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66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북한이미지의 올바름에 관하여

  
 
전 세계의 이목이 남북관계에 집중되고 있다.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잡고 가상의 선에 불과한 국경선을 넘나드는 장면은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놀랍고도 어지러운 반전’이라고 표현한 뉴욕타임즈의 논평처럼 이를 시청한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이미지의 강력한 충격을 함께 경험했다. 같은 시간 속에서 같이 공유하는 미디어가 공통된 소속감을 불어넣어준다는 앤더슨(Anderson)의 ‘가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y)’가 생각나는 이 장면은 글로 된 어떤 논평보다 영상이 가진 감성적 파괴력이 크다는 점을 뉴스 속에서 보여주었다. 이미지의 힘에 대해 손탁(Sontag)은 ‘내 인생은 그 사진들을 보기 이전과 그 사진을 본 이후로 나뉜다’는 말로 이미지가 주는 강력한 영향력을 묘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영상저널리즘은 사실의 객관적 기록자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미지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이미지가 특정한 프레임을 배제시키거나 포함시킴으로써 특정 이슈를 부각하고 사회적 사건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영상프레이밍(Visual Framing) 관련 연구는 서구사회에서는 1970년대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온 분야이다. 이들 연구가 공유하는 지점은 이미지는 사람들의 인지와 상상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집단의 정체성을 사회에 각인시킨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 부시 정부가 규정한 ‘악의 축’과 ‘테러와의 전쟁’의 프레임에 미국 주류 미디어가 사용한 무슬림의 부정적 이미지가 큰 역할을 했다는 연구들은 상당수의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또 이와 비슷하게 최근 난민이슈와 관련해서 미디어들이 난민들을 ‘경제적 이주민’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범죄 장면을 주로 부각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혐오와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연구는 시리아 난민사태 이후 자주 등장하는 주제들이다. 이들 연구 모두 이미지가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규정하고 고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런던대(UCL)의 조프(Joffe) 교수는 위험이라는 추상적 감정을 미디어가 구체화하고 이를 사회화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지는 강하고 대체불가하다. ‘빨갛다’라는 텍스트를 설명하는 것은 또 다른 텍스트가 아니라 우리가 보아온 기억된 빨간색이듯, 이미지는 활자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감성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관점에서 남북정상이 일상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너무 평화로워서 그 자체로 전복적이고 충격적이었다. 그 동안 뉴스에 사용된 북한의 이미지는 천편일률적이었다. 미사일과 군사력의 전시, 혹은 기아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북한 뉴스 아이템에 항상 들어가는 전형적인 이미지였다면 일상적 장면과 풍경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 뉴스 프레임 자체의 정치적 한계 안에서 더욱 도드라졌던 이러한 고정화된 이미지들은 북한에 대한 별다른 소스를 접할 수 없는 시민들에게 유일한 상상력의 재료들이 되어 왔다. 
 
  이런 관성적 영상의 사용이 남북관계에 대한 공론의 장에 바람직한 영양분을 제공하여 왔는지, 아니면 극단적 대결과 분열의 정치적 수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왔는지 뉴스의 영상을 담당하는 직업인으로서 이제 비판적으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영상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지배하는 사회적 산물이기에 성숙된 영상문화는 ‘영상의 올바름’이 작동하는 생태계에서 가능하다. 
 
우리는 당연함에 질문하지 않는 영상문화와 제작관행 속에서 살고 있다. 영상의 올바름에 대한 영국의 한 가지 사례는 이미지가 지니는 영향력과 사회적 쓰임에 대해 생각해 볼 지점을 준다.  2016년 칸(Sadiq Khan) 런던 시장은 여성의 마른 몸(Skinny Look)을 사용한 이미지 광고들을 공공교통시설에서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살을 빼는 광고나 미용과 패션에서 사용되는 이러한 사진들은 여성의 몸을 물건처럼 대상화시킬 뿐 아니라, 여성 스스로 그런 비현실적인 몸매를 추구하도록 자극하며, 결국 여성자체를 비하한다는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 게 금지의 이유였다. 칸 시장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결정적 사건은 ‘해변에 갈 몸이 완성되었어요(Beach body ready)’라는 광고였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의 몸을 사용한 광고들에 사람들이 항의를 하고, 이를 비판하는 온라인 청원에 시민들 7만여 명이 서명을 한 광경은 성형외과나 미용 혹은 운동 광고에 익숙해진 눈에는 참 생경했고, 이것을 강제하는 결정 역시 충격적이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이미지의 당연함에 대해 이의제기하고, 이런 주장이 공론화되고 제도화되는 과정을 바라보며 우리가 부족한 것은 영상기술이 아니라 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4시간 뉴스의 빠른 사이클에 맞춰 선정적인 아이템과 영상이 계속 사용 되는 악순환에 대한 반향으로 태동한 슬로저널리즘(Slow journalism)의 핵심역시 가속 페달이 아닌 브레이크에 관련된 것이다. 
 
