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5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사전투표장에 갔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정의당 대변인과 취재 동선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투표하러 투표장에 오려면 아직 30여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26살인 오디오맨에게 시간 괜찮으니 미리 투표하라고 하자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다들 비슷한 얘기만 하는 것 같아요. 누가 되어도 다 똑같아서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네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내가 “너, 몇 개월 후면 2년 계약 만기잖아. 이런 부분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정당이 있는지 찾아봐. 네가 직업을 잡으면 2년마다 옮겨 다니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라고 말하자. 그는 “그런 정당이 의석을 잡을 수 있을까요?”라고 다시 물었다.


 한 청년의 낮아진 정치 효능감. 이 오디오맨은 1년 이상 국회 출입하면서 정치인의 말을 자주 경험했다. 작년에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으로 여야 간 몸싸움을 하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조국 사태, 윤석열 청문회, 예산안 등에서 치열했던 현장도 경험했다. 그런데도 뽑을 사람과 정당이 없다? 이 청년을 위해 목소리를 낸 정당 혹은 의원이 없었던 걸까? 


우리 정치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 총선 투표에서 20대 인구 비율은 약 13%였다. 하지만 당선 결과 20대 국회의원은 1명에 불과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5세, 국민 평균 연령은 40.8세. 국회의원 평균 재산은 41억.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중 다주택자 비율은 40%를 넘는다.


여성 의원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2019년 1월 기준으로 국제의원연맹(IPU)의 통계에 따르면 세계 평균 여성의원 비율은 24.3%에 달한다. 우리의 여성 의원 수는 이를 크게 밑돈다. 우리나라 여성 의원 비율은 세계 121위이다. 20대 국회에서 법조인의 비율은 15%였다. 사무직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은 여성들은‘ 매장 판매 종사자’로, 남성의 경우‘ 운전기사’로 일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러나 이 직종에서 국회에 진출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다문화가정은 전체 가정의 2%를 차지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의원은 없었다. 그렇다면 주부를 대표하는 의원이 있었던가?


 21대 국회의원 후보들을 살펴보면 20대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거대 양당의 여성 후보 비율은 10%뿐이다. 후보 평균 나이는 54.2세. 50대 후보는 638명, 60대 후보는 346명이다. 20대 후보는 27명, 30대 후보는 88명에 불과했다.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완전하진 않지만, 민의를 더 온전하게 반영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진통 끝에 통과했지만 시행 첫 선거부터 취지가 무색해졌다. 거대 정당들이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군소정당의 국회 진출이라는 애초 취지가 퇴색된 것이다.


덕분에 국회 풀단도 일이 늘었다. 1~2개 이상의 위성정당을 더 커버해야 하는 정신없는 총선 기간을 보낸 것이다. 만약 총선 후 거대 양당에 위성정당들이 통합된다면 결과 적으로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이전의 양당 구조로 되돌아가는 것이 된다.


우리 국회는 대부분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로 채워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런 선거법 틀 안에서 사실상 ‘최고의 지역 영업사원 대표’를 뽑고 있다. 의회 구성 방법으로 이것이 선인지 의문이다.


 입법권자는 미래를 제시하는 이들이다. 사회 현상에 대한 민의를 그때그때 민감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각 위원회를 통해서 법령을 제정, 비준, 개정 또는 폐지하는 역할도 한다. 제정된 법에 따라서는 이익의 지도가 민감하게 뒤바뀔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논의 대상에서조차 소외된 유권자가 있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슬로건은 코로나19사태 극복 의지를 부각시키는 ‘국민을 지킵니다’였다. 미래통합당의 슬로건은‘ 힘내라 대한민국 바꿔야 산다!’였다. 코로나 사태를 감안하더라도 모두 과거와 현재에 매몰되어 있다. 정당들이 미래와 가치에 대한 슬로건을 언제 한번 제대로 제시했는지 의문이다. 향후 4년의 전 망이 명쾌하지 않은 이유다. 당신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48cm의 투표지에 35개의 정당이 등재되었다. 투표용지를 보며 누군가는 놀랐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쓸데없는 정당’이 많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들은 쓸 데가 없다, 아니 쓸 수가 없다. 원외정당이니 말이다. 사표를 고민하지 않고 정당에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다시 선거제도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선택의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 다양한 세대, 계층, 세력들이 원내로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질 때는 녹색당이 원내에서 역할을 하고, 세대 불평등이 이슈화된다면 미래당이 원내에서 일정 역할을 하는 국회를 꼭 보고 싶다.  




하륭 / SBS 하륭 증명사진.gif



  1. 힌츠페터 어워즈, 히어로 메이커 2.0

    힌츠페터 어워즈, 히어로 메이커 2.0 ▲ 3월 5일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조직위원들은 라이펜슈튤 독일대사를 만나, 이 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5.18이 다가온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야기하려면 광주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고, 광주의 5.18을 이야기 ...
    Date2021.05.06 Views228
    Read More
  2.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6개월간의 대장정 선거 방송을 준비하며 UHD 실사 촬영 이번에는 포맷용 실사 촬영을 UHD급 이상, 10bit 이상 영상으로 하기로 했다. 최종단에서 전체 영상 톤을 맞추기도 용이하고 HD 화면의 4배 사이즈이기 때문에 CG용 재가공 ...
    Date2020.09.15 Views230
    Read More
  3. 판문점 북미정상회담과 보도영상

    판문점 북미정상회담과 보도영상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순간이 라이브로 전파를 탔다. 이전 라이브 영상처럼 정제되지 않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TV 화면이 보는 이에...
    Date2019.09.09 Views237
    Read More
  4.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필자 9시 15분 피렌체행 기차는 2시간이나 연착됐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토스카니에서 지진이 나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넘어 진 김에 쉬어간다.’ 생각하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연착 시간이 9...
    Date2020.07.16 Views238
    Read More
  5. 심상찮은 전광훈 목사 현상

