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6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6월 8일자 <중도일보>에 “질문과 침묵”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승선 교수의 칼럼을 본보가 전재를 청하였습니다. 원문의 일부를 가져오되, 필자가 이후 몇 차례 강의를 더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추가하여 싣습니다.

[편집자 주] 


좋은 질문은 사람을 춤추게 한다. 질문하는 사람은 궁금증을 풀어서 좋다. 대답하는 사람도, 자신의 지식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어 좋다. 청중의 좋은 질문은, 강의자의 빛바랜 강연을 빛나게 할 수 있다. 질문하는 청중은 강의자의 지식이 정교해지도록 다듬어주는 길라잡이다. 질문이 곁들여진 강연은, 강의자와 청중이 합세해 만들어가는 한 편의 공연이다. 설령 청중이 침묵하더라도 강의자는 청중의 눈빛과 자세를 배운다. 청중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온라인 줌 강의에서는 더욱 그렇다. 며칠 전 영상기자들과 강의도 그랬다. 


강의는 야밤에 있었다. 실시간 원격 강의였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눈이 감길 법한 시간대였다.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기자들은 묻고 또 물었다. 영상기자들은 법적인 책임 외에 윤리적 비난을 감당해야 할 때도 많다. 눈앞의 취재원의 생명이 위태로운 듯하다. 계속 촬영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설령 별것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우선 취재원의 위험을 선행적으로 확인해야 하는가? 영상기자들은 자신에게도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학교는 그 기준과 사례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언론사도 기자의 교육이나 재교육에 인색하다. 반면 시민들의 권리의식은 크게 신장되었다. 언론소송으로 응수하는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 답답하기 짝 없었다. 


영상기자들은 협회를 중심으로 지혜를 모아 나갔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한원상 전 회장이 혼신의 힘을 쏟았다. 현장의 영상기자들이 제기한 구체적인 질문들을 취합했다. 수백 개의 질문이 쏟아졌다. 여러 차례 시민단체와 검찰청, 경찰청, 언론관련 기구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했다. 스스로 묻고 답하며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었다. 취재보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은 영상보도에 대해서는 이달의 기자상이나 올해의 영상기자상 수상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것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필자는 옷깃을 여미었다. 영상기자들에게 저널리즘의 원칙과 결기를 배웠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작년 가을부터 영상기자협회는 전국의 영상기자들을 대상으로 자체 교육을 시작했다. 하루 일과를 마친 야밤이나 주말 시간을 이용했다. 열다섯 차례에 걸쳐 교육이 진행되었다. 수백 명의 국내 언론사 영상기자들이 동참했다. 새로 집행부를 맡은 나준영회장이 올해 교육 일정의 장을 다시 열었다. 올해 교육에는 영상기자뿐만 아니라 취재기자, 외신 기자들의 교육 참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AP, 로이터, ABC뉴스, NHK, 후지TV 등 유수한 글로벌 언론사 기자들이다. 외신기자들 역시 매우 유익하고 좋은 질문을 공유해 주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온라인 실시간 줌 교육화면에서, 그들은 한 점 흐트러짐 없이 바른 자세로 카메라를, 교육에 참여한 동료기자들의 얼굴을, 강사의 눈과 입을 초지일관 응시했다. 학생시절부터 훌륭한 영상저널리스트를 꿈꾸었던 박인학 기자를 온라인에서 만난 것도 큰 감동이었다. 박 기자의 또렷한 시선과 곧은 자세를 온라인 영상으로 접하며 현장의 영상기자들 모두가 멋진 청년 박인학 같았으리라 여겨졌다. 실시간으로 원격 영상강의가 가능한 시대에, 꼿꼿한 청중의 형형한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그들의 침묵에서도 배운다. 기자들은 영상을 통해 청중이 발현할 수 있는 힘의 크기를 스스로 구현했다. 영상기자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한다

(중도일보 2021.6.8. <시사오디세이> 중) 


올해 세 차례 영상기자들과 질문을 겸한 토론을 마쳤습니다. 작년에 비해, “질문의 내용”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면 “시민들에게 초상권이 있느냐”라는 것이 작년의 질문이었다면 올해는 “어떤 경우에 초상권 침해의 법적 책임을 지는가, 피할 방법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계십니다. 


