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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저작물이어도 성명 표시는 당연…

가짜뉴스에 악용 등 권리 침해 발생해도 대처 불가






사례 1.

  한 방송사의 영상기자 A씨는 얼마 전 사회관계망 서비스 (SNS)에 영상을 올렸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업체 쪽에서 저작권 침해라며 강제로 영상을 삭제한 것이다. 이 기자는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어 ‘내가 직접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체 쪽에서는 ‘해당 영상의 경우 저작권을 방송사가 갖고 있기 때문 에 SNS에 올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기자는 “촬영한 영상 가운데 방송에 나간 건 일부여서 취재 후기 형식으로 올린 영상이었는데 저작자로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당혹스러웠다.”며 “기업에 재판매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내가 촬영한 저작물에 대해 자기 이용권 정도는 인정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례 2.

 한 방송사에서는 영상기자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그동안 촬영한 것을 모아 DVD집을 내려다 포기한 일도 있었다. 당시 사내에서는 ‘업무의 일환으로 촬영한 것인데,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게 옳으냐’는 논란이 불거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 저작인격권’은 정신적 권리… 업무상 저작물이어도 성명 표시해 줘야

  법학계와 방송계 안팎에서는 ‘업무상 저작물’로 분류되는 영상저작물과 관련해 현행 저작권법이 사업자 보호에 치중되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저작물에 대해 갖는 재산적인 권리인 ‘저작 재산권’뿐만 아니라 정신적·인격적 이익을 법률로써 보호받을 권리인‘ 저작인격권’까지 회사에 부여하는 것은 창작자권리를 보호하고 존중하겠다는 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창작자 원칙’에 따라 창작 활동을 수행한 자연인 개인을 저작자로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고, 인격적 권리인 ‘저작인격권’을 법인이 갖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상저작물의 경우 업무상 저작물로 처리되어 방송사나 소속 회사가 저작자로서 모든 권리를 갖고, 영상을 촬영한 사람은 아무 권한이 없다.”며 “돈이 많이 들고 다수가 참여하기 때문에 이용을 편리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저작자의 지위도 주지 않고 정당한 보상도 해주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는 법이 개입해 이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영상저작물에 관한 특례’ 조항에 대해서도 “특약이 없으면 회사가 영상 저작물의 이용에 필요한 모든 권리를 갖게 되어 있는데, 현실적으로 기자들이 특약을 하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법을 개정하기 전이라도 방송사와 소속 기자들 사이에 협약을 체결해 저작권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업무상 저작물에 대해 사용자를 저작자로 보는 현행 저작권법상 영상기자는 성명표시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 성명표시권이란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자신의 실명을 표시할 권리를 말한다. 영상기자들은 다행히 최초 보도의 경우 실명이 나가긴 하지만, 해당 영상이 다른 방송사 등에 제공되거나 다른 프로그램 제작에 쓰일 경우 기자의 이름은 사라진다.


  그런가 하면 풀 기자단이 촬영한 영상의 경우 직접 촬영하지 않은 방송사들도 해당 영상을 공유하면서 자사 이름을 내보내거나, 관공서에 제공하는 영상의 경우 성명 표시 없이 무료로 제공 되고 있기도 하다.


 한 기자는 "방송사들이 타 방송사의 영상을 받아 쓸 때가 있는 데, 한 번 가져간 영상은 첫 회만 ‘○○○ 제공’이라고 밝히고 그 뒤부터는 어떤 표시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영상기자가 성명표시권을 갖게 되면 이런 잘못된 관행도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대학의 법학과 교수는 “업무상 저작물은 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한을 회사가 가지기 때문에 실제 저작자인 영상 기자에게 실질적으로 남는 건 성명표시권뿐”이라며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 가짜 뉴스로 동일성유지권 침해 가능성 높아

지난해 언론인권센터에 한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아내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뉴스 보도의 자료화면에 나왔는데, 그 뉴스의 내용이 내연녀의 범행 사건을 다루는 것이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부인과 이 사건이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해명하느라 너무 힘 들었다는 사연이었다. 이는 부인과 남편이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당한 사례이기도 하지만, 이 장면을 촬영한 기자도 해당 영상이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사용됨으로써 인격권을 침해당한 셈이다.


 이렇게 저작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저작물의 내용ㆍ형식 및 제호가 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동일성 유지권이라고 한다. 동영상을 기반으로 한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방송 영상의 동일성 유지권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개인이 직접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도 많지만, 방송 영상을 편집하여 새로운 내용의 영상을 만들거나, 기존 영상물과 사진을 편집한 ‘짤방’을 제작해 올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지난해 말 발행한 ‘1인 미디어 창작자를 위한 저작권 안내서’에서 △기존 영상물을 편집해서‘ 짤방’을 만들거나 △영상을 편집해 새로운 영상을 만드는 것 △텔레비전에 나온 영상을 줄여서 쓰는 것 등은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는 ‘가짜 뉴스’와 관련해 뉴스 영상이 원래 의도와 다르게 편집되어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문제는 가짜 뉴스에 사용된 영상이 원래의 뉴스 영상에 약간의 편집 과정을 거치게 되면 원저작자인 영상기자가 아니고서는 출처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한 방송사 기자는 “풀단이 촬영한 영상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가짜 뉴스로 만들어지거나, 의도적으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자기 논리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여지가 크다.”며 “회사가 일일이 모니터할 수 없기 때문에 제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성광 변리사는“ 현행법으로는 영상기자나 편집자에게 아무런 권한이 없다보니 어딘가에서 침해가 발생해도 회사가 나서지 않으면 방치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이런 상황을 일일이 알아보거나 적극적으로 조치할 수 없기 때문에 권리 공백 상태에서 여러 가지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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