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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진천 교민 숙소 사진1.jpg

▲ 당시 연합뉴스에 보도된 화면 갈무리 (초상권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수정)




 지난 1월 31일, 연합뉴스는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하고 있는 교민들 사진을 여러 장 취재해 보도했다. 교민들이 생활하는 숙소를 대형 망원렌즈를 통해 클로즈업해 촬영한 사진이었다. 신원이 특정될 만한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되었지만, 내부 사진 몇 장은 무엇을 하는지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공개 되었다. 논란이 되자, 문제가 된 사진들은 홈페이지에서 삭제되었다.


 이러한 보도의 취지는 격리된 교민들 간 접촉, 정부 측 격리 조치의 허점 등을 고발하는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애초 의도와 별개로, 보도 후 취재의 방식, 취재 윤리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논란은 간단하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연합뉴스 첫 보도 이후, 거의 모든 방송사가 횟수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 사진을 자료로 편집하거나 직접 추가 취재하여 숙소 일부를 클로즈업한 화면을 사용했다. ‘그림 없는 뉴스’를 제작해야 할 때 흔히 변명하곤 한다. 뉴스 여건 상, 관행 상 그래도‘ 그림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빈 공간을 채워야 하지 않는가?’ 보통은 편집 과정에서 기사의 오디오에 맞게 영상을 맞춰 편집하려는 경향도 빼놓을 수 없다. 교민 격리 뉴스를 편집할 때 현실적으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이것이 과연 국민의 알 권리 를 위한 것인가”

 일부 언론에서 숙소 사진이 보도되자 둑이 무너지듯 거의 모든 방송사에서 이 사진을 활용했다. 이에 대한 수용자의 반응은 차가웠다. 보도에 달린 댓글엔 잔뜩 성이 나 있었다.


 여론의 반감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 등에 대해 그저 무대응으로 넘기는 것은 이제 한계점에 이른 듯하다. 공익적 목적이 있더라도 개인의 거주공간을 들여다보는 것은 이제 그것 자체로 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이렇게 보도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공익적 목적이 무엇인지 사회적 합의 역시 부족한 게 사실이다. 예컨대, 추가 감염 차단을 위해 자가 격리 중인 시민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며 불러내 인터뷰를 하는 것은 과연 공익을 위한 것인가, 시청률을 위한 것인가? 단순히 관행에 대한 합리화는 아닐까?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지난해 12월 개정판을 내놓은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거리, 공원, 경기장, 다중 이용시설 등의 취재 시엔 특정인을 부각 해서 촬영하지 않아야 한다”,“ 부정적인 뉴스에서 특정인(원 샷, 투 샷)을 촬영하는 경우 초상권 침해 소지가 특히 크다.” 촬영 장소가 공공장소라는 이유만으로 초상을 촬영하고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 하다는 의미다. 더욱이 여기는‘ 격리 시설’이었다. 시청자들은 이곳을‘ 공공장소’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추가된 내용 중‘ 병원, 의료’ 부분이 있다. 병원이나 의료 관련 또는 전염병에 대한 영상보도에서 가이드라인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환자의 개인정보 혹은 사생활을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이다. 교민들은 확진자도 아니다. 전염병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 당국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시민들이 다. 사생활 보호가 필요한 이유이다.


 메르스, 사스 등 감염병은‘ 재난 및 안 전관리 기본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한 ‘재난’에 속한다. 언론이 감염병을 취재ㆍ보도할 때 재난보도 수준에서 접근해야 한다. <재난 보도준칙>(한국기자협회) 제18조에서는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고, 제19조에서는“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 한 신중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감염병 보도 준칙>(보건복지부 출입기 자단-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2012) 제6항에 ‘감염인에 대한 보도’엔“ 감염인에 대한 보도는 환자 및 감염자, 가족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즉, 환자 및 감염자, 그리고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 감염인에 대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도에 활용하는 경우 특히 주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언론이 새겨들어야 할 지점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마주한 지금의 상황은 과연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영상기자도 이를 숙지 하고 취재와 보도에 임해야 한다. 취재 아이템을 지시하는 데스크부터 현장 기자들 이 이런 고민 속에서 자괴감을 느끼며 취재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각 언론사의 편집회의에서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 피해 규모를 줄이고 국민 건강을 담보 하기 위해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해 봐야 한다. 감염병 보도 준칙 및 재난보도준칙에 대하여 영상기자들이 충분히 숙지하고 취재ㆍ보도에 임 할 수 있는 고민과 여건 조성을 방송 사의 보도 책임자 들에게 촉구한다.




이성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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