쉽게 검은 돈을 발견 할 수 있는 곳은 개발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개발은 환경을 희생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정. 당연히 여기 돈이 고이고 검은 물을 마시기 위해 탐욕의 무리들이 모여든다.
과도한 개발을 막고 환경에 주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환경영향평가제도.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주는 일이야 말로 인류 모두를 위한 것을 알기에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순수함을 잃은 돈의 먹잇감이 된다. 탐욕의 무리는 이런 제도쯤은 어떻게 뜯어먹을지 잘 안다. 청탁, 회유, 매수는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한 윤활유가 된다. 그들이 원하는 원하는 대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돈으로 닦고, 조이고, 기름칠을 하면 개발은 환경을 밟고 길을 낸다.
이쯤에서 언론은 길을 막아서야 한다. 개발로 인한 이익을 최대로 누리기 위해 제도마저 농락하는 진실을 밝혀내고 알려야 한다. 양심을 팔고 정의를 외면하는 이들을 폭로해야 더 이상 돈이 순수함을 잃지 않을 것이다. 돈이 순수하게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때 세상은 좀 더 밝고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작은 빛이지만 어두운 곳을 조금이나마 밝힐 수 있어 다행이다.
조세준 / KBS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