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3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사진1)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jpg       (사진2)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JPG

               ▲ 지난 7월 21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전국 춘계역도대회’에서 용상 154kg을        ▲ 박혜정 선수가 코치로부터 발로 밟히는 특이한 스트레칭을 받고 있다.

                   번쩍 들어 올려 한국 주니 어 신기록을 세운 박혜정 선수                                                                                                                                 <사진/김흥기>

 

 

 

 

 

 데이브레이크의 “들었다 놨다”라는 노래가 있다. 좋아하는 연인을 두고 쫄깃해진 심장을 표현한 노래다. 알 수 없는 연인의 마음과 연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다.

 

 역도는 마음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는 스포츠다. 더 무거운 바벨을 깔끔하게 들었다 놓기만 하면 이기는 게임, 그것이 역도다. 100kg 가 훨씬 넘는 바벨을 한 동작으로 번쩍 들었다가 심판의 성공 버저 소리와 함께 “탕” 하고 내려놓는 순간은 선수들에게 연인의 설렘 그 이상의 짜릿함을 줄 것 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장면이 있다. 올림픽에서 장미란 선수가 번쩍 들어 성공한 후 내려놓자마자 얼굴을 감싸고 좋아하는 모습 말이다. 감동의 포효와 태극기, 그리고 애국가....

 

 최근 한국 역도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흥분된 사건이 터졌다. 포스트 장미란이라 불리는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박혜정 선수다. 작년에 그녀는 평양에서 열린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 선수권대회’에 유소년 대표로 참가해 여자 최중량급(81kg 이상) 인상, 용상 합계 모두 1위를 달성했다. 안산 선부중학교 시절의 일이다. 당시 그녀가 바벨을 잡은 지 2년 만에 이룬 쾌거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올해 7월 21일, 충남 서천에서 ‘전국 춘계역도대회’가 개최되었다. 춘계 대회가 코로나 19 여파로 여름이 되어서야 열린 것이다. 갓 고등학생이 된 박혜정 선수의 기량에 새로운 기록이 나올지 역도계는 물론 모든 취재진의 관심이 쏠렸다.

 

  경기에 앞서 선수 대기실에서 처음 대면한 박혜정 선수는, 복싱선수가 경기 전 글러브를 착용하듯 손마디마다 테이핑을 하고 있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은 얼핏 보기에 성인 선수와 다를 바 없었다. 175cm, 130kg 으로 장미란 선수보다 큰 체구지만 코치와 대화하는 모습과 표정에서는 갓 고등학생임이 분명히 느껴졌다.

 

 한 가지 소개하자면, 박혜정 선수만의 몸풀기 비법이 따로 있다. 인상 경기에서 115kg 거뜬히 들고 내려와 용상 경기 전까지 효과적으로 근육을 풀기 위해 바닥에 엎드린 박 선수 등 위로 조상현 코치가 주저 없이 밟고 올라섰다. 등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삼베 보자기에 넣은 삶은 메주콩을 두 발로 밟듯이 지근지근 밟자 박 선수는 마냥 시원하다고 말한다. 몸무게 92kg의 코치가 엉덩이 부분 부터 허벅지까지 익숙하게 밟으며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누구나 이 동작을 보면 깜짝 놀랐을 터, 일반인 같으면 아프다고 비명을 질렀을 게 분명하다. 얼른 다가가 박 선수에게 물어보았다.

 

  “이렇게 하면 몸이 풀어져요?”

 

  쑥스러운 얼굴로 짧게 “네” 대답하고 고개를 숙여 부끄러워했다. 조상현 코치는 처음 박혜정 선수를 만났을 때 훌륭한 선수가 되리라, 한눈에 알아봤다고 한다. 순발력과 유연성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역도에 맞는 체격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고.

