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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대>
-혼란스런 시대를 산 작가의 내면을 기록하는 영화
황금시대.jpg


황금시대2.jpg



 영화의 첫 장면은 죽은 사람의 독백이다.

“나는 1911년 헤이룽장 해란에서 태어나 1942년 홍콩에서 병원의 임시 병상에서 죽었다.”

 영화 ‘황금시대’는 위 독백의 주인공 샤오홍의 일대기를 그린다. 이 작품은 심각하게 가부장적인, 그렇지만 당시 중국 동북지방의 평범한 가부장일지도 모르는 아버지가 있는 집에서 두 번이나 가출하고, 여관에서 굶어죽기 직전에 편지 보낸 신문사에서 만난 연인인 샤오쥔의 도움으로 작가가 된 이후, 루쉰과 같은 대가들과 교류하면서 중국 문단 중심에서 활약하다 국공내전,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의 시대를 만나 어디에서도 정착하지 못한 채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홍콩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작가인 샤오홍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샤오홍의 마음에 새겨준 고향의 이미지를 따라 전개된다.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던 고향은 눈에 덮인 북국, 서리가 낀 창백한 유리, 온몸을 감고 움직이기 힘들게 만든 두꺼운 옷, 여관에서도 감출 수 없는 입김, 연인의 끈 없는 구두를 위해 자신의 신발에서 끈을 잘라 매어주는 가난 등으로 채워진 추운 나라이다. 하지만 고향집 마당의 꽃, 루쉰의 집에서 본 푸른 화초, 거기에서 그녀가 입었던 붉은 상의, 우한에서의 결혼식, 가난한 노동자들의 속을 채워주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국물 요리 등 힘들게 산 생애에서도 화사한 봄날과 여름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렇게 풍상을 겪고 살아온 작가를 그리기 위해 허안화 감독은 색다르게 접근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죽은 주인공이 자신의 생몰일을 말하게 하고, 주변의 인물들이 순간순간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며 자신이 봤던 샤오홍을 증언한다. 전체가 생애의 순서대로 진행되다가도 지인의 입을 통해, 때때로 샤오홍의 입을 통해 직전에 관객이 봤던 장면들을 설명하게 만드는 유사 다큐멘터리적인 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감독은 그녀가 생전에 발표했던 ‘생사의 장’, ‘후란강 이야기’ 등에서 한 부분들을 인용하여 관련 장면에서 관객들이 그녀의 마음 한 부분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이 지닌 독특한 장치들이 관객에게 주인공의 완전한 내면을 알게 해 주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관객들은 그녀의 전 생애에 걸친 고난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지만, 그 시대의 샤오홍처럼 영화를 완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영화 중간에 동료 작가들이 항일전쟁시기 참여 문학으로 빠져들거나, 실제로 총을 잡고 전선으로 달려갈 때 그녀는 자신이 가진 문학의 의미를 고수하느라 항상 동료들과 어긋난다. 그녀의 유일한 멘토이자 지음(知音)이었던 루쉰의 죽음 이후 이와 같은 고독은 점점 심해진다. 그녀가 평생을 사랑했던 샤오쥔도, 그녀의 유일한 법적 배우자인 두완무도, 그와 함께 그녀의 임종을 지켰던 전기 작가도 온전히 이해시키지 못한 채 그녀는 홍콩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이와 같은 불이해는 긴 러닝 타임과 더불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자신을 온전히 샤오홍의 일생에 바친 탕웨이의 탁월한 연기와 영화에 인용된 그녀의 서늘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관객은 미처 알지 못했던 순수한 내면을 지닌 인간을 만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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