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3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사극의 두 얼굴-허구와 실화
-‘군도-민란의 시대’ vs ‘명량’

명량.jpg

군도.jpg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와 ‘명량’이 개봉됐다. ‘군도’는 완전한 허구의 이야기이고 ‘명량’은 이순신이라는 실존 인물과 ‘명량해전’을 바탕으로 제작된 실화라고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허구’일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현실을 수집하고 재조립한 다큐와 구분되는 점이다.

두 작품은 모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군도’는 조선말 철종 연간의 이야기이며, ‘명량’은 정유재란이 발발한 1597년 ‘명량해전’의 앞 뒤 며칠을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작품이 집중하는 방향은 정반대이다. ‘군도’는 개인의 복수를 보완하는 극적장치로써 역사적 배경을 차용하지만 ‘명량’은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에 숨겨진 개인들의 의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군도’는 공동체를 허물고 재조립하는 이야기이며 ‘명량’은 위기의 공동체를 버릴 것인지 아니면 고수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하다 그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군도’는 기본적으로 반란 이야기의 전형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주인공과 특정 시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요소들-갈등의 구조, 인물들 간의 대립, 대안의 제시 등등은 얼마든지 변주 가능하다는 말이다. ‘홍길동전’, ‘수호지’의 영웅이야기 구조와 유사하고 배경을 서양으로 바꾸면 ‘로빈 후드’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인물들 간의 대립 양상은 절대악을 상대하여 고수들이 차례로 희생되고 마지막에 가장 못난 인물이 상대하여 승리를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무협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반면에 ‘명량’은 후반기의 전투장면과 대비되는 고요하지만 불안한 개인들을 갈등을 비교하고 배치하는 ‘킹덤 오브 헤븐’(리들리 스콧)의 방식을 차용했다. ‘킹덤 오브 헤븐’의 후반부를 만드는 예루살렘 성 공방전은 주인공 발리안과 살라딘의 의지의 충돌이지만 중동에 마지막 남은 기독교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민초들과 기사들이 자신들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이슬람 전사들과 죽음을 맞바꾸는 의식이기도 하다. ‘명량’ 후반 전투장면은 이런 예루살렘 공방전과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전투를 지휘하는 사람은 부하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이순신이라는 개인과 서자로 태어나 겨우 가문을 잇는 기사로 인정받은 발리안이다.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은 도망치고 싶었던 수군과 격군이며, 유럽에 둥지를 틀지 못해 떠나지 못하는 예루살렘의 민초들과 하급 기사들이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전투에 나서며, 적에 대한 승리(조선 수군)를 통해 생존하기를 염원하고, 패배하더라도 이슬람 기사도의 관용을 얻어 안전한 철수(예루살렘)를 얻기를 바라는 약자들이다.

한편으로, 조선시대를 다룬 이 영화들은 자신들의 스타일만큼이나 흥행의 방향도 많이 다르다. ‘군도’는 무협영화와 서부영화의 대결 구도를 차용하여 확실한 오락을 지향하고 있고, ‘명량’은 이순신과 인물들을 통해 현재 관객들이 가진 속마음에 호소하고 있다. ‘군도’는 코스요리를 제공하려 하고 ‘명량’은 국밥이 가진 묵직함에 기대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두 영화의 약점이 여기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군도’는 스타일, 인물들의 대결들을 느슨하게 연결했으며, ‘명량’은 앞부분 드라마와 너무 비교되는 후반부의 에너지와의 불균형으로 불안하게 흔들리게 되었다. 

  1.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병아리 깃털과 초콜릿 상자 ▲ 일광욕을 즐기는 얄리와 쎵 떠오른다. 10대 때 아주 힘들게 읽어나갔던, 책(데미안)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으나, 그 구절이 어렴풋이 떠올라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본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
    Date2020.11.17 Views383
    Read More
  2. 방종혁의 씨네노트 - 사극의 두 얼굴, 허구와 실화 '군도-민란의 시대' VS '명량'

    사극의 두 얼굴-허구와 실화 -‘군도-민란의 시대’ vs ‘명량’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와 ‘명량’이 개봉됐다. ‘군도’는 완전한 허구의 이야기이고 ‘명량’은 이순신이라는 실존 인물과 ‘명량해전’을 바탕으로 제작된 실화라고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Date2014.08.14 Views3311
    Read More
  3. 방종혁의 시네노트 - 흑백으로 되살린 전쟁범죄의 기억-『지슬』

    흑백으로 되살린 전쟁범죄의 기억-『지슬』 영화가 시작되면 마루에 나뒹구는 제기(祭器)들이 보인다. 그 뒤로 방문이 열리면서 군인이 등장하고 카메라가 좀 더 들어가면 이불장에 걸친 여자의 시신이 보인다. 군인은 그 앞에서 동료와 함께 칼로 과일을 나...
    Date2013.06.04 Views3424
    Read More
  4. 방송환경의 변화에 영상기자들의 변화

    방송사 입사하기 전에 방송사 취업을 준비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대학에서는 방송과 다른 학과를 전공했고 주위에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없어서 입사준비를 하긴 쉽지 않았다. 당시 입사 시험에 참고할 자료가 부족해서 그나마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Date2018.01.10 Views703
    Read More
  5. 박주영의 세상보기 - 역경은 창조주가 준 선물

