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이재영
소녀상을 취재하기 위해 2주 동안 소녀상 앞을 매일같이 지켰습니다. 그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소녀상이 왜 주먹을 쥐고 있는지, 왜 발뒤꿈치를 들고 있는지, 왜 그림자는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왜 비가 오면 눈물을 흘리는지.
한겨울의 소녀상은 털모자와 털목도리를 둘렀고, 무릎에는 담요를 덮고 있습니다. 맨발에는 따뜻한 양말도 신었습니다. 소녀상은 더 이상 조각상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아픔이고, 딸이자 누이, 할머니였습니다.
이토록 소녀상에 보내는 애정 어린 손길들에는 어떤 사연들이 있을까요? 이들은 왜 소녀상을 이토록 가슴 시리게 품에 안고 있을까요? 그들의 사연을 취재할수록 저는 점점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서울에는 폭설이 왔습니다.
눈은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위에도, 세종대왕 동상 위에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일본 대사관 앞을 지키고 있는 소녀상 위에도 내렸습니다.
그날 소녀상은 세상에 태어난 지 1년 된 날이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그 중에는 여전히 우리의 위안부 할머니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일본 대사관의 철문은 그날도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할머니들의 하루는 오늘도 빠르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부디 소녀상 그림자속의 나비가 훨훨 날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