 

  취재진은 곧 선수 대기실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마지막 준비운동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용상 경기 3차 시기 154kg 바벨이 세팅되었다. 중량에 따라 나뉜 바벨의 색깔로 수초 만에 진행요원이 154kg 무게를 만들었다. 선수를 호명하고 역도를 드는 시간은 1분이 주어진다. 성공 벨이 울릴 때까지 모든 근육은 바벨을 들어 받쳐야 한다. 박혜정 선수는 손 미끄럼 방지 탄산마그네슘을 손에 바르고 심호흡을 했다. 인상 경기에서 그랬듯이 항상 오른손을 먼저 움켜잡고 그다음 왼손을 단단히 고정했다. 박 선수의 힘찬 구령에 경기장 밖의 코치들의 맞구령이 짧게 울렸다. 순식간에 1단계 들어 올린 바벨의 봉이 무게에 못 이겨 아래로 휘는 게 확연히 보였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 이다. 곧이어 마지막 2단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린 박혜정 선수의 모습이 카메라 뷰파인더에 들어왔다. 무관중 경기가 아니었다면 환호성까지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신기록을 세운 리액션 치고 채널2가 너무 조용했다.

 

  이날 박혜정 선수는 최중량급(87kg 이상)에서 인상 113kg, 용상 154kg, 합계 267kg을 들어 대회 우승 및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다. 장미란이 고교 3학년 때 세운 기록보다 2년 앞당긴 기록이다. 새로운 장사의 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박혜정 선수는 인터뷰에서 역도의 좋은 점은 한마디로 들어 올렸을 때의 “쾌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카메라를 통해 본 박혜정 선수.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서 고등학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근성이 엿보였다. 자신의 꿈을 향해 집중하는 모습은 나이를 떠나 언제나 카메라에 아름답게 비친다. 많은 최정상의 선수를 만나 촬영할 때마다 느꼈던 (최고의 위치에 선 선수들의) 일종의 아우라였다. 앞으로 한국 역도계를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하게 될 박혜정 선수의 건투를 빈다.

 

 

 

 

김흥기 / SBS (사진)김흥기 증명사진.JPG

 

 

 


  1. 특별기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위해

    ‘한국형 모델’을 제시한다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KBS, MBC 공영방송의 몰락은 결국 구성원들을 2017년 9월 또다시 파업으로 몰아갔다. 정치권은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며 ‘특별다수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가 이것 역시 새로...
    Date2017.11.04 Views624
    Read More
  2. 특별기고 한반도 주변 불안정과 달러 위기의 연관성

    한반도 주변 불안정과 달러 위기의 연관성 1999년 유로화 탄생 이후 국제정세 불안정의 이면에는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기와 연관성이 깊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미국의 달러 패권을 둘러싼...
    Date2018.03.15 Views702
    Read More
  3.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 필자가 지난 8월 27일 호주 멜버른 다트센터에서 방송기자연합회 연수 대상자 기자들에게 ‘트라우마를 경험한 지역사회 보도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부마항쟁이...
    Date2020.01.08 Views264
    Read More
  4.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보도영상 관련 기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화질은 SD에서 HD로, 기록 매체는 테이프에서 메모리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영상취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영상기자의 역할까지 바꾼 것은 아니다. 하지만 MNG는 기존의 위성 장비를...
    Date2020.03.11 Views486
    Read More
  5. 코로나19, 대구에서

    코로나19, 대구에서 ▲ 청도노인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를 취재하고 있는 필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약 917만 명(2020년 6월 24 일 기준)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감염 확진자가...
    Date2020.07.16 Views244
    Read More
  6. 취재현장의 유튜버, 취재의 자유와 방해의 경계에서…

    취재현장의 유튜버, 취재의 자유와 방해의 경계에서… ▲ 유튜버들의 취재 방해를 다룬 MBC 온라인 채널 〈엎어컷〉 화면 갈무리 지난 8월13일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 구치소에서 석방됐다. 당일 이른 아침부터 검찰 기자단을 비롯한 각 사의 현장 취재진이 이재...
    Date2021.11.17 Views401
    Read More
  7.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뉴스VIEW]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장면1. 11월 22일 우리 대통령이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패스해 홀로 직진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현장 외신 기자들은 “어디로 가는 거야?”, “이거 다 촬영했지?”라며 웅성거렸다. 영국 언론...
    Date2023.12.21 Views139
    Read More
  8. 체르노빌의 기자들을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키이우에서 온 편지> 체르노빌의 기자들을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유리 볼다코프 ▲아나스타샤 리지나 (유리 볼다코프의 손녀)  친애하는 조직위원회와 여러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오월광주상 수상자이신 유리 볼다코프, 할아버지 ...
    Date2023.12.21 Views102
    Read More
  9. 채널2의 사회학

