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의 종복인가? 정부의 기만적 정책행보를 강력히 규탄한다 |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하 최 위원장)은 지난 19일 오전 ‘기술발전에 따라 700MHz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고도 지상파 방송사가 기존 주파수를 효율화해 UHD 방송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말하며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과 달리 일구이언(一口二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최 위원장은 판사로서의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외풍에 휘둘리지 않는 소신을 가지고 방송·통신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세간의 기대를 모았으나 한 달도 채 안 되어 전송방식 논란 이후 최대의 쟁점이 된 700㎒ 주파수에 대한 입장을 뒤집는 모습은 방송정책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자질은 물론 직무능력 조차 의심케 한다.
○ 최 위원장이 말한 ‘기존 주파수를 효율화’ 할 수 있는 온전한 기술이 대체 존재하기는 할까? 방송 전문가들은 현재 거론되는 기술(분산송신, 분산중계, eSFN 등)로는 주파수 간섭 문제가 발생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ETRI 임주환 연구원장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분산 중계 기술은 수십 억의 연구예산을 사용하고도 간섭 문제 등으로 현장에서 사용되지 못한 사장된 기술이다. 설사 가능한 기술이 적용된다 한들 전국 송신 시설을 바꾸는 채널재배치 작업을 다시 한 번 더 실행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는 정부의 700㎒ 회수 정책 때문에 지난 2013년 채널재배치를 실시했고 그 한차례의 사업만으로 큰 홍역을 치뤘다. 잘 보고 있던 방송채널이 바뀌면서 시청자는 방송 수신에 혼란을 겪었고 이로 인해 직접수신가구가 감소되는 등 지상파 방송 플랫폼의 경쟁력은 저하됐다. 사업자의 권리는 물론, 시청자의 불편을 백안시한 대표적인 불통 정책이었다.
하지만 채널재배치가 완료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효율화’를 명분으로 사장된 기술과 실패한 정책 카드에 다시 손을 내미는 것은 정부 당국자들이 시청자와 지상파 방송사를 ‘봉’으로 보지 않고서야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그토록 주파수의 효율을 생각했더라면 채널재배치 당시에 주파수 효율화 기술 또한 적용했어야만 했고 사장된 카드를 다시 들고자 한다면 과거 채널재배치 정책 입안·결정자들에게 시청자 편익을 저해하고 손실보상 예산을 낭비한 책임을 먼저 엄중히 물어야 한다.
방송인총연합회는 디지털 전환 · 채널재배치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폐를 끼친 것도 모자라 거대자본이 만든 프레임 속에 현 상황을 끼워 맞추려고 다채널 및 차세대 방송 정책까지 너덜너덜하게 만들어버린 정부의 모습에 분노를 넘어 애처로움까지 느낀다.
방송 정책은 방송사에 대한 정책이 아니라 시청자에 대한 정책이다. 정부는 진정으로 시청자가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거대 자본만 배불리는 정책은 하루 빨리 폐기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지금처럼 특정업계의 종복을 자처하고 시청자들의 무료 보편적 매체 접근권을 폄하한다면 우리 방송기술인들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2014.08.21
방송인총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