    삶은 거대한 산과 같다.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심신(心身)을 단련해야 하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 정상에 오르기도 전에 육체적 장애와 정신적 나약함으로 중간에 포기하거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도전하여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
    Date2014.03.21 Views2146
    Read More
  6.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3]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김성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국제뉴스를 향한 타는 목마름과 분열의 자화상: 미,영의 언론들을 통해 세계를 보아 온 한국 언론의 관성과 학습된 ...
    Date2023.06.29 Views137
    Read More
  7.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1]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미하일 아르신스키 (Mikhail Arshynski,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기로에 선 세계상(대상) 수상자)  루카센코 장기독재에 신음하는 벨라루스 민주주...
    Date2023.06.29 Views142
    Read More
  8. 미디어의 속도와 책무감에 대해서

    미디어의 속도와 책무감에 대해서 알타미라와 라스코 동굴 벽화는 인류의 역사를 기록한 최초의 흔적이다. 이와 동시에 동굴 벽화라는 미디어가 발생했다. 아마 구석기에서 신석기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사용한 역사 기록 미디어는‘ 동굴 벽’을 벗...
    Date2018.12.19 Views526
    Read More
  9. 미디어 풍요시대, 필요한 건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미디어 풍요시대, 필요한 건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스마트미디어의 등장은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미디어산업의 전반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모바일로 대표되는 스마트미디어는 기술적으로 미디어 이용에 있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주었고, 미디어 이...
    Date2021.07.06 Views359
    Read More
  10. 무선마이크 900Mhz 전환기

    무선마이크 900Mhz 전환기 ▲MBN 영상기자들이 기획취재 장비운용계획을 의논하고 있다. 올해 새로운 무선마이크 장비를 지급받은 영상기자가 많을 것이다. 700Mhz 무선마이크 사용이 2021년 1월 1일부터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간 무선마이크 주파수로 사용하던...
    Date2021.01.07 Views1137
    Read More
  11.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무분별한 운영, 드론의 위험성 ▲ 지난 7월 18일 한 방송사에서 대구 스크린골프장 화재현장을 감식하고 있는 소방대원의 가까이에 드론을 날리고 있는 장면 4차 산업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는 드론은 손쉽게 온·오프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소방...
    Date2019.09.09 Views436
    Read More
  12.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취재현장 보도 윤리·취재 방식도 변화 ▲지난 12월 21일 가족 새해 소망을 듣기 위해 방송사 취재진이 마이크 연장봉을 이용해 마스크 쓴 시민을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종로 경찰서 앞에...
    Date2021.01.08 Views399
    Read More
  13.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현장에 도착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누구에게 있을 것이다. 그럴 땐 현장에서 좀 떨어져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도...
    Date2020.01.08 Views233
    Read More
  14.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과 관련된 법규와 제도는 자동차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던 19세기 당시 영국의 시가지에는 마차가 즐비했는데, 이들과의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에는 3명의 운전수를 태우고 이 중 한...
    Date2017.08.30 Views569
    Read More
  15.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1. “습관이 이상하게 들어 시나리오를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카페나 커피숍에서 쓴다. 영화가 개봉할 때쯤에 가보면 그 커피숍이 망해서 없어졌다.” 2020년 미국 헐리우드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
    Date2020.03.11 Views309
    Read More
  16. 도심 속 고궁 산책

    도심 속 고궁 산책 ▲ 올여름,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 “서울은 천박한 도시.” 지난여름,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서울을 가리켜 아파트값만 얘기하게 되는 천박한 도시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행정수도 이전의 필...
    Date2020.11.17 Views234
    Read More
  17. 데이터 저널리즘과 영상

    데이터 저널리즘과 영상 ▲SBS8뉴스/ 마부작침(데이터저널리즘) / 법원은‘또다른조두순들’에어떤판결을내렸나 ▲SBS8뉴스/ 마부작침(데이터저널리즘) / 키워드로본'스쿨존교통사고'…사각지대도확인 데이터 저널리즘팀의 뉴스가 새롭...
    Date2021.01.08 Views249
    Read More
  18.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다양한 경험, 재치 그리고 순발력 뉴미디어 콘텐츠 만드는 데 밑거름 ▲KBS대전뉴미디어팀에서근무하고있는필자 지난 2월 KBS 대전총국 내 새로운 조직인 디지털 관련 부서가 생긴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갈망해 왔지, 사실 디지털 분야는 그...
    Date2021.01.08 Views418
    Read More
  19.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2017년 4월 KBS 대전방송총국을 떠나 인구 10만의 작은 시골도시 충남 홍성으로 내려왔다. 내겐 입사 후 2번째 순환근무 지정이었다. 취재기자 2명과 영상기자 1명(나)이 7개 시, 군 지자체와 도청, 교육청 그 관련 기관들을 모...
    Date2019.05.08 Views286
    Read More
  20. 다기능 멀티플레이어가 요구되는 시대

    다기능 멀티플레이어가 요구되는 시대 모바일 저널리즘은 스마트 폰 또는 태블릿을 사용하여 뉴스를 취재하고 전달하는 프로세스로 정의할 수 있다. 스마트 폰의 발전으로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HD-ENG 카메라보다 더 화질이 좋은 4K UHD 영상을 촬영, 편집할 ...
    Date2017.07.21 Views669
    Read More
  21. 다가오는 '본격' 지방자치시대 지역방송사,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연방제’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정부내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 법과 제도를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의 의존도를 낮추고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Date2018.01.10 Views63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