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5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사진)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이 먼저.jpg

▲ 새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자의 가족 <사진/김원>

 

 

 

 결혼을 하고 5년째 되든 해, 어린 시절부터 살던 동네에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하게 됐다. 1기 신도시라 연식도 오래됐고,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인 서울(in Seoul)의 아파트도 아니었다. 계약기간이 다 되어 갈 때쯤이면 매번 전·월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독촉과 영하의 날씨에 어린아이를 끌어안고 오르내리는 이삿짐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더 보기 힘들어 내린 결정이었다. 삐걱대는 사다리 위를 힘겹게 올라온 냉장고가 새 집구석에 마지막으로 자리를 잡았다. 뽀얗게 먼지가 올라온 거실 바닥을 걸레로 닦아내며 미소를 짓던 아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최근 연일 언론에 보도되며 전국을 뜨겁게 달구는 부동산 정책이, 1년 전 작은 보금자리에 처음 입주했던 그 날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와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뿌리 뽑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투기과열지구, 조정지역 확대부터 취득세 인상, 보유세 인상, 그리고 양도소득세율 인상까지 무려 22번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이 아직 화끈하게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값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고, 1 주택자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미치다 보니 정책의 방향 설정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냐 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도대체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강력하고 세밀한 정책이 나올 때마다 여기저기서 신음이 터져 나온다. ‘징벌적 부동산세’, ‘소수만 을 위한 정책’ 등등 좋지 않은 수식어가 달리며 시달리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번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잡음은 항상 끊이질 않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드시 잡겠노라’ 큰소리로 장담했던 집값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춤을 췄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해당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매번 쥐었다 폈다 반복하는 정책 자체의 허술함보다, 부동산에 대한 우리의 그릇된 ‘인식’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잘못 놓인 주춧돌 위에 화려한 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인 ‘공급 확대 정책과 투기수요 억제 정책’ 간의 우선순위를 놓고 벌어지는 갑론을박도 결국 ‘부동산에 대한 올바른 인식’ 위에 얹어져야 실효를 낼 수 있다.

 

  ‘부동산’이란 ‘그것을 공정하게 소유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합리적인 거래와 서비스를 도모하며, 양호한 정책의 실현으로 자 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 실체(reality) 다.’라고 정의된다. 부동산은 사익(私益)을 위해 지역에 따라 부풀려지거나 불법적 투기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공적재화이다. 사람을 재단하는 척도 또한 될 수 없다. 하지만 티브이를 켜면 일부 연예인이나 사업가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널찍한 거실과 욕실로 자신의 부를 자랑하기도 하고, 이제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아파트 평수에 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한다. 모임에서 ‘마용성’, ‘동강성’, ‘김부검’이 누구 이름이냐 묻는다면 세상살이의 기본도 모르는 바보 취급을 당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어떤 수를 쓰더라도 ‘부동산은 불패’라는 굳은 신념은 부동산의 본질마저 기형적으로 변형시켜 버렸고, 그 썩은 뿌리는 한국 경제 깊숙이 박혔다.

 

  “우리 아들, 아빠가 나중에 장가갈 때 집 한 채는 해줘야 할 텐 데......” 퇴근길에 얼큰하게 약주를 하고 돌아오신 아버지가 잠들기 전에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던 말이다. 하지만 내가 결혼할 때까지도 아버지의 그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고 6년이 지난 지금도 죄책감에 미안해하신다.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그런 존재다. 인생의 목표이자 꿈이고,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반드시 물려줘야 하는 재산이며 자존심이 되어버렸다.

 

 좁고 낡은 집이지만, 세 식구가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우리 집’이 생긴 날. 그때 아내의 걸레질과 웃는 모습을 내가 아직 잊지 못하는 것은, 집이 가장 집다운, 그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 때문이다. 집은 우리에게 그런 의미여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건강하고 올바른 인식 위에, 모두가 저마다의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부의 따뜻한 부동산 정책이 더해지길 기대해본다.

 

 

김 원 / MBN (사진) 김원 증명사진.jpg

 


  1.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 새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자의 가족 <사진/김원> 결혼을 하고 5년째 되든 해, 어린 시절부터 살던 동네에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하게 됐다. 1기 신도시라 연식도 오래됐고,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인 서울...
    Date2020.09.15 Views258
    Read More
  2.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 지난해 11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원정석에서 아들과 함께 축구 좋아하시나요? 해외축구는 EPL, 국내축구는 국가대표팀 보신다고요? 맞습니다. 역시 축구는 EPL이죠. 그곳에서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최고의 기...
    Date2020.09.15 Views437
    Read More
  3.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 지난해 10월 제주도 성산 일출봉 인근에서 제주 올레길 1코스를 따라 걷다 잠 시 쉬며 백패킹을 하는 필자. ‘짐을 줄이고 더 빨리, 더 멀리 가자.’ 경량 백패킹의 모토인데 어딘가 친숙한 느낌입니다. 재난 발생...
    Date2020.09.16 Views414
    Read More
  4.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 지난 7월 21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전국 춘계역도대회’에서 용상 154kg을 ▲ 박혜정 선수가 코치로부터 발로 밟히는 특이한 스트레칭을 받고 있다. 번쩍 들어 올려 한국 주니 어 신기록을 세운 박혜정 선수...
    Date2020.09.16 Views363
    Read More
  5. 영상기자와 유튜브