    심상찮은 전광훈 목사 현상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 이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전광훈 목사가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를 독려해 감염병 재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전 국민이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의 이름은 2005...
    Date2020.11.17 Views239
    Read More
  6.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현장에 도착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누구에게 있을 것이다. 그럴 땐 현장에서 좀 떨어져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도...
    Date2020.01.08 Views243
    Read More
  7. 도심 속 고궁 산책

    도심 속 고궁 산책 ▲ 올여름,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 “서울은 천박한 도시.” 지난여름,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서울을 가리켜 아파트값만 얘기하게 되는 천박한 도시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행정수도 이전의 필...
    Date2020.11.17 Views245
    Read More
  8. 코로나19, 대구에서

    코로나19, 대구에서 ▲ 청도노인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를 취재하고 있는 필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약 917만 명(2020년 6월 24 일 기준)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감염 확진자가...
    Date2020.07.16 Views246
    Read More
  9.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사전투표장에 갔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정의당 대변인과 취재 동선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투표하러 투표장에 오려면 아직 30여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26살인 오디오맨에게 시간 괜...
    Date2020.05.07 Views250
    Read More
  10.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18년에 발생하여 약 5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비교해 보면 코로...
    Date2020.07.17 Views259
    Read More
  11.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 MBC충북 '한국 남매' 제작 현장 방송ㆍ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탄생으로 전통미디어인 지상파 플랫폼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고, 스마트미디어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강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역 지...
    Date2020.07.17 Views261
    Read More
  12. 데이터 저널리즘과 영상

    데이터 저널리즘과 영상 ▲SBS8뉴스/ 마부작침(데이터저널리즘) / 법원은‘또다른조두순들’에어떤판결을내렸나 ▲SBS8뉴스/ 마부작침(데이터저널리즘) / 키워드로본'스쿨존교통사고'…사각지대도확인 데이터 저널리즘팀의 뉴스가 새롭...
    Date2021.01.08 Views261
    Read More
  13. [줌인] 행복하고 의미있는 2021년으로 만들어 나가시길

    [줌인] 행복하고 의미있는 2021년으로 만들어 나가시길 어느덧 2020년이 저물었습니다. 2020년엔 어느 해보다 이슈가 많았습니다. 가장 큰 이슈는 코비드-19(COVID-19) 일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은 전 세계를 완전히 새로운 생활패턴, 완전히 새로운 관...
    Date2021.01.08 Views262
    Read More
  14. ‘좋은 취미’에 관하여

    ‘좋은 취미’에 관하여 취미를 선택받는 모든 사람에게 ▲ 만화를 좋아해 땡땡(tin-tin)의 대모험 전시회에 참석한 필자 취미란 무엇인가? 취미의 ‘취(趣)’는 ‘서두르다’, ‘빨리 달려간다’는 뜻이고, ‘미...
    Date2020.11.17 Views264
    Read More
  15. [국제뉴스IN]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러시아 군대 서방은 무엇을 우려하는가?

    국제뉴스IN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러시아 군대 서방은 무엇을 우려하는가? 지난 11월 21일 우크라이나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러시아가 약 9만 2천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접경에 집결시겼다.”고 발표했다. 미 정보당국 보고서는...
    Date2022.01.06 Views264
    Read More
  16.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 필자가 지난 8월 27일 호주 멜버른 다트센터에서 방송기자연합회 연수 대상자 기자들에게 ‘트라우마를 경험한 지역사회 보도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부마항쟁이...
    Date2020.01.08 Views266
    Read More
  17. 귀사(貴社)의 테이프(Tape), 안녕하십니까?

    귀사(貴社)의 테이프(Tape), 안녕하십니까? ▲ MBC강원영동 방송사가 보관하고 있는 테이프 자료<사진> 14,040개. 저희 회사가 보유한 테이프 개수예요. 손으로 하나하나 셌으니,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크게 틀린 숫자는 아닐 거예요. 1986년 자사 TV개...
    Date2020.11.17 Views266
    Read More
  18. 아프가니스탄 전쟁 20년, 다시 탈레반의 시대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20년, 다시 탈레반의 시대로… 2001년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되었던 오사마 빈 라덴 체포협조를 탈레반정권(오마르)이 거부하면서 시작된 아프간 전쟁. AP통신 서울지국 TV기자로 근무하던 필자는 각 대륙에서 1명씩 총3명이 한조가 되어 한...
    Date2021.09.24 Views266
    Read More
  19. <영상기자상>, 첫 심사를 마치고…

    <영상기자상>, 첫 심사를 마치고… 협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지역심사 위원으로 기자상심사 참가 3월 중순, 4년 동안의 부산지부장 역할을 마치고 현업에 열중하던 중 새롭게 협회장에 취임한 나준영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올 해부터 이달의 영상기자상 ...
    Date2021.05.06 Views274
    Read More
  20.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시장의 사망 최종 확인 시점 몇 시간 이전부터 사망 보도가 흘러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전히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 중에 나온 명백한 오보였다. 정치 거물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은 언론사들의 속보 경...
    Date2020.09.16 Views275
    Read More
  21.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6월 8일자 <중도일보>에 “질문과 침묵”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승선 교수의 칼럼을 본보가 전재를 청하였습니다. 원문의 일부를 가져오되, 필자가 이후 몇 차례 강의를 더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추가하여 싣습니다. [편...
    Date2021.07.06 Views27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