  미디어는 끊임없이 같음과 차이를 사회에 기입함으로써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경계화 작업(Boundary work)을 한다. 취재원을 착취하지 않고, 소수자나 특정그룹 혹은 특정국가와 민족을 일탈적 존재로 만들어내지 않도록 우리는 어떤 윤리의식과 직무적 안전장치를 갖고 있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영상저널리즘은 미학적인 측면에 경도되어 기술적으로 세련된 화면을 만들어 내는 것에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찍지 말아야 하는지, 무엇을 사용하면 되지 않는지, 생산하는 이미지들이 사람들을 타자화(othering)하고 소외시키는지 아닌지, 취재원의 의미를 축소하고 그릇된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정치적 윤리적 성찰에 그 핵심이 있다. 
 
  남북의 관계가 개선되어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시민사회를 경험하는 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건강하고 민주적인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올바른 이미지들’을 사회에 제공하는 역할, 사람들의 직관과 상상력에 영향을 주는 직업인으로서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03c5c3efa2374d0ab0f3e897f6477cdf.jpg
김우철/MBC     

  1. <특별기획> 카메라기자의 심리적 외상에 대하여

    카메라기자의 심리적 외상에 대하여 세월호 참사의 생채기가 가시기엔 여전히 이른 시기이다. 협회에서는 재난보도 준칙 마련 및 재난보도 세미나 등을 개최하여 카메라기자의 심리적 외상과 정신적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점진적으로 방안을 마련했다. 심리적...
    Date2014.11.18 Views2019
    Read More
  2. <방종혁의 씨네노트>혼란스런 시대를 산 작가의 내면을 기록하는 영화 - 황금시대

    <황금시대> -혼란스런 시대를 산 작가의 내면을 기록하는 영화 영화의 첫 장면은 죽은 사람의 독백이다. “나는 1911년 헤이룽장 해란에서 태어나 1942년 홍콩에서 병원의 임시 병상에서 죽었다.” 영화 ‘황금시대’는 위 독백의 주인공 샤오홍의 일대기를 그린다...
    Date2014.11.18 Views2046
    Read More
  3. <CS칼럼> 남의 실수가 교훈이 되는 세 가지 이야기

    남의 실수가 교훈이 되는 세 가지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쥐도 새도 모르게 바뀐 항공권 몇 해전 휴가를 맞아 친구들과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할 때 일이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여러 여행사 사이트를 비교하여 친구의 노력으로 할인...
    Date2014.11.18 Views2055
    Read More
  4. <박주영의 세상보기> 배려하는 문화와 가치관

    박주영기자의 세상보기 사람은 본질적으로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본질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하고 재물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지를 또다시 명확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부모라는 사람의 매...
    Date2014.05.21 Views2168
    Read More
  5. 박주영의 세상보기 - 역경은 창조주가 준 선물

    삶은 거대한 산과 같다.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심신(心身)을 단련해야 하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 정상에 오르기도 전에 육체적 장애와 정신적 나약함으로 중간에 포기하거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도전하여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
    Date2014.03.21 Views2201
    Read More
  6. <특별기고> 재난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재난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김창룡 교수 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을 깊은 좌절과 절망속에 빠트렸다. 대명천지에 눈앞에서 수장되는 수백명의 생명들을 구해내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
    Date2014.05.21 Views2206
    Read More
  7. <특별기고> '영상역사'의 모색과 영상자료의 중요성

    ‘영상역사’의 모색과 영상자료의 중요성 역사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의 변화 원인과 결과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현재의 이해에 필요한 준거점들을 마련하는 것을 주된 과업으로 삼고 있다. 변화의 인과관계 분석을 중시하는 태도는 역사학을 사회과학의...
    Date2014.11.18 Views2231
    Read More
  8. <CS칼럼> 자기만 모르는 남들의 평판

    예전에 함께 근무를 했던 동료 한 명이 있다. 그 직원은 학벌도 좋고 똑똑했지만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서 다른 직원과 함께 일을 하는 태도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기 보다 자기 중심사고로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많았다. 특히, 일을 공동으로 수행해야...
    Date2014.08.14 Views2303
    Read More
  9. <특별기고> YTN은 촬영 중

    <YTN은 촬영 중> 지난 4월 초 상암동의 신사옥 YTN뉴스퀘어로 이전을 한 후 홍보팀은 적어도 사내에서 만큼은 가장 바쁜 부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물론 YTN이 언론사이다보니 머리 위로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의 한복판과 같은 보도국과는 비할 바는 못되...
    Date2014.12.30 Views2357
    Read More
  10. <이신 변호사 법률상담> 이혼에 대하여 (2)