    채널2의 사회학 모두가 알다시피 채널 2는 현장음을 수신하는 채널이다. 기자의 의도가 확실히 담겨 특정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채널1과 달리 채널 2는 의도되지 않는 현장의 소리가 담긴다. 이런 채널의 속성을 매체와 사회의 관계 문제로 가져가게 되면 두 채...
    Date2018.12.19 Views388
    Read More
  10.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이라고 해서 만만히 볼 게 아니구나...’ 작년 이맘때쯤 처음 빛고을에 발을 딛고 난 후 1년 동안 머릿속에 늘 떠오르던 생각이다. KBS에 입사하기 전 서울에서 맞닥뜨리던 현장과 업무와 비교할...
    Date2020.03.11 Views298
    Read More
  11.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 MBC충북 '한국 남매' 제작 현장 방송ㆍ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탄생으로 전통미디어인 지상파 플랫폼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고, 스마트미디어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강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역 지...
    Date2020.07.17 Views261
    Read More
  12. 지상파 UHD 방송 현황

    지상파 UHD 방송 현황 이헌주/MBC기술연구소 지난 5월 31일부터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방송이 시작되었다. UHD는 Ultra High Definition의 약자로, 기존 HD방송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화질과 입체적인 음향을 시청자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TV에 인터넷망을 연...
    Date2017.07.20 Views1478
    Read More
  13.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필자 9시 15분 피렌체행 기차는 2시간이나 연착됐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토스카니에서 지진이 나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넘어 진 김에 쉬어간다.’ 생각하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연착 시간이 9...
    Date2020.07.16 Views238
    Read More
  14. 조용필 평양공연 지켜지지 않은 합의서

    조용필 평양공연 지켜지지 않은 합의서 1달러짜리 커피의 맛 2005년 8월 18일 오후 2시 55분, ‘조용필공연’ 선발대 69명이 드디어 평양 땅을 밟았다. 평양 순안비행장에는 이미 가을을 재촉하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선발대는 서둘러 숙고인 고려호텔로 달...
    Date2018.04.05 Views581
    Read More
  15.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 제주 월정리 해변에 취재하고 있는 필자 2016년 4월, 일주일 동안 제주를 돌아본 경험이 있다. 당시 제주공항에서 일하던 친구네 놀러 가서 사흘, 영화제가 열린다는 강정마을에서 이틀, 그리고 결혼 후 제주시 구좌읍...
    Date2020.03.11 Views344
    Read More
  16. 제주 수중촬영 교육을 마치며…

    제주 수중촬영 교육을 마치며… 생후 22개월 딸내미의 오열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 사랑하는 처자식을 두고 제주도로 4박 5일간의 수중촬영 교육을 떠나게 돼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물론 가벼운 발걸음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만약 꼬리...
    Date2021.11.17 Views391
    Read More
  17.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 지난 7월 21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전국 춘계역도대회’에서 용상 154kg을 ▲ 박혜정 선수가 코치로부터 발로 밟히는 특이한 스트레칭을 받고 있다. 번쩍 들어 올려 한국 주니 어 신기록을 세운 박혜정 선수...
    Date2020.09.16 Views339
    Read More
  18.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6개월간의 대장정 선거 방송을 준비하며 UHD 실사 촬영 이번에는 포맷용 실사 촬영을 UHD급 이상, 10bit 이상 영상으로 하기로 했다. 최종단에서 전체 영상 톤을 맞추기도 용이하고 HD 화면의 4배 사이즈이기 때문에 CG용 재가공 ...
    Date2020.09.15 Views228
    Read More
  19.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 이호흥 호원대 초빙교수 / (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은“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異名)을 표...
    Date2020.07.17 Views501
    Read More
  20. 자가격리 14일간의 기록

    자가격리 14일간의 기록 ▲필자가 자가격리 중 먹었던 음식과 용품 서울 시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나도 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 음성이 나왔음에도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2주 간의 자가격리를 했다. 14일 동안의 격리가 시작된 것이다. 11월3일~...
    Date2021.01.07 Views288
    Read More
  2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합의의 문제점과 해결의 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합의의 문제점과 해결의 길 지난 5월 18일 일본에서 문희상 대통령 특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재작년 위안부 합의도 국가 간의 합의인 만큼 미래지향을 위해서 양국...
    Date2017.07.21 Views95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