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3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image01.png

▲지난 2019년 6월 12일 정부 중앙 청사를 급습하려는 시위대와 대치 중인 홍콩 경찰(사진=필자)

 

image02.png

▲지난 2019년 7월 1일, 매년 열리는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날,

홍콩 시민 수십만 명이 범죄인 인도법 반대에 시위하고 있다(사진=필자)

 

 

 저는 10살 때 한국을 떠나 중국 천진에서 10년, 홍콩에서 5년을 살고, 2019년 말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 제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조금 당황스러워지곤 합니다. 부모님이 아직도 중국에 살고 계실뿐더러 어릴 때 한국에서 보낸 기억이 많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께서는 저와 제 동생에게 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게끔 하셨습니다. 물론 꿈이 바뀌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는 계속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떠한 기자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저는 홍콩대학교 저널리즘학과에 진학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영상취재기자의 꿈을 키워 나갔습니다.

 

 2017년부터 AP, AFP에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입니다. 홍콩 정부는 2019년 초 범죄인 인도법을 개정하여 대만뿐 아니라 중국, 마카오 등에서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 운동가가 중국 본토로 송환되는데 해당 법안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2019년 중순 수많은 홍콩 시민들은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며 길거리에 나왔습니다.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는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로 확장되었고 중국의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민주화 운동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하루하루 취재하며 무서웠던건 최루탄도 물대포도 경찰의 폭력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 부족한 경험과 실력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최고의 영상을? 해야한다는 의무감도 견뎌내야 했습니다. 온몸이 흥건히 젖고 두 발이 물집과 멍투성이가 되도록 카메라를 들고 뛰었지만 아프고 힘든 지 몰랐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친구들이 폭행당하고 연행되어 가는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일 현장에 나가 자유를 외치는 홍콩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을 할 수 있음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마도 그때 영상 취재기자로서 제일 많이 배우고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오랜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귀국한 후 연합뉴스TV에 입사하게 됐을 때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홍콩에서와는 달리 부서에서 여성은 제가 유일했고 현장에서도 여성 영상기자는 많이 볼 수 없었습니다. 때로는 체격 좋은 남자들 사이에서 몸싸움을 해야 하기도 하고 분명 여자로서 부담스러운 상황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부담은 오히려 저를 일에 대해 더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결국 시청자에게 뉴스를 생생히 전하는 영상기자에게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입사한 지 일 년 반이 되어갑니다. 초반엔 모국이지만 낯선 땅 한국에서 그리고 전원이 남성인 부서에서 제가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지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좋은 선후배 덕분에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일 년 반 동안 코로나19, 장마, 태풍, 폭설 등 기억에 남는 취재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이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일 년이 되는 날인만큼 대구 출장이 기억에 떠오릅니다. 입사한 지 몇 달 안 됐을 때 자원해 2주 동안 코로나19 취재 및 현장 연결을 하러 대구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마다의 어려움을 호소하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왜 기자가 되고 싶었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여러 관계자들과 타사 선배들과 현장을 조율하고 현장에 계신 취재기자 선배들과 서울에 계신 방송에 관련된 타부서 선배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기사 작성도 촬영도 편집도 대부분 혼자 하던 제가 제일 배워야 했던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항상 영상 취재기자로서 성장할 수 있기를, 또 지난날들을 밑거름 삼아 더 많은 현장을 저만의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최승연/ 연합뉴스TV (사진) 최승연 증명사진(연합뉴스TV).jpg

 

 


  1.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시상식’ 축사

    존경하는 방송카메라기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귀한 자리의 주인공이신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수상자 여러분께도 천만 서울시민과 함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
    Date2018.04.05 Views565
    Read More
  2. 수중 촬영에서 피사체를 쉽게 찍을 수 없을까

    안녕하세요~ 스쿠버라이프 김원국 강사입니다. 아! 여기서는 영화사 숨비 촬영감독 김원국입니다.~^^ 이번에 한국방송 카메라기자협회 TV뉴스 촬영교육을 다녀와서 저 또한 좀 더 많은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TV뉴스를 이끌어가는 여러분들과 함께 ...
    Date2017.11.04 Views563
    Read More
  3. MNG가 바꿔놓은 풍경

    MNG가 바꿔놓은 풍경 2017년 8월. ‘혹시 모르니까.’ 전국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던 대한민국보다 조금 더 기온이 높은 필리핀으로 ARF(아세안 지역 포럼)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혹시 모르니까’ 하는 생각으로 MNG 장비를 챙겼다. 데...
    Date2019.09.09 Views558
    Read More
  4. 영상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