    이혼에 대하여(2) 지난 지면에서 협의상 이혼 및 사실상 이혼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재판상 이혼에 대한 것입니다.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민법 제840조)에는 ①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②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
    Date2014.03.21 Views2440
    Read More
  11. <방종혁의 씨네노트> 혈연 VS 시간(추억), 가족의 조건은?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개인적으로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그의 영화를 다 보지는 않았다. 처음 본 영화는 2001년에 개봉한 ‘원더풀 라이프’이고 이후 ‘환상의 빛’(1995), ‘아무도 모른다’(2004), ‘하나’(2005)를 봤다. 그 사이 만...
    Date2014.03.21 Views2451
    Read More
  12. <방종혁의 씨네노트> 스크린에서 실패한 TV드라마 - 역린

    역린-스크린에서 실패한 TV드라마 사이비(似而非): 비슷해 보이지만 같지 않음. 사극(史劇):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연극이나 영화 이재규 감독의 영화 ‘역린’(逆鱗)을 보는 내내 이 두 단어가, 더 정확히 말해서는 이 두 단어의 그림자가 머릿속에서 ...
    Date2014.05.21 Views2636
    Read More
  13. <이신 변호사 칼럼> 면접교섭권 및 재산분할청구권에 대하여

    면접교섭권 및 재산분할청구권에 대하여 지난 지면에서 재판상 이혼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혼을 하게 될 경우 자녀들에 대한 양육책임과 면접교섭권이 문제되고, 부부사이에서는 재산분할청구권 문제가 발생하며 재판상이혼에 있어서는 위자료청구권도 ...
    Date2014.05.21 Views2646
    Read More
  14. 북한이미지의 올바름에 관하여

    북한이미지의 올바름에 관하여 전 세계의 이목이 남북관계에 집중되고 있다.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잡고 가상의 선에 불과한 국경선을 넘나드는 장면은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놀랍고도 어지러운 반전’이라고 표현한 뉴욕타임즈의 논평처럼 ...
    Date2018.07.04 Views2664
    Read More
  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자 ★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정은 무엇일까? 아마도 부드럽게 미소 띤 얼굴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을 보고 웃어 주면 좋은 사람, 자신을 보고 찡그리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찡그린 사람은 신...
    Date2013.07.30 Views2802
    Read More
  16. <이신 변호사 법률 상담>혼인의 주요 법률관계에 대하여(2)

    이신 변호사 법률 상담 : 혼인의 주요 법률관계에 대하여(2) 외국에서 우리나라 국민 사이에 결혼할 경우 어디에 신고할까요? 이러한 경우 그 외국에 주재하는 대사, 공사 또는 영사에게 신고하면, 그 대사, 공사 또는 영사가 본국의 가족관계등록관서에 송부...
    Date2013.06.04 Views2828
    Read More
  17. <이신 변호사 법률 상담>혼인의 주요 법률관계에 대하여(1)

    혼인의 주요 법률관계에 대하여(1) 우리나라의 혼인연령이 갈수록 늦어지는 추세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번 시간에는 혼인의 주요 법률관계에 대해 상식적으로 반드시 알...
    Date2013.03.30 Views2835
    Read More
  18. <cs칼럼> 우리 사회의 이런저런 갑질

    우리 사회의 이런저런 갑질 기업 교육을 하는 제 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직종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일적인 만남이다 보니 상대의 모습만으로는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힘이 듭니다. 특히 저와 같이 회사에 강사로 초빙되어 그 ...
    Date2014.12.30 Views2893
    Read More
  19. No Image

    <방종혁의 씨네노트>죽도록 고생하기, 이제는 러시아에서...

    죽도록 고생하기, 이제는 러시아에서... -다이하드: good day to die 존 매클레인 형사(브루스 윌리스)는 크리스마스마다 죽도록 고생했었다. 휴가를 내어 근무지 뉴욕에서 대륙의 반대편 LA에 있는 와이프를 보러가는 것은 만만찮은 일인데, 얼굴을 보기 전...
    Date2013.03.30 Views2896
    Read More
  20. <이신 변호사 법률상담> 주택 임대차 보호법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들3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3) 지난번에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을 위한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설명하였고, 임대기간에 대한 특칙을 두어 임차인을 보호하는 조항 및 묵시적 계약갱신조항 등에 대해 설명한 바 있습니다. 주...
    Date2012.11.02 Views2915
    Read More
  21. ★ 좋은 첫인상은 경쟁력이다 ★

    ★ 좋은 첫인상은 경쟁력이다 ★ 첫 인상은 두 번 줄 수 없다. 첫 인상이 좋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호감을 줄 수 없어 지속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좋지 못한 자신의 첫 인상은 상대방에게 곧 마지막 인상이다. 첫인상에서 호감을 준다면 이...
    Date2013.06.04 Views306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