    영상기자와 유튜브 올드미디어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19년 기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36.7%로 2015년 55.0%보다 20% 가까이 급감했다. 방통위가 시행한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선택한 응답...
    Date2020.09.16 Views380
    Read More
  6.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시장의 사망 최종 확인 시점 몇 시간 이전부터 사망 보도가 흘러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전히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 중에 나온 명백한 오보였다. 정치 거물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은 언론사들의 속보 경...
    Date2020.09.16 Views308
    Read More
  7.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 작년 가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위에서 가족과 함께 내가 남편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초겨울이었다. 그는 KBS에 막 입사했었고, 연애를 시작하기엔 너무 바빴다. 야근이 일상이었고,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선 내가 여...
    Date2020.11.16 Views446
    Read More
  8.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 일광욕을 즐기는 얄리와 쎵 떠오른다. 10대 때 아주 힘들게 읽어나갔던, 책(데미안)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으나, 그 구절이 어렴풋이 떠올라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본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
    Date2020.11.17 Views434
    Read More
  9. 심상찮은 전광훈 목사 현상

    심상찮은 전광훈 목사 현상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 이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전광훈 목사가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를 독려해 감염병 재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전 국민이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의 이름은 2005...
    Date2020.11.17 Views274
    Read More
  10. 귀사(貴社)의 테이프(Tape), 안녕하십니까?

    귀사(貴社)의 테이프(Tape), 안녕하십니까? ▲ MBC강원영동 방송사가 보관하고 있는 테이프 자료<사진> 14,040개. 저희 회사가 보유한 테이프 개수예요. 손으로 하나하나 셌으니,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크게 틀린 숫자는 아닐 거예요. 1986년 자사 TV개...
    Date2020.11.17 Views312
    Read More
  11. 판소리로 춤을 추게 만드는 밴드 이날치를 만나다

    판소리로 춤을 추게 만드는 밴드 이날치를 만나다 ▲ 지난 10월 초, 파주의 한 연습실에서 연습에 한창인 이날치 밴드 따랑 땅 따랑~ 따랑 땅 따랑~’ 댄스곡이 시작될 것 같은 130bpm의 흥겨운 베이스 리듬 뒤에 한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는 킬링...
    Date2020.11.17 Views333
    Read More
  12. 도심 속 고궁 산책

    도심 속 고궁 산책 ▲ 올여름,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 “서울은 천박한 도시.” 지난여름,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서울을 가리켜 아파트값만 얘기하게 되는 천박한 도시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행정수도 이전의 필...
    Date2020.11.17 Views276
    Read More
  13. 길(路)의 재발견

    길(路)의 재발견 ▲ 성산대교 밑 보도 한쪽에 잠자리를 사냥한 거미의 모습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됐다. 첫 보도는 원인 모를 폐렴으로 우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이것이 나의 삶과는 상관없을 줄 알았다. 그러...
    Date2020.11.17 Views246
    Read More
  14. ‘좋은 취미’에 관하여

    ‘좋은 취미’에 관하여 취미를 선택받는 모든 사람에게 ▲ 만화를 좋아해 땡땡(tin-tin)의 대모험 전시회에 참석한 필자 취미란 무엇인가? 취미의 ‘취(趣)’는 ‘서두르다’, ‘빨리 달려간다’는 뜻이고, ‘미...
    Date2020.11.17 Views296
    Read More
  15. 영상기자에게 출입처란

    영상기자에게 출입처란 ▲ 2019년 겨울, 국회 영상기자실에서 영상기자와 함께 2019년 말, 신입 때부터 이어진 약 3,650일이라는 약 10년간의 사회부 생활이 끝나고 국회로 출입처 발령을 받았다. 모든 변화에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법. 나 역시 그동안...
    Date2020.11.17 Views396
    Read More
  16. MBC ‘보도영상연구회’

    MBC ‘보도영상연구회’ ▲ 지난 9월 21일‘4k 카메라와 UHD프로세싱’을 주제로 진행된 MBC보도영상연구회 세미나에 참가한 MBC 영상기자<사진>. ▲ 1998년부터 1999년까지 2년 사이 진행된 보도영상연구회 포럼내용을 정리한 제1호 자료집...
    Date2020.11.18 Views310
    Read More
  17.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줌인]힌츠페터가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것 “나는 그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기록했다. 한국 언론에서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진실을...
    Date2020.11.18 Views426
    Read More
  18.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10년 2개월 21일, 딱 그만큼 걸려서 다시 입사한 것” ▲지난 6월 초, 소양강 상류에서 외래어종 침투와 생태교란 문제를 취재한 필자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재능이 없는 편이라 내 실력에 낙담하기 일수였다. 그러다가 &lsqu...
    Date2021.01.07 Views375
    Read More
  19.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뭐가 달라?” ▲지난1월25일영상보도가이드라인광주전남지부온라인교육 <사진왼쪽부터> 나준영부장(MBC뉴스콘텐 츠편집부), 양재규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윤성구기자(KBS 전략기획부), 이승선교수(충남대언론정보학과) 대학...
    Date2021.01.07 Views604
    Read More
  20. 이제 자야지? 이재야!

    이제 자야지? 이재야! ▲막 태어난 딸 '이재'를 처음 안아보는 필자 2020년 11월 2일 아침 6시 아내에게 진통이 찾아왔다. 불안감과 설레는 마음을 뒤로 하고 야간 근무를 서기 위해 오후 4시 30분 회사로 출발했다. 다음날 오전 3시, 성남에 사는 처제...
    Date2021.01.07 Views376
    Read More
  21. 무선마이크 900Mhz 전환기

    무선마이크 900Mhz 전환기 ▲MBN 영상기자들이 기획취재 장비운용계획을 의논하고 있다. 올해 새로운 무선마이크 장비를 지급받은 영상기자가 많을 것이다. 700Mhz 무선마이크 사용이 2021년 1월 1일부터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간 무선마이크 주파수로 사용하던...
    Date2021.01.07 Views12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