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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지역기획보도부문
포항MBC 양재혁 기자
 
<포항MBC 특집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마라'>
 

 

 

 

 

 한계가 있다면 몸빵으로 대신했다.

 

 다큐가 기획되고 피해자들을 수소문했지만 제보도 쉽지 않았다. 현직에 있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회사 보복이 두려워 나서지 못했고, 은퇴하신 분들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인터뷰가 가능한 사람은 유가족뿐이었다. 엎친데 덮쳐서 제작에 들어갈 때쯤 코로나가 터졌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되는 내용이라 직접 만나서 어떻게 취재를 해야 될지 고민이 됐다. 제작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 겨울에 기획한 다큐는 여름이 돼서 촬영에 들어갔고, 취재 가능한 유가족부터 만났다. 첫 만남은 포스코에서 삼십 년 넘게 근무하다 루게릭이라는 희귀병으로 돌아가신 노동자의 아내였다. 돌아가신 고 박근석씨는 제보받았을 당시만 해도 상태가 괜찮았는데 두 달 사이 갑자기 안 좋아져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고 했다. 인터뷰를 한사코 거부했던 그분과 생각이 달랐던 아내는“왜 이제야 오셨냐”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우리를 대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

해 후회가 됐다. 시간이 없었다. 그들의 증언은 내일도 장담할 수 없었다.

 

 난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작가가 여러 번 바뀌면서 촬영 구성은 말할 것도 없고, 편집 구성도 나오지 않았다. 같이 제작하는 선배와 함께 취재와 동시에 매일 구성 회의를 했다. 그때는 영상을 어떻게 찍고,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되는 지에 대한 고민은 할 수 없었다. 주로 누구를 만나고, 어떤 내용의 취재가 더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 데일리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지역은 인력이 부족해서 한 명이 특집으로 빠지게 되면 데일리에 부담이 크다. 본 편집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데일리도 병행을 해야됐다. 빠듯한 예산에 장비 구입도 쉽지않고, 국가보안시설인 포스코는 외경 외의 영상 취재 작업에 많은 제한이 있었다. 여러모로 한계는 분명히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 안되면 되게 하면 된다... 아니 될 때까지 하면 된다.

 

 영상 취재는 인터뷰를 중심으로 휴머니티에초점을두었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기존의 보도형식에 벗어나 무겁고 심각한 얘기를 좀 더 풀어보려고 노력했다. 특히 하림 씨와 함께한 촬영은 장소 섭외부터 출연자 섭외, 장비 대여, 무대설치(에필로그 촬영은 라디오 녹음실에 현수막, 조명, 소품 설치)까지 기획, 구성해서 연출과 촬영을 동시에 진행했다. 영상 취재 촬영의 한계는 소위 몸빵으로 대신했다. 포스코의 야경처럼 화려한 이미지(타임랩스, 드론)보다는 우리 지역 어느 곳에서도 보이는 포스코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편집은 구성안 변경과 팩트 확인 등 대기업을 상대로 한 민감한 내용이다 보니 잦은 수정이 불가피했다. 은퇴한 노동자의 증언은 본인의 검토가 이뤄졌고, 출연한 분들과 작은 이미지 하나 놓치지 않고 모자이크를 했지만 방송 직전까지 몇십 번의 수정이 이뤄졌다.

 

 방송 이후 지역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많은 시민들이 지지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포스코가 있는 포항, 광양 이외에 유해 작업 환경에 노출된 1,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응원 피켓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 노총 소속의 포스코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다큐가 왜곡과 악마의 편집으로 만들어져 포스코 노동자의 자긍심을 상실시켰다며 앞으로 포항에 대한 투자와 사회공헌 활동 일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협박성 내용을 전달했다. 포스코를 포함해 행정, 감독 기관, 언론 모두 침묵했다. 침묵의 카르텔은 현재 진행 중이다.

 

 

양재혁/ 포항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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