    영상 저널리즘의 위기와 기회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 생존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베인즈 뉴스 픽쳐스(Bain’s News Picture)를 통해 공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생존자 중 아마추어 사진가가 있었고, 그...
    Date2018.10.19 Views551
    Read More
  5.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 이호흥 호원대 초빙교수 / (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은“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異名)을 표...
    Date2020.07.17 Views539
    Read More
  6.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지난 2019년 6월 12일 정부 중앙 청사를 급습하려는 시위대와 대치 중인 홍콩 경찰(사진=필자) ▲지난 2019년 7월 1일, 매년 열리는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날, 홍콩 시민 수십만 명이 범죄인 인도법 반...
    Date2021.03.10 Views531
    Read More
  7.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
    Date2020.05.11 Views526
    Read More
  8. [뉴스VIEW] ‘공공기록’으로서 보도영상의 가치, 영상기자가 끌어올려야 할 때

    [뉴스VIEW] ‘공공기록’으로서 보도영상의 가치, 영상기자가 끌어올려야 할 때 최근 방송·영상 산업 분야 안팎에서 ‘아카이브(우리말로는 ’기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주요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자사 영상자료를 비교적 높은 비중으로 편집하여 이른바 ‘회...
    Date2022.08.31 Views524
    Read More
  9.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보도영상 관련 기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화질은 SD에서 HD로, 기록 매체는 테이프에서 메모리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영상취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영상기자의 역할까지 바꾼 것은 아니다. 하지만 MNG는 기존의 위성 장비를...
    Date2020.03.11 Views521
    Read More
  10. [줌인] 고(故) 안정환 선배를 추모하며

    고(故) 안정환 선배를 추모하며 동료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인 빈소. 차고 건조한 느낌의 형광등 불빛 아래 놓인 영정사진. 그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 왜 그랬는지, 무슨 상황에서였는지 선배는 엄지를 치켜세우고, 비현실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
    Date2019.11.06 Views497
    Read More
  11. [줌인]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나열 뉴스는 독재 시대의 욕망을 반영한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특권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특권을 지속시키기 위해 뉴스는 깊이 들어갈 수 없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깊이 들어가는 순간 그들(언론)이 가진 특권을 잃는다. 역...
    Date2019.07.02 Views492
    Read More
  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미정상회담 이후 예상 시나리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담에 대한 희망적 관측과 더불어 과거 정권교체 대상이었던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Date2018.07.04 Views485
    Read More
  13.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KBS대전뉴미디어팀에서근무하고있는필자 지난 2월 KBS 대전총국 내 새로운 조직인 디지털 관련 부서가 생긴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갈망해 왔지, 사실 디지털 분야는 그...
    Date2021.01.08 Views476
    Read More
  14.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 지난 7월 18일 한 방송사에서 대구 스크린골프장 화재현장을 감식하고 있는 소방대원의 가까이에 드론을 날리고 있는 장면 4차 산업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론은 손쉽게 온·오프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소방...
    Date2019.09.09 Views472
    Read More
  15.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호모 비디오쿠스는 진화 중 내가 KBS에 입사한 2006년. KBS 9시 뉴스 시청률은 보통 20% 초중반, 잘 나올 땐 30%가 넘었다. 2019년 현재, 시청률은 반 토막이 났다. 다행인 것일까? 아직 시청률은 1위를 고수하고 있으니. 우리가 즐겨보는 네이버뉴스에서 KBS...
    Date2019.09.09 Views470
    Read More
  16.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 아리랑국제방송 스튜디오 ‘아리랑국제방송’은 국내에서 ‘국제방송’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방송 중인 거의 유일한 채널이다. 어느덧 개국한 지 20여년이 흘렀다. 긴 세월이 말...
    Date2019.07.02 Views465
    Read More
  17. 이상한 출장

    이상한 출장 “카메라 기자 인생 30년에 가장 굴욕적이었어.” “오죽했으면 내가 출장기간에 억울한 부분을 하루하루 메모를 해놨다니까.” “이런 출장 인지도 모르고 갔지.” “갔다 와서 엄청 싸우고 다신 안 간다고 ...
    Date2019.07.02 Views462
    Read More
  18.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사람은 한 치 앞일도 알 수가 없다. 불과 작년만 해도 나는 아직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영상기자라는 직업 명사는 불현듯 내게 왔다. 영상기자가 된 후 세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이에게는 저마다 인생 전환점이 있을 ...
    Date2020.01.09 Views456
    Read More
  19.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8시 50분. 커피 한 잔과 함께 회사에 들어서며 하루가 시작됩니다. 9시 10분. 취재 일정이 나옵니다. 하루에 리포트 하나 정도를 제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보통은 오전 10시쯤 시작해 3시경이면 현장 취재는 끝납니다. 취재...
    Date2020.01.08 Views452
    Read More
  20.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취재현장 보도 윤리·취재 방식도 변화 ▲지난 12월 21일 가족 새해 소망을 듣기 위해 방송사 취재진이 마이크 연장봉을 이용해 마스크 쓴 시민을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종로 경찰서 앞에...
    Date2021.01.08 Views451
    Read More
  21.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면서 취재에 몰두하는 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사진> 봄 방학을 외가에서 보내려 아이들과 친정으로 가던 도중 남편(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잘하지 않는 그가 전화를 했다...
    Date2020.05.07 Views44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