영상자료의 활용과 관리에 대한 질문도 있습니다. 사고나 자살 등으로 사망한 사람의 영상촬영과 활용 가능 여부, 행정집행 현장에 동행 촬영의 가능여부, 피의사실의 공표와 국민의 알 권리 조정, 몰래카메라나 잠입취재 영상의 활용여부, 취재현장의 질서와 안전을 유지하면서 유투버 등과 마찰을 피할 수 있는 지혜 등 질문이 끝이 없습니다. 한국과 방송보도 문화와 규범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외신기자들의 질문도 이어집니다. 취재현장의 규범뿐 아니라 영상이 방송으로 송출되는 지역의 법과 문화 규범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질문들입니다. 


인권 존중과 저널리즘 구현을 실천하고자 하는 영상기자들의 의지 느껴

한국의 영상기자들이 저널리즘 현장의 많은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극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위험하고 중대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첨병으로서 촉각일까요? 도저한 시민들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저널리즘을 구현해야 한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를 누구보다 빨리 수용하고 실천하려는 영상기자들의 의지를 느낍니다. 각 방송사 영상 데스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더 많이, 더 깊이, 더 멀리 확산되게 하는 데 누구보다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상데스크, 편집자, 자료관리자 등 뉴스 제작 일선에서 영상기자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기

영상편집과 영상자료를 관리하는 기자들의 역할도 결정적으로 중요할 것입니다. 취재원을 만나 영상자료를 처음 생산하던 때의 약속과 방송사용 후 주의할 점들을 잘 기록해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료 영상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거나 필요할 때, 자료 영상이라는 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에 표기해 주는 것은, 독자들에게 정직한 영상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입니다. 또 법적인 책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영상을 기획하고 생산하고 사용하고 관리하고 재활용하는 제반의 절차와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영상기자들의 무한 애정과 주의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가까이 갈수록, 알면 알게 될수록 영상기자 여러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영상보도가이드라인 교육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승선 /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1. 우리는 바다에 늘 손님입니다

    우리는 바다에 늘 손님입니다 “잡았다!”, “꿀맛!”. ‘생존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모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자막이다. 문명의 손길이 덜 미친 촬영지에서 출연자들이 자급자족하고 지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제...
    Date2019.09.09 Views283
    Read More
  2. 공공의 이익과 보도과정에서의 중과실

    공공의 이익과 보도과정에서의 중과실 언론의 취재관행 여전히 ‘소수정예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해 매일같이 사건현장을 취재하는 기자가 판단해야할 상황변수는 많다 이를 하나의 윤리규정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기자는 오랜 취재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
    Date2021.09.24 Views281
    Read More
  3. 자가격리 14일간의 기록

    자가격리 14일간의 기록 ▲필자가 자가격리 중 먹었던 음식과 용품 서울 시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나도 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 음성이 나왔음에도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2주 간의 자가격리를 했다. 14일 동안의 격리가 시작된 것이다. 11월3일~...
    Date2021.01.07 Views277
    Read More
  4. 뉴스는 건축이다

    뉴스는 건축이다 국회 의사당 기본설계 자리를 지킨 건축은 시대를 증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하나의 기호다. 시간을 거슬러, 오늘도 사라지지 않고 유구히 존재한다. 건축물을 통해 인간은 과거를 기억하고 현 시점의 방향성을 얻는다. 만약 영상기자가...
    Date2019.05.08 Views275
    Read More
  5. [줌인]

    [줌인]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방탄소년단 센세이션에 이어 두 번째 문화적 쾌거, 영화 역사상 대약진이라 할 만하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
    Date2020.03.12 Views274
    Read More
  6. MBC ‘보도영상연구회’

    MBC ‘보도영상연구회’ ▲ 지난 9월 21일‘4k 카메라와 UHD프로세싱’을 주제로 진행된 MBC보도영상연구회 세미나에 참가한 MBC 영상기자<사진>. ▲ 1998년부터 1999년까지 2년 사이 진행된 보도영상연구회 포럼내용을 정리한 제1호 자료집...
    Date2020.11.18 Views272
    Read More
  7. [뉴스VIEW]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 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뉴스VIEW> 김세희 변호사 (민주노총법률원)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 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한 방송사의 취재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분이 국회 취재이동 지원을 나갔다가 한강둔치의 국회 주차장 차량 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안타까...
    Date2023.04.26 Views271
    Read More
  8.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 법원의 영장실징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피의자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반갑다. 그간 소원해진 것 같다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하던 시절은 지났다. 대전·충남 ...
    Date2020.07.17 Views271
    Read More
  9.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시장의 사망 최종 확인 시점 몇 시간 이전부터 사망 보도가 흘러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전히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 중에 나온 명백한 오보였다. 정치 거물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은 언론사들의 속보 경...
    Date2020.09.16 Views270
    Read More
  10.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6월 8일자 <중도일보>에 “질문과 침묵”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승선 교수의 칼럼을 본보가 전재를 청하였습니다. 원문의 일부를 가져오되, 필자가 이후 몇 차례 강의를 더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추가하여 싣습니다. [편...
    Date2021.07.06 Views269
    Read More
  11. <영상기자상>, 첫 심사를 마치고…

