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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보도 부문 최우수상>

“유사휘발유 전 국민이 고객”

사건 사고 취재는 늘 아쉽다. 특히 검거 기사에서 그림은 늘 똑같다. 잠바를 뒤집어 쓴 피의자 뒷모습과 이미 정돈된 범행 현장, 경찰서 외경과 거만한 인상의 수사과장 인터뷰 등등. ‘다른 그림은 없을까?’, 아쉽지만 고민은 고민일 뿐이다. 취재기자는 이런 카메라 기자의 아쉬움을 알는지 모르겠다. 톰크루즈 주연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사건?사고를 미리 예측해 현장에서 기다릴 수만 있다면, 더 생생한 그림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영상에 목숨 건 나의 공상이다.

지난 1월 말, 충북 괴산의 한 저유시설에서 다량의 유사휘발유가 제조?유통된다는 제보를 받았다. 경찰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였다. 잘만 하면 공상을 현실로 나타나겠다는 기대가 부풀었다.

현장 답사 첫날, 눈앞이 캄캄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건물 뒤편에서 은밀히 진행되는 범행은 육안으로도 확인하기 어려웠다. ‘과연 카메라에 담는 것이 가능할까? 범인들은 어둠 속에서 유사휘발유를 제조하고, 적외선 카메라까지 동원해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적당한 장소에서 잠복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망원 렌즈와 적외선 렌즈를 장착하고 저유소 주변을 주시하고 있었다. 잠복 첫날, 새벽까지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1월 말 시동도 켜지 못한 차 안에서, 5시간에 걸친 추위와의 사투는 수포로 돌아갔다.

뜬 눈으로 자정을 넘기길 사흘 째. 오후 무렵 웬 승용차가 나타나더니, 25톤 탱크로리가 저유소로 진입한다. 그리고 유명 정유사 이름을 내건 탱크로리들이 저유소를 오간다. 테이프가 모자랄 만큼 정신없이 ‘영상 취재’에 매달렸다. 늦은 밤, 몰래 저유소를 빠져나가는 탱크로리의 뒤를 밟았다. 1시간 반 쯤 지났을까, 다다른 곳은 경기도 용인의 한 주유소. 마치 정품을 넣듯 버젓이 지하탱크로 가짜 기름을 쏟아 붓고 있었다.

주유소에서 혼합된 유사휘발유를 탱크로리에 주입하는 현장만 남았다. 문제는 건물 뒤편에서 이뤄지는 작업을 촬영하려면 나 역시 위치를 옮겨야 했다. 그러나 저유소 주변은 온통 논과 밭, 나를 숨길 곳은 없었다. 저유소 건물 뒤편에 있던 식품회사 건물이 유일한 대안이었고, 간신히 양해를 구해 잠입에 성공했다. 두 시간의 숨죽인 기다림, 그들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촬영하다 걸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묻히는 것 아니냐”는 취재기자의 농담 섞인 우려가 귓가를 맴돌았다. 초조함과 두려움, 설렘이 끝없이 교차했다. 어둠이 짙어지고, 범인들은 나타나주었다. 그들과 나의 거리는 불과 5미터. 숨소리, 심장소리조차 그들에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설 정도였다. 호스를 타고 저장탱크에 있던 가짜 기름은 대형 탱크로리로 옮겨진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육안으로도 볼 수 없는 현장이 적외선 렌즈에 고스란히 담겼다. 범행 현장이 그대로 녹화되는 순간이었다. 이 스릴은 말로 표현 못하겠다.

경찰은 이 영상을 증거로 범인 검거에 들어갔다. 유사휘발유 납품현장과 저유소를 취재진과 함께 급습해, 3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한 달 여 간의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1년 반 동안 2,100백만 리터, 시가 270억 원 어치를 제조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5명이 구속되고 20명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일주일간 밤샘 촬영으로 몸은 힘들었지만, 유사휘발유 제조부터 유통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방송했다. 취재 과정에서 발견한 신종 자석 수법은 예상치 못했던 또 하나의 특종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경험과 감격을 함께한 심충만 기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김병수 / 충주MBC 보도국 영상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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