    <영상기자상>, 첫 심사를 마치고… 협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지역심사 위원으로 기자상심사 참가 3월 중순, 4년 동안의 부산지부장 역할을 마치고 현업에 열중하던 중 새롭게 협회장에 취임한 나준영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올 해부터 이달의 영상기자상 ...
    Date2021.05.06 Views268
    Read More
  12. 아프가니스탄 전쟁 20년, 다시 탈레반의 시대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20년, 다시 탈레반의 시대로… 2001년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되었던 오사마 빈 라덴 체포협조를 탈레반정권(오마르)이 거부하면서 시작된 아프간 전쟁. AP통신 서울지국 TV기자로 근무하던 필자는 각 대륙에서 1명씩 총3명이 한조가 되어 한...
    Date2021.09.24 Views260
    Read More
  13. ‘좋은 취미’에 관하여

    ‘좋은 취미’에 관하여 취미를 선택받는 모든 사람에게 ▲ 만화를 좋아해 땡땡(tin-tin)의 대모험 전시회에 참석한 필자 취미란 무엇인가? 취미의 ‘취(趣)’는 ‘서두르다’, ‘빨리 달려간다’는 뜻이고, ‘미...
    Date2020.11.17 Views256
    Read More
  14. 귀사(貴社)의 테이프(Tape), 안녕하십니까?

    귀사(貴社)의 테이프(Tape), 안녕하십니까? ▲ MBC강원영동 방송사가 보관하고 있는 테이프 자료<사진> 14,040개. 저희 회사가 보유한 테이프 개수예요. 손으로 하나하나 셌으니,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크게 틀린 숫자는 아닐 거예요. 1986년 자사 TV개...
    Date2020.11.17 Views256
    Read More
  15.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 필자가 지난 8월 27일 호주 멜버른 다트센터에서 방송기자연합회 연수 대상자 기자들에게 ‘트라우마를 경험한 지역사회 보도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부마항쟁이...
    Date2020.01.08 Views253
    Read More
  16.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18년에 발생하여 약 5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비교해 보면 코로...
    Date2020.07.17 Views252
    Read More
  17.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 MBC충북 '한국 남매' 제작 현장 방송ㆍ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탄생으로 전통미디어인 지상파 플랫폼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고, 스마트미디어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강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역 지...
    Date2020.07.17 Views252
    Read More
  18. [줌인] 행복하고 의미있는 2021년으로 만들어 나가시길

    [줌인] 행복하고 의미있는 2021년으로 만들어 나가시길 어느덧 2020년이 저물었습니다. 2020년엔 어느 해보다 이슈가 많았습니다. 가장 큰 이슈는 코비드-19(COVID-19) 일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은 전 세계를 완전히 새로운 생활패턴, 완전히 새로운 관...
    Date2021.01.08 Views251
    Read More
  19. [국제뉴스IN]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러시아 군대 서방은 무엇을 우려하는가?

    국제뉴스IN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러시아 군대 서방은 무엇을 우려하는가? 지난 11월 21일 우크라이나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러시아가 약 9만 2천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접경에 집결시겼다.”고 발표했다. 미 정보당국 보고서는...
    Date2022.01.06 Views250
    Read More
  20. 데이터 저널리즘과 영상

    데이터 저널리즘과 영상 ▲SBS8뉴스/ 마부작침(데이터저널리즘) / 법원은‘또다른조두순들’에어떤판결을내렸나 ▲SBS8뉴스/ 마부작침(데이터저널리즘) / 키워드로본'스쿨존교통사고'…사각지대도확인 데이터 저널리즘팀의 뉴스가 새롭...
    Date2021.01.08 Views249
    Read More
  21. 코로나19, 대구에서

    코로나19, 대구에서 ▲ 청도노인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를 취재하고 있는 필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약 917만 명(2020년 6월 24 일 기준)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감염 확진자가...
    Date2020.07.16 Views23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